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님! 내 부탁 하나 들어주소, 꼭!”
“네, 스님. 말씀하세요.”
“나는 이렇게 느무 병원 십자가 아래서 누워 죽지만, 우리 시님들 늙거나 병들면 편히 죽을 수 있는 병원 하나 지어주소. 스님은 할 수 있어.”
나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스님, 난 못 해요. 내가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안 돼요! 스님! 병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닐 거예요.”
그러자 스님은 내 손을 더욱 세게 잡으며 말했다.
“원願을 세워요, 스님! 부처님이 계시니까.”
“못 해요! 스님! 난 지금 스님을 뵙는 것도 가슴이 아파 찢어질 것 같은데…… 못 해요, 절대로. 그냥 이렇게 하면서 살래요.”
스님은 말려 들어가는 혀로 끝까지 나를 설득했다.
“부탁허요, 이런 일이 있어서는……”
곁에 서 있던 수녀님은 마음이 안 되었는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 점점 목소리에 힘이 빠지면서 끝까지 부탁하는 스님의 말씀이 간곡했다.
“내가 죽어서라도 도와줄게. 원만 세워! 원만 세우면 다 돼.”
스님의 눈물이 내 승복 바지에 젖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