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의 시간》, 《축적의 길》을 통해 꾸준히 잠재성장률이 고갈되고 있는 한국 산업계에 ‘개념설계’라는 새로운 아젠다를 던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정동 교수가 이번에는 ‘혁신 기술은 창의적 천재가 만든다’라는 오랜 통념에 도전한다. 혁신적 기술은 특별한 개인에 의해 발명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산물이며, 사회적 환경과 조건이 갖춰져야 혁신적 기술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는 기술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기술과 사회의 공진화의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나아가 기술을 어떻게 추동하고 더 나은 미래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각 분야 최고의 학자와 연구자가 미래 세대를 위해 만든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 열일곱 번째 책이다.
P.24
기술은 인간이 생물학적 제약을 벗어나 상상 속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치도록 했다. 한마디로 기술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활동 영역을 확장시킨다. 인류의 새벽이 밝아온 이래 인간은 기술과 한 몸처럼 발전해왔고, 생물학적 인간의 모습은 변함없었지만 기술 덕분에 기술과 인간이 합쳐진 복합체는 더 큰 존재로 발전했다.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대문명이다.
P.65
기술은 탄생하고, 성장하며, 성숙한 뒤 다음 세대의 신기술에 밀려 마지막 퇴장하기까지 하나의 생물 개체와 비슷한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생물은 죽고 나면 흙으로 돌아가 다른 생물 개체가 탄생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기술도 유사하게, 기존 기술은 신기술에 밀려 사라지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기존 기술을 구성했던 많은 요소는 다른 신기술이 탄생하는 데 재료로 활용된다.
P.82
기술진화와 생물진화는 참으로 닯은 점이 많다. 일단 무척 다양한 변종이 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혹은 변종 기술이 생기며, 기존 기술이 무대에서 사라지고, 부품 기술이 새로운 기술에 재활용되는 것 등이 그렇다. 따라서 일단 생물진화의 가장 기본적 논리인 변이-선택-전승의 논리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P.96
조합진화의 이야기가 신기술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기막힌 신기술을 만들고 싶다면 천재적 영감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무엇보다 탁월한 조합의 재료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 재료들로 가능한 한 많은 조합을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P.104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약 젠슨 황이 GPU가 더 많은 응용 분야에서 쓰일 수 있도록 CUDA라는 개발 툴을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알렉스가 GPU를 쓰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운이 젠슨 황을 찾아간 게 아니라 젠슨 황이 길을 포장해 운이 걸어들어 올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P.150
나는 특이점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기술진화와 생물진화가 결정적으로 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술진화에서는 바로 인간의 의지와 꿈, 비전과 희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기술진화의 마지막 퍼즐이다.
P.169
기술진화에 인간사회의 의지가 선택 환경으로서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그 반대로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인간사회 자체를 바꾼다. 이에 따라 기술진화의 경로와 속도 자체가 다시 영향을 받는다.
P.197
기술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지만, 인간은 존재 자체가 목적이다.
'목차'는 준비 중입니다.
저자이정동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및 대학원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2020~),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2018~)이며 한국생산성학회 회장(2011)과 한국기업경영학회 회장(2017)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는 기술혁신 분야를 대표하는 국제 학술지 《Science and Public Policy》(옥스퍼드대학 출판부)의 공동 편집장으로 있으며, 대통령 비서실 경제과학특별보좌관(2019~2021)으로 국가정책의 수립에 기여했다. 《축적의 시간》(2015), 《축적의 길》(2017), 《최초의 질문》(2022)을 펴내면서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2023년 1월 KBS 다큐멘터리 〈최초의 질문〉을 통해 혁신을 위한 도전적 질문의 중요성에 대한 통찰을 전한 바 있다. ‘그랜드 퀘스트’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