도서 정보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작은 책방을 마련했습니다.
한 바퀴 찬찬히 둘러보시면 아마도 내일 또 오고 싶으실 거에요.

대변동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저자 패티 유미 코트렐
역자 이원경
브랜드 비채
발행일 2020.01.16
정가 13,800원
ISBN 978-89-349-9999-7 03840
판형 140X210 mm
면수 248 쪽
도서상태 판매중
종이책
  • 등록된정보가 없습니다.
전자책
  • 등록된정보가 없습니다.

미국독립출판협회 금상,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 화이팅 어워드 수상작!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때, 생(生)은 더 이상 숭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날 내 입양아 동생이 죽었다. 자살이라고 했다. 역시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어 뉴욕에서 악착같이 살던 나는 연락을 받고 망연자실한다. 살아도 살아도 모자란 게 삶인데, 무엇이 내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지나치게 검소하고 억압적인 양부모였을까? 입양아로 살아가는 외로운 삶이었을까? 나는 동생의 마지막 날을 추적하지만 그럴수록 한 가지 결론만이 남는다. 그 죽음은 동생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는 것. 패티 유미 코트렐의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은 떠난 사람의 삶을 재구성하는 남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었으며 남동생의 자살을 겪은 작가 코트렐이 상실과 이해의 긴 터널을 통과해 쓴 첫 소설이다. 이 소설로 코트렐은 미국독립출판협회 금상부터 화이팅 어워드,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까지 독립출판물이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며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책 속에서

 

뭐라도 생각해내려고 기를 썼지만, 떠오르는 거라고는 내 한국인 눈과는 하나도 닮지 않았던 그 녀석의 작은 갈색 한국인 눈뿐이었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두 집안에서 따로따로 입양되었다.

_10페이지

 

슬픈 생각을 하고 싶다면 날마다 수백 명씩 자살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봐.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나처럼 죽음의 이유를 조사해야 하는 형제자매나 남편, 아내를 생각해봐! 모든 자살의 이면에는 문이 있어. 그 문을 열면 결코 알고 싶지 않은 것들과 마주치게 돼. 어떤 이들은 그 문을 절대 열지 않아. 자살 배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편을 택하고, 그냥 걸어가서 깨끗이 손을 씻지.

_61페이지

 

난 백인이 되고 싶어. 언젠가 동생이 내게 말했다.

나도 백인이 되고 싶어. 나는 동생에게 말했다.

가끔 밤마다, 아침에 눈 뜨면 백인이 되어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

나도 밤이 되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백인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우리는 동양인이라는 사실이 몹시 실망스러웠고, 둘 다 원한 적도 없는 이 나라로 보내진 것이 너무나 못마땅했으며, 둘 다 동양인 신분이 아니어서 동양인 칸에 체크한 적이 없다. 누가 국적을 물으면, 우리는 대개 ‘입양아’라고 대답했다.

생일 사진 속에는 내 동생밖에 없었다. 나는 레스토랑에서 내 동생 맞은편에 앉은 양부모 모습을 상상했다. 양어머니가 걔한테 사진 찍을 테니 웃으라고 했을 것이다. 내 동생은 소금이나 버터나 간장도 추가하지 않고, 쌀밥 한 그릇만 주문했을 것이다. 식사가 끝난 뒤, 양아버지는 돈을 내기 전에 먼저 영수증에 적힌 모든 음식을 살펴보고, 심지어 웨이터에게 메뉴판을 가져오라고 해서 음식값을 일일이 확인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그런 저녁을 보내면 누군들 자살하고 싶지 않겠는가!

_91페이지

 

모든 것이 괜찮다가 이내 괜찮지 않아. 내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모호하다가 이내 캄캄해져. 우리 집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어린 시절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학교가 나를 우울하게 했고, 우리 개가 나를 우울하게 했고, 내 신발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내 책들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누나가 나를 우울하게 했고, 우리 부모님이 나를 우울하게 했고, 내 침실 창밖 나무가 나를 우울하게 했어.

_92페이지

 

열여덟 살 이후로 나는 줄곧 죽고 싶었다. 여태 살아온 것은 내가 최대한 노력했기 때문이다.

_221페이지

 

이제 더는 두렵지 않다. 두려워하면서 자살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 인생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남들 눈에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겠지만, 내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넌 네가 하려는 일을 믿어야 해.

난 당신이 내가 한 일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지금껏 내가 수많은 거짓말을 했을지는 몰라도, 여기서 이야기한 모든 것에는 일말의 거짓도 없다.

부디 이해해주길.

_222페이지

 

 

  • 패티 유미 코트렐 (저자)

미국의 작가. 1981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중서부로 입양되었다. 피츠버그와 시카고, 밀워키에서 성장했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대학인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패티 유미 코트렐이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이다. 이후 뉴욕을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면서 완성한 이 첫 소설은 1년 후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으로 출간되었다.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은 남동생의 사망 소식을 들은 후 어둡고 억압적인 유년기의 집으로 돌아가 무엇이 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헬렌’의 자취를 따라간다. 작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남동생의 자살을 겪은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코트렐은 이 소설이 자신의 회고록은 아니라고 말한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코트렐은 “이 소설은 대단히 사적이지만, 내게 일어난 일을 염두에 두고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반스앤노블 디스커버상과 미국독립출판협회 금상을 수상했으며,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화이팅 어워드 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영국의 <그란타>와 <화이트 리뷰>, 미국의 <BOMB> 등 문예지에 글을 실었으며, 뉴욕 부르클린의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교 글쓰기 과정에서 조교를 맡고 있다.

  • 이원경 (역자)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줄업하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껏 《바이킹》 3부작, 《마스터 앤드 커맨더》《와인드업 걸》《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해적의 시대》《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그림자밟기》 등의 영미권 소설을 비롯해 《삶은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THE 33》 등의 논픽션, 《말 안 하기 게임》《달의 뒤편으로 간 사람》 등의 어린이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 리뷰

 

불안하고 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삶

그 보잘것없음에 대하여…

 

집을 떠나 뉴욕에서 ‘독하게’ 살아가는 헬렌과 직업도 없고 친구도 사귀지 않으며 거의 방 안에서만 살아가는 남동생. 사람들은 그들이 꼭 닮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둘은 서로 깊이 알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생물학적 연관성이 없는 남매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헬렌이 동생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으며 시작된다. 헬렌은 방과 후 학교에서 ‘문제아’로 불리는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몸도 마음도 척박하기만 한 그녀가 누군가를 돌보고 가르친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헬렌은 뉴욕을 떠나 어린 시절의 집으로 간다. 동생의 자살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그것은 입양아로 살아오며 얻은 마음의 상처일 수도 있고, 억압적인 부모인지도 모른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동생의 삶을 추적하고 재구성하기 전에는 절대 뉴욕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헬렌은 떠날 때와 똑같이 먼지가 쌓인, 지나치게 큰 집에서 동생을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고 동생의 방에서 잠을 자며 동생의 삶을 ‘처음으로’ 알아간다. 헬렌은 동생의 삶을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실패한 삶이라고 여겼지만, 양부모는 동생을 사랑하고 아꼈다. 동생은 자신의 삶이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쓴 글을 PC 휴지통 폴더에 숨겨두었다. 그 안에는 생물학적 엄마와 연락이 닿아 한국에 다녀온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 그는 끝내 엄마를 만나러 가지 않고 호텔에 숨어 있었지만, 그것이 그가 죽은 이유는 아니었다. 결국 헬렌은 동생의 삶을 완전히 재구성하지 못한다.

 

 

지금 영미권 독립출판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

패티 유미 코트렐을 만나다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처럼 시작된 소설은 예상을 빗나가 의외의 맥락으로 흘러간다. 헬렌은 한국에 다녀온 동생이 물건들을 이웃에게 나누어주고 장기기증 면접을 가는 등 마지막을 철저히 준비했음을 알게 된다. 어쩌면 그의 삶은 짧았지만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더 살 이유를 찾지 못했을 뿐. 죽음의 미스터리가 다 풀린 것은 아니지만, 헬렌은 마침내 동생을 조금 이해하게 된다. 소설의 제목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은 헬렌이 즐겨 쓰는 말(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미안합니다)에서 가져온 것이다. 헬렌의 삶 전체는 평온을 얻기 위한 투쟁과도 같았지만, 독자의 눈에 헬렌의 말과 행동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직장의 규율을 어기고, 실수를 연발하고, 아무 데서나 토하고, 분노를 못 참기 때문이다. 헬렌은 그토록 원했던 ‘평온’을 놓아버리고 나서야 동생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죽음을 어른스러운 선택으로 생각한 동생을 마침내 만난 것이다. 어른으로 산다는 일은 이처럼 불가해함의 연속이다.

 

작가 패티 유미 코트렐은 1981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중서부로 입양되었다. 일찍부터 글쓰기의 꿈을 가졌고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석사를 취득했지만, 삶은 아르바이트의 연속이었고 글을 쓸 시간도 많지 않았다. 코트렐의 양부모는 역시 한국에서 그녀와 생물학적으로 관련이 없는 남동생 둘을 입양했는데, 둘 중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동생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는 코트렐이 가장 지쳐 있던 시기였지만, 차터스쿨의 교사로 일하며 짬짬이 글을 썼다. 그리고 학교가 2주 동안의 방학에 들어가자마자 쉴 새 없이 완성해낸 소설이 바로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이다. 코트렐은 훗날 가진 인터뷰에서 “순식간에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고, 이 소설을 완성하기 전에는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단과 독자는 뜨겁게 응답했다. 미국독립출판협회는 코트렐에게 금상을 수여했으며 미국 최대의 서점인 반스앤노블은 신인상인 ‘디스커버상’을 안겼다. 제프리 유제니디스와 안드레 애치먼 등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온 화이팅 재단(The Whiting Foundation)에서는 화이팅 어워드를 수여했다. 영미권 독립출판계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 먼 길을 돌아 마침내 한국 독자 앞에 섰다. 번역자 이원경이 섬세한 우리말로 옮겼다.

 

추천의 말

 

이 소설의 신선한 충격에 우리는 감전되었다. <가디언>

 

작가의 한마디

나는 그저 목소리를 따라갔다. 스토리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마침내 헬렌의 이야기가 끝에 다다랐을 때, 나는 어떤 면에서 그 결말이 희망적이고 고무적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