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선한 일도 못 하고 일상에 쫓겨 죄만 짓고 살았는데… 저는 어떻게 되나요?” 수천 명의 마지막을 돌보며 깨달은 삶과 죽음의 아름다운 여정
#죽음
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나는 죽음을 돌보는 수행자입니다 능행 저자
  • 2024년 04월 30일
  • 292쪽135X195mm김영사
  • 978-89-349-3963-4 03810
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나는 죽음을 돌보는 수행자입니다 저자 능행 2024.04.30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선한 일도 못 하고 일상에 쫓겨 죄만 짓고 살았는데… 저는 어떻게 되나요?”
수천 명의 마지막을 돌보며 깨달은 삶과 죽음의 아름다운 여정
국내 불교계 최초로 호스피스 전문병원을 만들어, 말기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평안을 돕고 있는 능행 스님이 30여 년간 죽음의 현장에서 겪고 느낀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삶과 희망의 이야기.
 
늙고 병든 부모 앞에서 재산만 탐하는 자식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자식을 가슴에 품고 보내지 못한 부모, 한국전쟁 때 사람을 죽인 트라우마를 죽음의 순간에도 내려놓지 못한 할아버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마지막 순간까지 미련을 남기고 떠난 인연들…
 
삶의 굴레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았더라도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 탄생과 죽음은 공평하다. 비록 생명은 유한하지만 죽음으로 가는 길에 진정한 참회와 발원으로 새 삶을 희망한다면, 죽음이 영원한 단절이 아니라 다음 생에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잡은 능행 스님의 손이 미덥고 따뜻하다.
 
P.32-33
보살님은 합장한 채로 니르바나에 들었다. 복수도 다 빠지고 메마른 얼굴에는 홍조가 돌았다. 어디에선가 향기가 진동했다. 나무아미타불. 필시 극락정토의 향기이리라. 나는 간호사들과 임종실에 수시로 들어가 그 그윽한 향기를 맡았다. 여덟 시간 정도 퍼지던 그 향기는 정말 감미롭고 향기로웠다. 임종을 맞은 보살님의 모습에 거룩함이 깃들어서 얼굴을 덮을 수가 없었다. 잘 살아야 잘 죽는다는 걸 다시금 마음에 새겼다.
P.96
“시님! 내 부탁 하나 들어주소, 꼭!”
“네, 스님. 말씀하세요.”
“나는 이렇게 느무 병원 십자가 아래서 누워 죽지만, 우리 시님들 늙거나 병들면 편히 죽을 수 있는 병원 하나 지어주소. 스님은 할 수 있어.”
나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스님, 난 못 해요. 내가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안 돼요! 스님! 병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닐 거예요.”
그러자 스님은 내 손을 더욱 세게 잡으며 말했다.
“원願을 세워요, 스님! 부처님이 계시니까.”
“못 해요! 스님! 난 지금 스님을 뵙는 것도 가슴이 아파 찢어질 것 같은데…… 못 해요, 절대로. 그냥 이렇게 하면서 살래요.”
스님은 말려 들어가는 혀로 끝까지 나를 설득했다. 
“부탁허요, 이런 일이 있어서는……”
곁에 서 있던 수녀님은 마음이 안 되었는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 점점 목소리에 힘이 빠지면서 끝까지 부탁하는 스님의 말씀이 간곡했다. 
“내가 죽어서라도 도와줄게. 원만 세워! 원만 세우면 다 돼.”
스님의 눈물이 내 승복 바지에 젖어들었다.
P.104
우주의 수많은 별 중에 초신성은 폭발 후 작은 부스러기들과 다시 만나 또 다른 별을 만들어낸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육신은 부서졌지만, 업이라는 잔해들이 모여서 또 다른 삶을 구축해낸다. 소멸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우주의 진리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P.166
거사님은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죽을 둥 살 둥 허덕이며 모아둔 재산과 가족들 때문에 꼭 살아야 한다고 울먹이던 큰오빠 같은 환자였는데, 근심걱정 다 어찌하고 가시려는지……
새벽이 되자 사대가 점점 흩어져가고 혀가 굳었다. 다만 눈동자만 살아서 곁에 있어 달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거사님은 오전 11시경에 눈 한 번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다가 눈을 뜬 채로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가족 한 명 없이 쓸쓸한 병실에서. 훗날 어머니가 아시면 얼마나 원통해하실까.
P.194-195
환자의 임종을 돕는 의료진과 영적 돌봄가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적절한 간호와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의 영적인 상태가 안정되고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환자의 종교에 따른 종교적 돌봄이 절실하다. 죽음이란 다리를 이용해 또 다른 삶으로 가는 여정인데, 이때 좋은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토마을 자재병원에서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존재하지만 언젠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도 마찬가지이다. 삶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죽음이 아름다워야 한다. 생의 가장 마지막 순간, 깨끗하고 안락한 돌봄의 환경이 필요하다. 따뜻하게 손을 잡아줄 가족 혹은 친구가 있다면 죽음은 아름다울 수 있다.
서문 _ 오래된 이야기 

1.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또 다른 생을 향해
어머니 떠나던 날
나의 기도 안의 아이
이 별에서의 이별
한창 웃고 공부할 스물한 살
극락에는 치과가 없소?
그리움
백금 귀고리를 하고 떠난 그녀
파도가 들려주는 법문
별이 되어 빛나는 스님을 기억하며
별처럼 아름답게
2.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
무소유가 소유
기러기 아빠
인연과보
다이아몬드 반지가 담긴 보따리
할아버지의 용서
잿빛이 재로 흩날리는 날
가난한 사람들의 꿈
새털처럼 가벼운 인생

3. 아름다운 이별, 아름다운 만남
좋은 몸 받아 다시 오기를
인간 세상에도 육도가 있다
다음 생으로의 길에 전략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돌봄
삶의 끝까지 함께하는 종교
다시 태어나면 아기를 낳고 싶어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에게
집으로 온다

4.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에게
희망은 우리를 춤추게 한다
슬기로운 삶과 죽음
죽음에도 배움이 필요하다
그대가 원하는 곳으로
아버지 무덤가에서 인사를 올립니다
태조산 금강이도 힘을 보태고
언양 땅에 닻을 내리고
다시 봄이다
작가이미지
저자 능행
“죽음도 삶의 한 여정”이라는 신념으로, 능행 스님은 환자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한 채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지난 30년간 수천 명의 죽음을 배웅하였다. 우리나라 불교계에 제대로 된 호스피스 시설이 없음을 가슴 아파하던 그는 간절한 서원과 희망을 모아 불교계 최초 독립형 호스피스 정토마을을 세웠고, 이후 불교 호스피스 전문병원인 자재병원을 울산시 울주군에 건립했다. 그는 오늘도 이생과 저 생의 간이역에서 병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선고받은 사람들과 더불어 어떻게 죽을 것인지, 그 마무리를 아름답게 준비하고 돕는 일을 하고 있다. 
2021년 말기암 환자와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 데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암예방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저서로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 《환자를 위한 불교 기도집》 《불교 임상 기도집》 《이 순간》 《숨》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는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