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자존감을 높여줍니다. 다른 이점도 여럿 있기는 하죠. 글쓰기 연습을 하면 언어 능력이 자라니까 성적도 오르고, SNS에 인상적인 글도 곧잘 남기며, 훗날에는 세련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글쓰기의 이점을 딱 하나만 꼽는다면 자존감 고양입니다. 글을 쓰면 나 자신이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라고 믿게 됩니다.
이 사실을 증명한 연구도 있습니다.
미국 데니슨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크리스티나 슈타이너Kristina Steiner 교수가 2019년에 관련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대학생 300여 명에게 10분 동안 자기 인생에 대한 글을 쓰게 해보니 글쓰기 전 측정치와 비교하여 자존감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아졌다고 합니다. 어떤 주제이든 상관없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내용이면 무엇이든 10분만 써도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저도 글쓰기의 자존감 고양 효과를 목격했습니다. 저는 중고등학생 대상 논술 책 두 권을 쓴 이후 학원 강의 등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기회를 얻어 10년 넘게 글쓰기를 가르쳤습니다.
당시 어린이들에게 고민을 글로 자주 쓰게 했는데 그 내용을 보니 대개 자존감이 낮은 이유가 하나씩 있더군요. 예를 들어서 수학을 못 하거나 운동 실력이 부족하거나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어서 자신이 싫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담은 글을 쓰고 나자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생각만 할 때는 고민이 끝도 없이 깊었지만 글로 표현한 뒤에는 자존감을 훼손하는 고민에서 놓여나는 듯 보였습니다. (중략)
글쓰기의 혜택이 많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실제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죠. 대개 아이들은 글쓰기를 무척 싫어합니다. 정확히는 두려워서 기피합니다. 아이가 글을 쓰게 하는 방법은 네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아이의 삶이 놀라운 스토리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아이는 초능력 소유자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엄마, 아빠와 한집에서 10년 넘게 갖은 고생을 견디며 살고 있으니 대단합니다. 어린이로 살다보면 기쁜 일은 물론이고 슬픈 일도 매일같이 생겨납니다. 다양한 시련도 겪습니다. 그걸 다 경험하고 버텨내는 아이들은 대단한 능력자입니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주면 자존감이 충만한 글을 쓰게 될 것입니다. (중략)
두 번째로 훌륭하지 않은 예도 실컷 보여줘야 아이가 글을 쉽게 씁니다.
보통 아이들은 전문가가 쓴 모범적인 글만 접합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현실 속 대부분 아이는 글을 모범답안처럼 매끄럽게 쓰긴 어렵습니다. 이게 정상이죠. 아이의 현실 글처럼 실수와 허점도 가득한 글을 보여줘야, 낄낄 웃고 고치면서 실력이 늘어납니다. 아울러 완벽하지 않은 예문을 접한 뒤 글을 쓰며 자신에게 관대해진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실수를 좀 해도 괜찮구나’ 하고 자신에게 관대해지며 글쓰기 공포증과 기피증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이 책처럼 실수투성이 예문을 넉넉히 담은 글쓰기 책은 많지 않습니다.
세 번째로 글을 쓰게 만들려면 아이가 원하는 글을 써야 합니다.
‘과학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부모님이 원하는 주제입니다. 아이가 쓰고 싶어 하는 주제는 따로 있어요. ‘반려동물을 길러야 하는 이유’ ‘엄마, 아빠가 반성해야 할 것들’ ‘어린이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뛰어난 점’ 등에 대해서 쓰라고 하면, 어린이가 연필을 후다닥 잡을지도 모릅니다. 원하는 걸 쓰게 해야 글을 씁니다. 지나치다 싶게 쉬운 이치입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예문과 연습 문제 글감은 대부분 어린이 세계에 친화적인 편입니다.
네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습니다. 글쓰기 기법을 배워야 글쓰기를 좋아하게 됩니다.
음식 레시피가 전해지는 것처럼, 글을 쓰는 기법도 세상에 이미 존재합니다. 가령 수사법은 고대 그리스에서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문장끼리 그리고 문단끼리 부드럽게 연결하는 방법, 첫 문장을 쓰는 방법, 소재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방법도 다 기성의 것들입니다. 이런 기법을 알면 글쓰기가 편하고 재미있어집니다.
자전거만 사주고 타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 부모님은 없습니다. 그런데 글 쓰라고 시켜놓고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모님은 많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글쓰기 교육을 도울 책이 충분하지 않은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런 부모님에게 도움이 되도록 글쓰기 기법을 가장 풍성하고도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