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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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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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

저자 이묵돌
브랜드 김영사
발행일 2023.04.27
정가 17,800원
ISBN 978-89-349-6602-9 03810
판형 130X190 mm
면수 432 쪽
도서상태 판매중

어째서 이 많은 걸 겪었냐고요?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MZ세대 탑티어 문학가 이묵돌이 선보이는

충동적이고 사실적인 문제적 기행담

 

독특한 주제 선정과 감각적인 표현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이묵돌 작가가 착오 가득했던 여정을 마치고 독자 앞에 섰다작가는 어느 날 문득반복되는 일상기계적인 마감나아지지 않는 경제 형편바이러스로부터 받는 구속 등 지난한 일상의 지속을 감당하지 못하고 어디로든지 떠나고 싶은 강력한 충동에 사로잡힌다황량하고 광막한 곳에서 홀로 생을 마감하리라 다짐하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른다하지만 떠나온 곳에서조차 모든 일은 그의 뜻대로 풀리지 않고 사기전쟁 발발바이러스 감염격리결항 등 일생에 한 번도 겪기 어려운 일들을 모조리 경험하게 된다역마살이 가득한 사주객사할 팔자를 타고났다는 작가는 과연 요절할 결심을 끝내 이룰 수 있을 것인가.

 

  • 이묵돌 (저자)

1994년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나 부산과 대구에서 자랐다현재는 서울 관악구에서 십 년째 살고 있다역마》 《시간과 장의사》 《적색편이와 모두가 회전목마를 탄다》 같은 책들을 냈다자기소개를 더 길게 쓰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관뒀다글은 그냥 먹고 살려고 쓰는 편이다.

시작하며

 

서울인천

블라디보스토크

첫 횡단열차

하바롭스크

횡단열차

횡단열차

치타

횡단철도

이르쿠츠크

10 이르쿠츠크

11 횡단열차

12 크라스노야르스크

13 크라스노야르스크

14 크라스노야르스크

15 격리 1일차

16 격리 2일차

17 격리 3일차

18 격리 4일차

19 격리 5일차

20 격리 6일차

21 격리 7일차

22 탈출

23 노보시비르스크

24 횡단열차

25 횡단열차

26 모스크바

27 모스크바

28 모스크바

29 상트페테르부르크

30 상트페테르부르크

31 헬싱키

32 뮌헨서울

 

마치며

책에 실린 글과 노래

한 소설가의 꿈이 객사인 것에 대하여

어째서 이묵돌은 요절할 결심을 하게 되었나

 

저자는 임박한 마감편집자의 독촉이 트리거가 되어 무작정 떠나기로 한다그것은 일종의 도피로 보여질 수 있으나그는 요절할 결심이라고 이름 붙이길 원했다혹자는 삶이란마음먹기 나름이라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운명을 이끌 수 있다고 하나 적어도 그에게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개소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그는 자신에게 당면한 마감과 요절을 완수하기 위해 아무런 기대도설렘도 느껴지지 않는 곳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충동적으로 러시아행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반복되는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한 방향으로만 걸어가다 죽음을 맞이한 시베리아의 한 농부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생명의 흔적도살아갈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

눈이 멀 것처럼 하얗고 광막한 시베리아가 나는 그리웠다.

이때의 내게는 가능한 일이었다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갈 생각도 한 적이 없는 그런 장소를 그리워하는 일이.

거기서 죽으시게요?” 편집자가 물었다.

마감은 하고요.” 나는 곧장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 표를 찾았다.

35시작하며

 

 

 

 

최악의 타이밍을 찾는 데 초월적인 재능을 가진

한 소설가의 착오 가득한 여정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공항에 도착했지만비행기를 놓치고어렵게 다시 예약해 도착한 러시아에선 가장 먼저 사기꾼을 만나 뜻밖의 기부(?)를 하게 된다거친 욕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지만그럼에도 여행지에서 여유 따위 꿈꿀 새도 없이 계속해서 글을 쓰고요절을 향한 걸음을 재촉한다그렇게 극한의 추위에 볼이 더 이상 따갑게 느껴지지 않을 무렵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줄지어 일어난다한국에서도 잘 피해 다녔던 바이러스에 덜컥 감염되어 외딴 건물에 격리되는가 하면전쟁까지 발발해 침략국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급기야 러시아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이 모든 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그는 그저 마감이 하고 싶었을 뿐이고징그럽게 풀리지 않는 인생에 니킥 한 방을 먹이고 싶었을 뿐이었다하지만 그가 깨달은 것은 필사적으로 살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며그의 인생은 끝까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떠나야 할 적기라고 생각했을 때 불가항력으로 거기 머무르게

되는 것만큼 갑갑한 것도 없었다나는 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미리 글을 썼다. ‘러시아어를 하지 못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해서

열차 번호와 출발 시각도착지와 원하는 좌석 형태까지

미리 정리해 번역해뒀다나머지는 여권과 현금,

급해 죽겠으니 빨리 좀 해달라는 다급한 표정 연기로

어떻게든 돌파하기로 한다그렇게 해야 한다.

왜냐면이제 간발의 차로 놓치는 데는 완전히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는 거야 인생이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어쩔 수 없다 쳐도,

기왕지사 가까스로 올라타는 결말이 영화 같기도 하고

보람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256횡단열차

 

 

 

 

극한의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천재성

오직 이묵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저자는 누구든 언젠가는 사라질 각오로 떠나야 할 때가 온다고 말한다그런 때가 우리의 삶에 어떤 양분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그럼에도 그런 때가 올 때 주저하지 말고 홀연히 사라지듯 떠나기를 권한다그 결심이 인생을 180도 바꿔놓진 않지만그를 계기로 겁쟁이 반열에서 탈출할 수 있으며평생을 곱씹을 만큼 강력한 추억을 소유하게 되기 때문이다몸과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져 제대로 설 수조차 없을 때 충동적으로 떠난 여정이 오직 이묵돌만의 여로가 되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극한에 깃든 창조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비록 이 글을 읽는 내내 제발 집에 좀 가세요는 말이 수십 번 나오긴 하겠지만때로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내던져진 그가 부러워지기도 할 것이다누구나 꿈꾸지만 누구나 떠날 수 없고혹여 떠나더라도 이묵돌만큼 풀어낼 수 없을 것이다작가는 스스로를 머저리라 칭하지만그것은 천재가 보이는 겸양에 불과하다는 사실임을 말해두고 싶다이 책을 통해 이야기꾼 이묵돌의 여로에 함께하시길 바라며더불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앞으로의 행보에도 주목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내게 있어 여로란 단순히 여행하는 길이면서,

노서아를 통과하는 길이었지만동시에 돌아가기까지

남은 길이기도 했다그렇게 보면 나는 항상지금 이 순간까지도 늘

여로에서’ 글을 쓰고 있었던 셈이다우연한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무의식이 유발하는 우연에 기막힌 창조성이 깃들어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만이 아니다.

390뮌헨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