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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장명숙

Chapter 1.#예고 :: ‘밀라논나’ 장명숙 에세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내일이 궁금한 삶

 

나는 1952년생 장명숙이다.

한국전쟁 중 지푸라기를 쌓아놓은 토방에서 태어나

일흔 살 언저리에 유튜버가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설레고

저녁에 몸을 누이면 ‘오늘 난 잘 살았나?’ 되돌아보고

‘내일 또 어떤 일이 펼쳐질까?’ 기대하곤 한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나를 멋쟁이 할머니라 불러주는 분들도 있고

롤모델이라 말해주는 분들도 있다.

모든 게 과분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만큼 자긍심도 책임감도 커졌다.

 

3백여 쪽의 책을 쓰면서

내가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사는 게 참 극기훈련 같았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에게, 겨우 요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얼굴은 작고, 입은 유난히 커서

어릴 때부터 못생겼다는 소리를 들었다.

몸도 약해서 잦은 병치레로 고생도 좀 했다.

 

그런데 이런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서일까?

아니면 이런 외모를 지적하는 환경 때문이었을까?

확실한 건, 그런 환경이 준 콤플렉스가

나를 패션계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덕분에 화려한 조명도 받았고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도 보았으며

나를 가꾸고 아끼고 사랑하는 법도 배웠다.

 

현모양처라는 이데올로기에 묶여 버거웠지만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여자라서 받았던 설움도 있었고

동양인이라서 소외감도 느꼈고

일하는 엄마라서 겪은 슬픔도 있었다.

 

두 아들의 유년 시절에 긴 시간 함께하지 못한 건

두고두고 미안함으로 남을 것 같다.

이런 서사를 책에 담다 보니

때로는 감정이 앞선 문장과 서사가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1994년, 큰아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대수술을 받았을 때도

이듬해 내가 근무하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때 소외된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겠다는 기도를 했고

그때의 다짐을 차근차근 행동으로 옮겼다.

 

이 나이가 되니 곳곳에서 ‘사는 게 뭘까?’라고 묻는다.

사는 게 뭐 별것일까.

태어나졌으면 열심히 사는 거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 살면 좋고.

내 몫을 책임져주지 않을 사람들의 말은 귀담아두지 말고.

 

인생의 고비마다 되풀이하던 말이 있다.

“그래, 산이라면 넘고 강이라면 건너자.

언젠가 끝이 보이겠지.”

늘 발을 동동 구르며 살았던 지난날, 힘들 때마다 외웠던

구상의 시 〈꽃자리〉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 가시밭길이어도,

어느 날 돌이켜보면 꽃길 같겠지.’

 

조심스럽게, 담담하게 말하고 싶다.

매 순간 나는 성실히, 알뜰히, 정성껏,

내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그리고 이제부터 소외된 약자들을 위해

내가 가진 힘을 더 오롯이 쏟아보려고 한다고.

 

죽을 때까지 선량한 사랑의 서사를 이어가고 싶다.

이 책은 그런 서사의 일부다.

 

2021년 햇빛 좋은 날에

밀라논나 장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