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사피엔스가 직면한 ‘지금, 여기’에 대한 진단과 비전
과거와 미래에 이어 ‘인류 3부작’을 완결하는 인류 문명의 이정표
기술적 진보라는 공시적 환경과 역사라는 통시적 조건을 통합적으로 고찰해 문명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
는 유발 하라리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가 새 책으로 돌아왔다.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첫 책 《사피엔
스》가 인류 ‘탄생의 흔적’을 뒤쫓았고, 후속작 《호모 데우스》가 신이 되려는 인간이 새겨갈 ‘진화의 지문’을 미리
내다보았다면, 신간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통찰의 눈’으로 더 나은 오늘을 위한 해법을 제안한다.
AI가 빼앗아간 일자리는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범람하는 가짜 뉴스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주한 지 20년이
지난 이민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사회에 분노를 느껴야 하는가? 기후변화와 테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
는가? 사고가 난 자율주행 차량은 탑승자와 보행자의 생명 중 어느 쪽을 살려야 할까?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끄는 유례없는 혁명기, 인류는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불어닥칠 변화
는 너무나 심대해서 삶의 기본 구조마저 바꾸어놓을 것이다. 이 책은 종횡무진 인류의 시작을 추적하고 끝을
가늠해보았던 저자가 갈림길에 선 ‘지금, 여기’의 사피엔스에게 던지는 엄숙한 제언이다. 과거와 미래에 이어
‘인류 3부작’을 완결하는 인류 문명의 이정표다.
책 속에서
기술 혁명은 앞으로 수십 년 내에 탄력을 받을 것이고, 그로 인해 인류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가장 힘
든 시련에 직면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과정에서 인류의 충성을 얻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 이야기는 무엇보다 정보기술과 생명기술 분야의 쌍둥이 혁명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지 시험
받게 될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이슬람 혹은 다른 어떤 참신한 신조가 2050년 세계를 건설하려
한다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알고리즘과 생명공학을 이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유의미
한 새로운 서사로 통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_1. 환멸, 42쪽
컴퓨터 알고리즘은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지지도 않았으며, 감정이며 직감 같은 것도 없다. 따라서
위기의 순간에도 윤리적 지침을 인간보다 더 잘 따를 수 있을 것이다. 단 우리가 윤리를 정확한 숫자와
통계로 코드화하는 방법을 찾아냈을 때만 가능하다. 만약 우리가 칸트와 밀과 롤스에게 코드를 작성하
는 법을 가르쳐주고, 이들이 안락한 연구실에서 신중하게 자율주행 차량을 프로그래밍 한다면, 차량은
고속도로에서 주행할 때 입력된 도덕률을 그대로 따를 것이다. 사실상 모든 차들이 미하엘 슈마허와
임마누엘 칸트를 합친 운전자에 의해 조종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_3. 자유, 103~104쪽
두 과정이 합쳐지면, 즉 AI의 부상과 생명공학이 결합되면 인류는 소규모의 슈퍼휴먼 계층과 쓸모없는
호모 사피엔스 대중의 하위 계층으로 양분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중이 경제적 중요성과 정치적
힘을 잃으면서 국가는 이들의 건강과 교육, 복지에 투자할 동기를 적어도 일부는 잃을 수 있다. 쓸모없
어지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그럴 경우 대중의 미래는 소수 엘리트의 선의에 좌우될 것이다. 그 선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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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동안은 유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태로운 시기가 닥치면 ? 가령 기후 재앙 ? 잉여 인간들은
배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유혹이 커질 테고, 그것은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_4. 평등, 126~127쪽
개별 국가는 지금 시대의 가장 중요한 도전을 해결하기에 올바른 틀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지
구적 정체성이 필요하다. 국가 단위의 제도는 전례 없는 일련의 지구적 곤경을 다룰 능력이 없기 때문
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전 지구 차원의 생태계와 경제와 과학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민족 단위의 정
치에 고착돼 있다. 이런 부조화 때문에 정치 체제가 우리의 주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효과적인 정치를 위해 우리는 생태계와 경제와 과학의 행진을 탈지구화하거나 우리의 정치를 지
구화해야 한다. 생태계와 과학의 행진을 탈지구화하기는 불가능하고, 경제의 탈지구화는 십중팔구 비
용이 많이 들 것이기 때문에, 유일한 현실적 해법은 정치를 지구화하는 것이다. _7. 민족주의, 194~195쪽
이런 두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해 국가는 결국 테러 극장에 자신들의 안보 극장으로 대응한다. 사실 테
러에 맞서는 가장 효율적인 대응법은 우수한 정보와 비밀 작전을 동원해 테러를 지원하는 금융망을 차
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시민이 티브이로 볼 수가 없다. 이미 시민들은 테러범들이 세계무
역센터를 무너뜨리는 드라마를 관람한 상태다. 국가로서는 그에 못지않게 극적인, 화염이 훨씬 더 짙
은 대테러 드라마를 상영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빠지게 된다. 그 결과 국가는 조용하고 효율성 있게 행
동하는 대신 위력적인 대테러 작전의 폭풍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테러범은 자신의 염원을 달성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_10. 테러리즘, 249쪽
믿을 만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만큼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만약 뉴스를 공짜로 얻는다면
당신이 상품이기 쉽다. 어떤 수상한 억만장자가 당신에게 이런 거래를 제시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
에게 매월 30달러를 주겠다. 그 대신 당신은 내가 바라는 정치적, 상업적 편견을 당신 머릿속에 심을
수 있도록, 매일 한 시간 당신을 세뇌할 수 있게 해달라.” 이런 거래를 받아들이겠는가? 제정신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자 수상한 억만장자는 조금 다른 거래를 제안한다. “매일 한 시간 내가
당신을 세뇌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 그 대신 이 서비스의 비용을 당신에게 물리지 않겠다.” 그러자
갑자기 수억 명의 사람들이 솔깃해 한다. 부디 그런 사례를 따라가지 않기를 바란다. _17. 탈진실, 3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