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시야로 큰 그림을 보는 최고의 사상가.” 빌 게이츠
생물 다양성부터 도시와 인구, 경제 규모, 아름다움의 법칙까지
전방위 사상가 바츨라프 스밀이 ‘크기’로 통찰한 현대 문명의 실상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인구 천만의 거대도시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량부터 국가의 연간 GDP까지, 우리는 물리적이고 개념적인 ‘크기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우리를 둘러싼 온갖 크기를 명확히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세계적 석학이자 통계분석의 대가 바츨라프 스밀이 신작 《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원제: SIZE - How It Explains the World)에서 이러한 크기에 주목해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통찰을 전한다.
바츨라프 스밀은 빌 게이츠가 모든 저작을 섭렵할 정도로 가장 신뢰하는 과학자라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에너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공공 정책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합적 관점으로 사실 기반의 객관적 데이터와 통계를 날카롭게 분석해 현시대에 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왔다. 이러한 전방위 사상가로서의 면모는 크기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룰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책은 최신 과학과 공학, 역사와 예술을 아우르는 압도적 지식으로 익숙하고도 생소한 크기의 규칙성과 특이성을 탐구하고, 크기의 성장과 한계, 변화와 분포를 조명한다. 역자의 말처럼 “수십 년의 연구를 압축”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인류가 생각하고 관찰하고 접하고 다루는 크기의 모든 것을 담았다. 크기가 어떻게 기능하고 어떻게 일상을 지배하는지 조목조목 파헤쳐 크기야말로 만물의 척도이자 세상의 작동원리임을 다각도로 풀어낸다. 현대 세계는 왜 더욱 큰 것에 집착하는가? 클수록 우월한가? 무한한 성장은 과연 가능한가? 우리는 어떤 크기를 기준으로 삼고, 어떤 크기에 감명받는가? 황금비는 아름다움의 절대 기준인가? 생물 다양성부터 도시와 인구, 경제 규모, 아름다움의 법칙까지 크기로 현대 문명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크기를 알아야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클수록 우월한가? 무한한 성장은 과연 가능한가?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기 위한 크기의 모든 것
크기는 왜 중요한가? 인간은 사물을 볼 때도 현상을 볼 때도 크기를 평가하고 비교한다. 이 책은 이러한 크기의 역할로 1장을 시작해, 2장에서 우리가 크기를 어떻게 지각하고, 왜 착시에 빠지는지를 알아본다. 3장에서는 크기 사이의 관계인 비례, 대칭, 비율을 살펴보며 황금비에 대한 논란도 놓치지 않는다. 이어서 4장은 인체공학 등 크기의 설계를 통해 크기의 팽창과 그 한계에 대해 폭넓게 조망한다. 크기의 변화 또한 중요하다. 5장과 6장에서는 키가 커지거나 체중이 무거워지는 등 크기가 다른 크기로 변할 때 인간과 동물, 기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세히 파고든다. 7장과 8장은 크기의 분포에 관한 이야기다. 소득과 부를 비롯한 사회적·경제적 삶은 크기의 분포와 관련이 있다.
“더 복잡해서 더 커진 것이 아니다. 더 크기 때문에 더 복잡해진 것이다. 크기가 변하면 다른 모든 것도 변해야 한다.” — 바츨라프 스밀
더 높은 건물, 더 넓은 디스플레이, 더 거대한 산업까지, 더욱 큰 것에 집착하는 현대 세계
도구는 인간의 신체를 기준으로 설계된다. 연필은 손으로 쥘 수 있어야 하고, 안경은 눈동자 사이의 거리에 제약을 받으며, 숟가락은 입의 크기에 맞아야 한다. 가구도, 집도, 건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큰 것에 집착하고 있다. 오늘날 아주 잘나가는 SUV는 1950년대 초 유럽 시장을 지배한 승용차와 비교하면 무게가 2배, 심지어 3배에 달한다. 주택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평균 주택 면적은 1950년과 비교할 때 2.5배 이상 넓어졌다. 가구원의 수가 점점 줄어들어 1인당 평균 거주 면적은 거의 4배로 늘었다. 집이 커지면서 냉장고와 TV도 자연히 커졌다. 이러한 크기 증가 뒤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상 유례없을 만큼 증가한 각국의 GDP가 있다. 즉, 풍요가 현대 사회의 성장과 팽창을 부추기고 있다.
몸의 크기가 변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인간이 인간으로 기능하기 위한 최적의 크기는?
생물은 몸 크기가 변할 때 어떻게 달라질까? 바츨라프 스밀은 고전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과 거인을 통해 신체와 대사(代謝)의 변화를 흥미진진하게 해설한다. 소인의 키가 15센티미터라면 소인은 체열 손실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먹고 움직여야 한다. 뇌는 약 10그램으로 인지 능력이 인간의 1퍼센트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면 거인은 똑똑할까? 키가 7층 건물 정도 높이인 거인의 뇌는 200킬로그램에 가까울 것이나, 사고 능력보다는 두개골이 얼마나 무거울지부터 걱정해야 한다. 거인은 체중을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이다. 이 이야기는 그저 18세기 고전문학의 잘못된 가정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바츨라프 스밀의 치밀한 분석으로 우리는 인간이 인간으로 기능하기 위한 가장 최적의 크기를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 성장을 제한하는가? 크기가 지나치게 커지면 투자 수익률이 감소한다
규모의 경제는 늘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다. 바츨라프 스밀은 대도시의 에너지 효율이 소도시보다 더 높은지를 따져본다. 도시는 세계 인구의 55퍼센트를 점유하지만, 모든 에너지의 거의 70퍼센트를 소비하며, 온실가스의 70퍼센트 이상을 생성한다. 큰 도시가 작은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더 아낄 수 있는 것도,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효율과 실용성, 구체적으로 투자 수익률 감소와 비용 증가는 크기를 제한한다. 유조선의 크기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15배 이상 커졌지만, 1970년대 이후 증가 추세가 멈췄다. 큰 배를 건조하는 데 기술적 장애물은 전혀 없었지만, 초거대 선박은 운하를 통과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크기가 커질수록 활용도 대비 건조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생물과 인공물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은 물리법칙만이 아니다.
키가 클수록 소득은 높지만 기대 수명이 줄어든다는 통계의 진실은?
키는 유전의 결과인 동시에 사회경제적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다. 가정의 소득, 교육, 보건의 수준은 아동의 키만이 아니라 추후 임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연히 키가 크면 소득이 높다는 통계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키와 수명의 관계는 어떨까? 과거에는 키가 크면 수명도 길다고 생각했지만,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키가 클수록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며, 키가 1센티미터 커질 때마다 기대 수명이 0.4~0.63년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몸에 세포가 더 많을수록 암 유발 돌연변이의 표적도 늘어나며, 따라서 키는 암 위험 증가의 대리 지표인 것이다.
왜 비행기 이코노미석은 점점 불편해질까?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것은 현대의 특징이다. 특히 비행기에서는 반드시 앉아야 하므로 의자 중에서도 항공기 좌석의 설계만큼 인체공학이 중요한 분야는 없다. 인체공학은 편안함을 중시하면서 오래 앉아 있기 어려운 고령자나 환자의 건강 문제까지 고려한다. 하지만 더 많은 승객을 싣기 위한 대중 항공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좌석 너비와 좌석 간 거리가 좁아지고 있다. 신체를 기준으로 한 최소 크기가 명백함에도 대개 81~96센티미터였던 좌석 간 거리는 71센티미터까지 줄어들었다. 이런 문제는 비만 인구가 늘면서 더욱 악화했다. 한 승객 권리 단체는 좌석 간 거리의 최소 기준을 규정해달라고 청원하기도 했지만, 일부 항공사는 오히려 등받이가 달린 자전거 안장 같은 좌석이나 서서 타는 ‘수직 좌석’ 등 공간 절약 장치들을 설계하고 있다.
미(美)를 규정하는 기준이 된 황금비는 자연의 설계인가, 인간의 상상인가?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칭송받는 황금비는 정말 어디에나 있을까? 바츨라프 스밀은 직접 A4 용지, 노트북 화면과 계산기 등 주변 사물의 크기를 재 증거를 찾았지만 모두 황금비에 들어맞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의 미인 대회 출전자의 얼굴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황금비는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황금비가 존재한다고 믿는가? 인간은 질서와 패턴을 선호하고 보편적인 규칙을 찾아내며 즐거워하곤 한다. 그러나 바츨라프 스밀은 현실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꿰뚫는 단 하나의 불변 법칙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크기를 통해 이 파악하기 힘든 질서를 탐구함으로써 우리 문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