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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신, 만들어진 위험> - 리처드 도킨스

Chapter 1.#예고. 리처드 도킨스의 무신론자를 위한 안내서

여러분은 신을 믿는가?

어떤 신을 믿는가?

 

역사를 통틀어 세계 각지에서 수천 명의 신이 숭배를 받아왔다. (중략)

 

여러분도 그럴 거라고 예상하지만 나는 유피테르, 포세이돈, 토르, 베누스, 큐피드, 스노트라, 마르스, 오딘, 아폴로를 믿지 않는다. 나는 오시리스, 토트, 누트, 아누비스, 그의 형제 호루스 같은 고대 이집트 신들을 믿지 않는다(호루스는 예수나 세계 곳곳의 많은 다른 신과 마찬가지로 처녀에게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었다). 나는 하다드, 엔릴, 아누, 다곤, 마르두크 같은 고대 바빌로니아 신들을 믿지 않는다. (중략)

 

<신, 만들어진 위험> 본문에서

 

 

그리고 나는 유대인의 신 야훼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이 유대인, 그리스도인, 또는 이슬람교인으로 자랐다면 야훼를 믿을 가능성이 꽤 높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아랍식 이름인 ‘알라’로)는 유대인의 신을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는 고대 유대교의 분파이다. 그리스도교 《성경》의 첫 번째 부분은 순수하게 유대교의 경전이고, 이슬람교의 성서인 《코란》은 유대교 경전들에서 일부가 유래했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를 함께 묶어 흔히 ‘아브라함’ 종교라고 부르는데, 세 종교 모두 신화상의 족장 아브라함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유대인의 시조로도 추앙받는다. 우리는 잠시 후 아브라함을 다시 만날 것이다.

 

이 세 종교를 모두 일신교라고 부르는데, 이는 신자들이 오직 하나의 신만을 믿는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내가 ‘주장한다’는 표현을 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오늘날의 지배적인 신 야훼는 고대 이스라엘인의 부족 신으로 소박하게 출발했다. 고대 이스라엘인은 야훼가 그들을 ‘선택받은 백성’으로서 보살핀다고 믿었다(야훼가 오늘날 전 세계에서 숭배받는 것은 역사적 우연이다. 즉 서기 312년에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개종한 후 로마제국이 그리스도교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웃 부족에게는 그들만의 신들이 있었고, 그들은 그 신들이 자기들을 특별하게 보호해준다고 믿었다. 그리고 고대 이스라엘인은 자신들의 부족 신인 야훼를 섬겼지만, 그렇다고 가나안 사람들이 섬긴 다산의 신 바알 같은 라이벌 부족들의 신을 믿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야훼가 더 힘이 세고,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질투가 매우 심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야훼는 다른 신들에게 추파를 던지다 들키면 화를 당할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중략)

 

사람들이 자신은 무신론자라고 말할 때, 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신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요정이나 픽시, 엘프나 도깨비, 레프러콘이나 분홍 유니콘은 없다는 것을 우리가 증명할 수 없는 것처럼, 그리고 산타클로스나 부활절 토끼 또는 이tooth의 요정은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지만 누구도 그 존재를 반증할 수 없는 수십 억 가지 것들이 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실감 나는 비유를 들어 그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내가 여러분에게 도자기 찻주전자가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다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내 주장을 반증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것을 반증할 수 없다는 게 그걸 믿을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는 모두 ‘찻주전자 불가지론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찻주전자 불신자이다. 여러분은 찻주전자 불신자, 요정 불신자, 픽시 불신자, 유니콘 불신자 등 여러분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의 불신자인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즉 엄밀하게는 불가지론자이지만) 무신론자가 될 수 있다.(중략)

 

많은 사람이 《성경》 《코란》 또는 어떤 다른 성서 때문에 자신들의 신 또는 신들을 믿는다. 이 장이 벌써 여러분에게 성서가 믿음의 이유인지 의심해볼 마음을 먹게 했을지도 모른다. 세계에는 수많은 신앙이 존재한다. 여러분이 읽으며 자란 성서가 진실인지 어떻게 아는가? 그리고 만일 다른 모든 것이 틀렸다면, 어째서 여러분의 성서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대체로 그리스도교의 《성경》을 읽으며 자랐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 장은 《성경》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누가 그것을 썼고, 어떤 이유로 사람들은 거기에 적힌 말이 사실이라고 믿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