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수도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작가 공지영이 5년만에 풀어놓는 내밀한 자기고백.
날카로운 이성의 갑옷을 벗고 18년만에 만난 영혼의 참모습!
우리가 사랑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여행기.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 곳으로
낯선 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르정탱(Argentan) 가는 길
아르정탱, 베네틱트 여자 봉쇄수도원
18년 만의 영성체
땅위에는 그를 아는 자 하나 없고
솔렘(Solemn) 수도원, 베네딕트 남자 봉쇄수도원 -그레고리안 성가의 본산
이 파리
리옹(Lyon)
테제(Taize), 꿈 하나만 믿고 이룬 공동체
길 위의 성모
'사람들'을 만나고 '나'를 만나다
오뜨리브(Hautrive) 수도원 가는 길
오뜨리브 남자 시토 봉쇄수도회 그리고 마그로지 여자 시토 봉쇄수도회
기차
뮌헨, 백장미 두 송이
킴지(Chiemsee), 호반의 아름다운 정원, 수도원 그리고 결혼식
북 독일, 함부르크
오스나 브룩(Osna Bruck), 베네딕트 여자 봉쇄수도원 - 마굿간의 수녀님들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뒤셀도르프(Dusseldorf) 가는 길
마리아의 언덕, 몽포뢰 도미니코 수도원
림부르크(Limburg) 수도원
날카로운 이성의 갑옷을 벗고 18년만에 만난 영혼의 참모습!- 유럽 수도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작가 공지영이 5년만에 풀어놓는 내밀한 자기고백
작가 공지영의 첫 번째 기행 에세이
작가 공지영이 창작 생활 13년만에 처음으로 기행 에세이를 냈다. 유럽에 한 달간 체류하면서 프랑스부터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쳐 독일까지, 각지의 수도원을 여행하며 느낀 감상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그 안에는 작가가 직접 촬영한 아름다운 유럽 수도원의 풍경과 그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대학 시절 이후 십 수 년이 지나도록 교회에 냉담했다가 얼마 전 다시 신(神)을 찾게 되었다. 마치 신의 부름처럼, 평소 알고 지내던 문인이 유럽 수도원 기행을 제의해온 것이었다. 그것은 “정신없이 뛰어온 생에서 사소한 일상에도 멀미를 일으키”던 그에게 자신의 영혼을 충실히 뒤쫓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게 18년만에 가톨릭에 돌아온 후 우연히 가게 된 수도원 기행은 작품 외에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작가 공지영의 공백 기간의 삶의 자취뿐 아니라 우리가 그간 전혀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알 수 있게 한다.
청춘과 상처를 지불하고 내면의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18년
작가 공지영의 문학 세계는 근년에 들어 혁명적인 전환기를 맞이했다. 그의 전작들에는 학생 시절 확신했던 역사의 진보, 인간의 연대, 남녀평등이 현실로부터 배반당하는 것에 대한 절망이 깔려 있었다. 386세대 속에도 굳건히 남아 있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를 비판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의 후일담 《고등어》 등의 작품에서 작가는 마치 칼처럼 벼린듯한 페미니즘과 전투적인 삶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를 거쳐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에 이르러 작가는 “그동안 정치적·관념적인 것에만 집착했다. 이제 삶에 발을 딛고 서서 글을 쓰겠다”며 거대 담론에서 점차 일상적인 삶으로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에세이를 통해 작가 공지영은 소설 속 인물들이 아닌 바로 자신의 삶을 과거와 현재를 왕복하면서 반추한다. “아는 게 많은 사람이었던” 20대와 30대를 지나, 이제는 차분하고 담담한 불혹(不惑)의 시선으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라본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찬찬히 좇다보면 소설가이기 전에 한 여성인 작가의 삶,공지영 문학의 탄생과 그 성숙 과정, 최근의 변모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독자는 깊은 공감으로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그 엄혹했던 80년대 군사독재 시절, 도처에 넘쳐나는 폭력과 가난, 핍박에 감히 사랑과 자비를 허락할 수 없었던 젊은 시절의 열정과 순수는 그로 하여금 미련없이 신을 떠나게 했다. 그 후 18년에 걸친 고통과 방황은 한층 더 큰 자유와 진리에 순종하는 것이 가짜 자유와 가짜 진리에 진정으로 불복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게 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전에, 내가 스스로 행복해지기 전에, 누구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것, 놀랍게도 행복에도 자격이란 게 있어서, 내가 그 자격에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30대 중반을 넘기고 있었고 돌이키기 힘든 아픈 우두자국을 내 삶에 스스로 찍어버린 뒤였다. 그 쉬운 깨달음 하나 얻기 위해 청춘과 상처를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그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이 18년이었다.”이념과 현실의 괴리로 끊임없이 갈등했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작가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번 수도원 기행은 작가 공지영에게 개인적, 사회적인 강박과 어둠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삶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이 제각기 최선을 다해 돌고 있을 때 세상은 혹여 살만한 곳일 수 있겠다는 희망”을 다지는 확실한 디딤돌이 되었다.
수도원 가는 길목에는 내면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서 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다. 예민한 영혼을 가진 한 작가가 눈물 흘리며 쓴 내면의 기록이다.
“다시 일어날 때마다 상처 자국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면서, 가면 위에 가면이 덧씌워지고, 그 위에 다시 가면을 쓰면서, 가면 위에 가면이 덧씌워지고, 그 위에 다시 가면을 씌우고, 그리하여 나조차도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져 버렸다. 그렇게 떠돌다가 나는 엎어져 버린 것이었다. 내가 졌습니다! 항복합니다! 항복`… 합니다, 주님.”유럽 각지의 수도원을 순례하면서 자신의 내면 세계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과정이 병행되고, 어떤 다른 기행 에세이에서보다도 저자의 솔직함이 잘 드러난다. 프랑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의 복잡한 심정과 앙금처럼 남아 있는 하느님과 자신에 대한 불신은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하느님, 저를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진정한 사랑과 감사와 순종으로 승화된다.
“그리하여 나는 알게 되었다. 신께서 나를 위해 날을 개게 해주시고 바람을 잠자게 해주시며 결국 이 모든 하늘과 땅, 우주만물을 지어주셨음을, 나 공지영이 아니라 당신이 지으신 ‘모든 나’를 위해서`… 하느님은`… 18년 동안 물끄러미 바라만 보면서, 당신이 가진 전지전능의 능력을 오직 기다리는 데 사용하신 것이다.”작가는 여행을 마치면서, 이번 여행을 통해 다채로운 화엄 세계의 한 모퉁이를 엿보았고, 그리하여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한 뼘이나 자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현실과 이념 사이에서 진정한 삶의 진리를 찾고자 방황했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만큼,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은 지친 사람들, 삶의 의미를 찾다가 실의에 빠진 사람들, 따뜻함과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한때 삶을 미워했던 바로 작가 자신과 같은 이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 <자료>
-작가가 여행한 유럽 각국의 수도원들
·프랑스 - 아르정탱, 베네딕트 여자 봉쇄수도원, 솔렘수도원, 리옹의 갈멜수도원, 테제의 테제공동체 ·스위스 - 프리부 마그로지 수도원, 오뜨리브 수도원 ·독일 - 킴지의 킴지여자수도원, 오스나브룩 수도원, 마리엔하이데의 몽포뢰도미니코 수도원, 림부르크의 림부르크 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