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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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장명숙

Chapter 6.#5 :: 장기기증을 신청하다

 

조금씩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죽은 뒤 남겨진 물건은 유품이 되지만

내가 죽기 전 건넨 물건은 정표가 될 테니

나의 물건들을 주변인들에게 정표로 나눠주고 있다.

 

또 가끔 두 아들에게 농담조로 부탁한다.

“엄마 죽으면 장례식은 간소하게 해줘.

장례비 아껴서 엄마가 관여했던 사회복지기관으로 보내줘.

제사는 지내지 마.

다만 엄마가 가톨릭 신자로 살았으니

엄마가 세상 뜬 날, 죽은 이들을 위한 연미사는 올려줘.

그 의식이 일종의 제사니까.”

 

그리고 장기기증을 신청했다.

2009년 2월, 평소 존경하던

김수환 추기경께서 하늘나라로 가시면서

사후 각막 기증을 하셨다는 사실을 접하곤 나도 마음을 굳혔다.

 

‘한마음한몸장기기증센터’에 문의해보니,

장기 전부를 기증할 경우 필요한 장기를 적출하고

시신은 화장해서 분골을 해준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장기기증을 하려면 가족의 동의가 필요했다.

 

특히 남편은 “같이 묻히고 싶다”며 만류했다.

“아유, 그냥 살아 있을 때 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설득했다.

두 아들은 “어머니 몸이 약해서 힘드실 텐데”라며

반대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지금부터 엄마에게 잘해줘. 튼튼하게 살다가 죽을 거야.

각막을 이식해서 밝은 세상을 볼 분들을 생각해봐.”

나는 농담으로 받아치며 장기기증 신청을 감행했다.

이 결단으로 관과 수의에 관한 고민을 상쾌하게 해결했다.

 

장기기증 등록을 한 뒤,

수혜자들에게 건강한 장기를 줄 수 있게

기왕이면 너무 오래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생겼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다소 가벼워졌다.

 

언제 어떻게 삶을 마감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다만 최대한 깔끔하게 이 생을 끝내고 싶다.

그렇게 나의 죽음이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기를,

충만한 기쁨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