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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 김민주

Chapter 1.야생동물은 어떻게 인간의 가축이 되었을까?

요즘 사람들은 재산, 소득, 일도 중시하지만 여가시간, 행복도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인류는 1만 2,000년 전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 수렵채집 시대에서 농경목축 시대로 점차 접어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시대에 더 행복했을까? 수렵채집 시대에는 항상 이동하면서 먹을 것과 잘 곳을 찾아야 했지만 기후만 어느 정도 좋다면 노동시간을 적게 들이고서도 먹을 것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때에는 많은 것을 소유할 필요가 없었다. 이동하기에 거추장스러웠기 때문이다. 한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곡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키우느라 하루 종일 많은 일을 해야 했고 아이도 많이 낳고 육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가진 것이 많아지면서 약탈자에게 재산과 목숨을 잃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래서 수렵채취 시대일 때 사람의 행복도가 농경목축 시대에 비해 높았다는 인류학자들의 지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기후 온난화로 곡물재배가 쉬워지면서 사람들은 노동시간이 늘어나더라도 식량을 더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농경목축 생활로 접어든다. 즉 행복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개인적 안정과 집단의 덩치는 커졌다. 곡물생산이 노력 없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인류학자들은 남자들이 사냥을 하느라 밖을 쏘다닐 때 여자들이 야생의 풀을 채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여자들은 주위의 여러 풀을 자세히 관찰하여 수확할 것이 많은 종을 골라 집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재배했다. 터키 남부에서는 1만 2,000년 전의 야생밀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여자들이 밀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종의 밀을 작물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씨가 이삭에 붙어 쉽게 수확할 수 있으며 낱알이 더 크고 많이 열리는 종을 만든 것이다. 에머밀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 이란 동부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에머밀의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 지역에 따라 기후와 토양에 맞게 보리, 콩, 옥수수, 벼, 고구마, 감자도 재배되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곡물생산 순위를 보면 옥수수가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밀과 벼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인간은 곡물재배 외에도 양, 염소, 소, 돼지, 개, 당나귀 등 야생동물 가축화에도 성공한다. 야생동물이 가축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왜 또 다른 야생동물은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축이 되지 않았을까?

 

진화생물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자신의 책 《총, 균, 쇠》에서 야생동물이 가축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동물의 식성이 너무 좋아서는 안 되고, 특정 먹이를 너무 선호해서도 안 된다. 사람이 동물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가축은 빨리 성장해야 사육할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고릴라는 성장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동물이어서 가축이 되지 못했다.

 

셋째, 가축은 야생상태가 아니라 감금상태에서도 번식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치타처럼 빠르고 활동력이 왕성한 동물은 불가능하다.

 

넷째, 회색곰처럼 사람을 해칠 정도로 너무 포악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가젤처럼 인간에게 지나치게 겁을 먹는 동물은 사람과 어울려 살 수 없다.

 

여섯째, 같은 동물끼리 위계적 질서를 지키고, 서로 무리 지어 다닐 수 있어야 한다. 동물도 사회성이 있어야 가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섯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가축이 될 수 있고, 그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야생동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바로 적응력이다. 아주 옛날에 인간과 동물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였다. 그러다가 인간이 동물보다 우위에 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불이었다. 불은 인간에게 빛과 열을 선물했고 요리를 가능하게 했다. 빛 때문에 동물은 인간에게 함부로 접근할 수 없었고 인간은 훨씬 안전해졌다. 불로 동물을 익혀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치아를 덜 쓰고 위장의 부담을 줄여 그만큼 에너지가 남아 뇌가 발달할 수 있었다. 더구나 지능과 손재주를 지닌 인간은 덫을 만들어 동물을 쉽게 포획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먹이가 부족한 늑대가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게 되었다. 늑대가 점차 개로 가축화된 것이다. 더구나 늑대는 후각이 뛰어나고 뛰는 능력도 뛰어나 인간이 다른 동물을 사냥할 때 훌륭한 조합을 이루었다. 늑대 외에도 다른 동물들이 점차 가축화되면서 인간의 파워는 더욱 세졌다. 인간은 가축으로부터 가죽과 털을 얻어 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다. 또 가축이 내놓는 분뇨는 인간의 농작물 재배에 투입되어 작물의 수확량을 늘리는 데에도 기여했다. 소 같은 일부 가축은 인간 대신 밭과 논을 갈아서 인간보다 훨씬 많은 노동력을 제공했다.

 

동물은 때로 사람의 무기가 되기도 했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말을 가축화하면서 속도를 얻었다. 전쟁을 할 때 말을 타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151리터의 물을 마시고 17일간이나 걸을 수 있는 낙타는 건조한 사막에서 무척 유용한 동물이다. 낙타 덕분에 인간은 사막을 건너 서로 교류하고 물품을 교역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몽골인에게는 다섯 가지 중요한 가축이 있었는데, 말, 양, 소, 염소 그리고 낙타였다.

 

THINK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과거에 서로 경쟁하는 경합재였다가 이제는 서로 도움을 주는 보완재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수평적인 관계였다가 이제는 인간이 우위에 있는 수직적인 관계로 바뀌었다. 하지만 반전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동물이 인간에게 어떤 위협 요인으로 다가올지 다각도로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