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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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그러라 그래> - 양희은

Chapter 10.#9 :: 노래와 삶이 다르지 않았던 사람

남에게 드러내보이는 직업인 연예인. 무대에서의 태도와 웃음 또는 보도되는 어떤 일들에서 연예인의 이미지는 쌓여간다. 하지만 ‘열린 직업의 폐쇄성’이라는 상반되는 거시기가 우리에게는 존재한다. 일하는 동안에는 일거수일투족이 다 드러나는 열린 직업이지만, 일 끝나면 사람들 사이에 편히 섞이지 못하니 어디 가지도 못하고 보통은 집에서 보낸다. 그러니 무대나 스튜디오가 자기가 아는 세상의 전부인 친구들도 꽤 있을 것이다.

 

어쩌면 시장에서 장사하는 이들처럼 일상에서 잘 닦인 능력, 즉 사람을 보는 눈과 귀가 우리에겐 결여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만나는 사람이 많으니 언뜻 생각하면 세상 문리가 많이 트일 것 같아도, 외려 물정을 모르는 친구들도 꽤 있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결론이다. 낯을 가리고 수줍음이 많으며 자기표현도 서툴 수 있다.

 

 

나는 목소리가 일단 크고,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 그런지 단호하고 깍쟁이 같고(서울 말투와 평안도 말투의 합작이랄까)당당하다고 생각하실런지 모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에 대한 점수가 박하고 자기 비하도 자주 한다. 자신의 잘난 점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다.

 

할 말은 눈치 보지 않고 일단 하는 편이라는 건 어느 정도 맞는다. 아예 거르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마음에 떠오르는 현재의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니까 늘 솔직하게 말하려고 한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살아온 만큼, 느끼는 대로…… 그러다 보니 거침없이 말하는 것이 어느새 내 캐릭터가 된 것 같다.

 

나는 만나는 모든 이들과 소통을 편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좀 부드러워졌다는 것일까? 옛날부터 나를 알던 사람은 “양희은 성질 다 죽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게 매력이었다나? 너무 쓸데없이 부드러워졌다나? 가시가 있어야 양희은다웠다나? 내가 얼마나 가시투성이었기에 이런 말들을 던질까.

 

주변에서 나를 두고 하는 말들은 많지만 난 그저 나이고 싶다. 노래와 삶이 다르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노랫말과 그 사람의 실지 생활이 동떨어지지 않는 가수. 꾸밈없이 솔직하게 노래 불렀고 삶도 그러했던 사람.

 

물론 어떻게 기억되고 싶다고 해서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노래는 어디까지나 듣는 사람, 되불러주는 사람들의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