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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단어들

저자 이적
브랜드 김영사
발행일 2023.05.23
정가 14,800원
ISBN 978-89-349-7883-1 03810
판형 125X205 mm
면수 224 쪽
도서상태 판매중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온

천부적 이야기꾼 이적의 생애 첫 산문집

 

새 책을 쓰려고 새 노트북을 산 사람이 있다그는 3년간 초고를 쓰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짧은 글들을 이따금 공개했다문제적 화두를 던졌고 사회적 울림을 전했고 대중적 공감을 자아냈다어느 날부턴가 제법 쌓인 단편들을 수차례 다듬고어디에도 내보이지 않은 미발표작들을 살피며 두 계절을 흘려보냈다눈치 빠른 이들은 알아챘다그가 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이름 앞에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싱어송라이터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이적은 그렇게 생애 첫 산문집을 썼다마감 직전 그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곁에 머무는 시간을 견디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적의 단어들은 어느 단어에서 촉발된 이야기를 엮은 산문집이다산문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상 시와 소설을 넘나든다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을 꼬집고 새의 깃털처럼 새로운 세계를 펼치며 희망이자 구원을 그린다인생의 넓이상상의 높이언어의 차이노래의 깊이자신의 길이 등 총 5부로 나뉜 책은 장황하게 에둘러가지 않고 이야기의 핵심으로 파고들며날카로운 유머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우리가 그동안 보던 산문에서 벗어나 일상과 환상의 중간 지점에서 의미를 발산한다.

 

이적은 언어를 씻기고 씻기며 마땅한 문장과 정직한 수사를 찾았다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림으로 표현하거니와섭씨 1,250도 가마 속 불길을 견디는 도자기그것을 노려보는 소년의 눈빛과 바라보는 노년의 눈빛이 섞인 눈동자를 닮았다그가 써 내려간 글을 묘사하거니와펜촉에서 떨어진 벼락 같다벼락의 전후 사정을 쓰는 건 서술이지만 벼락이 번뜩이는 순간을 쓰는 건 정신이다이 책에는 그런 번쩍이는 정신이 담겨 있다잔재주가 없어 군소리로 들리지 않는 단단한 단편들이 기쁨과 슬픔을 깨운다.

  • 이적 (저자)

싱어송라이터달팽이〉 〈왼손잡이〉 〈UFO〉 〈거위의 꿈〉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Rain〉 〈하늘을 달리다〉 〈정류장〉 〈다행이다〉 〈빨래〉 〈말하는 대로〉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나침반〉 〈숫자〉 〈돌팔매〉 등의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지은 책으로 픽션집 지문사냥꾼과 그림책 어느 날,》 《기다릴게 기다려 줘》 《당연한 것들》 등이 있다.

전주

 

1인생의 넓이

인생 인생   지혜  스타  홍어  상처  신발   이어폰  악순환  엇갈림   쓰레받기  멀미  가치  투표  지폐  고스톱  시간 성탄절  송년

 

2상상의 높이

영화관  리셋   라면  가르마  가방  라이터 AI  절연   악마  좀비  가상인간  물수제비 불멸   서재  물방울   평행우주 중앙선  불면증  공포증 눈사람  위기  기차  샤워볼  베개  휴지   회전문  보조개  세포

 

3언어의 차이

앞뒤  두려움  원만(圓滿 변화  누다  개떡  클리셰  공감 능력   가스   부분   친절  맛  칫솔  인과(因果)

 

4노래의 깊이

기타  춤  창작 사고실험  멀티태스킹  거위 비 하늘  빨래  매듭   거짓말   렛잇고  산토끼  라이브  층간소음  콘서트  피아노

 

5자신의 길이

씨앗  짜증 경우  솜사탕  눈물   이석증  고수  지속 가능성  강박  잠   삼시 세끼  나이   커피  술  거울   욕심  성공 부작용   수염   자유  근심

 

 

 

 

후주

이적이 고른 어느 낱말에서 촉발된 단편들

알쏭달쏭한 세상에서 벼락처럼 번뜩이는 에스프리

 

천부적 이야기꾼 이적이 단어를 모티브로 한 생애 첫 산문집을 썼다때론 수학자처럼 언어를 예리하게 분석하고때론 철학자처럼 수수께끼 같은 삶의 이면을 꿰뚫어 보고때론 소설가처럼 상상의 불꽃을 터트린다그가 고른 낱말들에는 생활인의 근심과 욕심음악인의 기쁨과 슬픔이 세계의 구성원으로서의 살아가는 절망과 희망이 스며 있다그는 어떤 마음으로 수록된 101개의 낱말을 골랐을까인상적 사건이나 궁극적 가치사회적 화두인간적 면모즉흥적 발상희로애락의 순간 등 그 주위를 도는 세상과 사유의 편린을 오래도록 공글리고 모았을 터그래서 그의 글에서는 시간과 깊이가 느껴진다.

 

지금의 나를 만든 단어는 무엇인가인생은 한 단어를 부르고 쓰면서 시작된다한 생명은 태어날 때 한 단어로 된 이름을 얻는다그 생명은 엄마’ ‘아빠라는 한 단어를 익히고사랑하는 무엇을 무엇이라 명명하면서 성장한다그리하여 인간을 둘러싼 단어는 몇 음절로 이루어진 문자를 넘어서수백 가지 뜻을 지닌 의미 상자와 같다이적의 단어들은 그런 단어 상자들의 모음집이다.

 

1부는 인생의 점 선 면을 그려보고 넓이를 헤아린다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마주하는 의문점과 지향점을 돌이켜보고구겨진 종이를 닮아 흔적이 남는 상처의 선을 들여다보고자기에게 적당한 면을 찾아간다팬데믹에서 엔데믹을 거치며 마스크 한 장의 가치가 변했듯변하는 것들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우리네 인생에 존재함을 짚는다.

 

2부는 소설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소설을 담았다. “당신과 주변의 모든 상황이 5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리셋 버튼,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있는데” 등장한 악마전성기를 보내고 빠르게 대중에게 잊힌 가상인간 등을 소재로 한 낯선 이야기가 등장한다악의 없는 농담묘하게 비틀린 필치가 빛난다.

 

3부는 언어의 형태적 분석을 넘어 의미적 사유를 확장해간다. “앞을 내다보라와 뒤를 내다보라는 같은 뜻이지만전자는 시선을 향하고 있고 후자는 시선을 등지고 있다는 것. “너 변했어와 몰라보게 바뀌었네는 언뜻 비슷하지만전자는 단절이고 후자는 변혁에 가깝다는 것. ‘똥 누다와 똥 싸다’, ‘가스와 까스’, ‘무서움과 두려움’ 같은 듯 다른 언어의 속뜻을 감지하며 적확한 말로 정확하게 인식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4부는 시간을 견디는 음악을 하는 이적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본다그의 팬이라면 궁금한 글들일 터카니발의 거위의 꿈에서 정규 6집 앨범 Trace의 수록곡인 흔적까지이적의 음악 세계와 노랫말의 탄생기가 기록되어 있다우리는 음악이 없이 살 수 있지만음악이 있어 우리의 삶은 나아질 수 있을 터. “끌어안지 않고 기타를 칠 방법이 있을까.” 대개 명곡은 삶의 비감(悲感안쪽을 끌어안으며 흘러나오지 않는가깊은 울림을 동반하는 노랫말의 기원을 4부에서 찾을 수 있다.

 

5부는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떠올리며 살아갈 길이를 재어본다나이를 먹는 중년의 심정과 이석증을 겪으며 달라진 잠자리의 사정여전한 강박과 유연한 욕심씨앗으로 시작해서 근심으로 끝나는 각 편은 삶의 유한성과 나의 잠재력을 되짚으며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자유에 당도한다자유란 무엇인가비 내릴 때 젖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몸짓이 아니라 온전히 젖을 때에야 느낄 수 있는 것근심도 낙심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평정심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건반에 놓인 손만큼 타자기에 놓인 손이 어울리는 한 사람그가 쓴 책은 그의 음악을 닮았다전주 로 시작해 후주 으로 끝나는 101편은 마음의 풍경./ 때때로 살풍경을 스케치하면서 이란 단어로 끝을 맺는다왜 쉼일까쓰는 일도부르는 일도사는 일도숨 고르기를 잘할 때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이적은 소극장에서 낭독회를 하듯 글을 썼고당신은 책 속 문장을 음미하며 이렇게 읊조릴지도 모른다. “이제는 안다그 눈물에 일리가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