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답이 있다
이 책은 발견과 과학, 자연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때때로 철학적 질문도 던진다. 자연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할까? 창조와 혁신이 복잡하게 얽힌 세상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자연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인간이 보고 배울 거리가 상상 이상으로 많이 숨어 있다.
#교양과학
자연에 답이 있다 과학적 혁신에 영감을 준 자연의 13가지 아이디어 크리스티 해밀턴 저자 최가영 역자
  • 2024년 11월 04일
  • 444쪽135X210mm김영사
  • 979-11-94330-60-8 03400
자연에 답이 있다
자연에 답이 있다 과학적 혁신에 영감을 준 자연의 13가지 아이디어 저자 크리스티 해밀턴 2024.11.04
혁신의 돌파구가 필요한 시대
인류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자연’이다!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인류의 발견이자 곧 현실이 될 혁신기술들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 꽁꽁 얼어붙은 빙벽을 타고, 모하비 사막의 개미를 따라다니며, 조간대를 샅샅이 뒤지고, 곳곳의 연구소와 과학자들을 찾아다니며 현재 진행 중인 광범위한 생체모방 연구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는 책. 천체의 엑스선을 포착할 수 있는 망원경을 개발할 때 천문학자들은 바닷가재에서 답을 찾았으며, 제2형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할 때 의사들은 파충류 힐라몬스터를 참고했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산호가 바다에서 몸집을 키우는 방식을 관찰하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책은 자연의 메커니즘을 모방하는 생체모방을 통해 자연의 놀라운 능력과 이를 응용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을 소개한다. 학문 간 최신 연구부터 지구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까지, 자연에서 발견한 위대한 아이디어를 찾아 떠나는 경이로운 여정이 펼쳐진다.
P.11
나는 이 책을 모두를 위한 모든 것의 이야기로 썼다. 이 책은 발견과 과학, 자연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때때로 철학적 질문도 던진다. 자연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할까? 창조와 혁신이 복잡하게 얽힌 세상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자연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인간이 보고 배울 거리가 상상 이상으로 많이 숨어 있다. 흔히 인간은 야생의 이치를 확장해 자연계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하려고 애쓴다. 그런 노력에는 생물학, 공학, 화학, 물리학, 재료과학, 수학 지식이 총동원되며 각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 저 너머의 잠재력을 발굴한다. 탐험가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곳을 직접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텅 빈 듯한 공간에 뭐가 있을지 궁금해하듯, 아무도 발 들인 적 없는 미지의 세상 깊숙이 들어가 새로운 통찰을 얻고 인류의 집합지식을 확장하는 게 과학이 하는 일이다. 
P.56
1978년, 마흔넷의 앤절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영국에서 보낸 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시간을 때우려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2월 호를 뒤적이던 중에 그의 시선이 한 곳에서 멈췄다. ‘반사광학기술을 탑재한 동물의 눈’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글을 읽어 보니 달 표면보다도 탐사가 덜 된 곳인 지구의 심해에 아주 특별한 눈동자를 가진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했다. 바로 바닷가재다. 바닷가재의 시꺼먼 안구는 수정체를 버리는 대신 전혀 다른 집광기술을 발달시켰다. 이날 앤절은 훗날 수백만 광년 떨어진 엑스선도 잡아내는 망원경의 개발로 이어질 아이디어를 이 사소한 해양생물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바닷가재는 대서양 해저에서 기어나와 천문학의 중심에 등장하게 됐다. 그의 아이디어는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P.108
어떻게 전체(개미집단)가 부분들(개미 개체들)의 합보다 큰 무언가가 되는 걸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게 고든이 하는 일이다. 사막에서 보내는 고든의 하루는 새벽 4시 반에 시작된다. 지금까지 찾은 개미집 수백 개를 둘러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개미집이 수 미터마다 하나씩 있는데, 개미 한 마리의 수명은 1년 남짓이지만 한 개미집단은 20~30년을 존속한다. 이 곤충 사회에서는 암컷이 건축, 식량조달, 영토방어, 양육까지 온갖 일을 도맡는다. 단, 상부 지시를 받는 게 아니고 동료들과 상의해 다음 할 일을 결정하는 식이다. 개미들은 몸을 비비는 촉각과 활처럼 휜 더듬이를 흔들어 냄새를 맡는 후각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체취가 개체마다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우리 식구가 맞는지, 내근직인지 아니면 외근직인지까지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얼마나 자주 맡은 냄새냐에 따라 상황에 대처하는 개미의 행동이 달라진다. 
P.166-167
지금 우리는 자연사박물관인 캘리포니아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 관계자들과 함께 이곳에 나와 있다. 오늘의 임무는 해변을 관찰하고 찾은 것을 기록하는 것이다. 바람에 벗겨질 듯 재킷이 나부끼지만 다들 공부에 열중한 학생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돌멩이만 뒤진다. 곳곳에 파인 물웅덩이는 조각 난 황금거울처럼 석양을 반사해 눈이 부시다. 노란색 우비를 입은 한 남자가 자신의 발끝을 잠시 쳐다보더니 한쪽 무릎을 굽힌다. 강풍으로 수면에 잔물결이 일든 말든 그의 시선은 얕은 물속의 생물체에 고정되어 있다. 조간대에서는 시시각각 풍광이 달라진다. 게들은 숨을 곳을 찾느라 옆걸음질로 허둥지둥하고, 불가사리는 촉수에 힘을 주어 통통한 다섯 팔을 들어올린다. 갈매기는 끼룩끼룩 울면서 요깃거리를 찾아 바위 근처를 선회한다. 심지어는 멍게조차 가만 있지 않고 조수의 리듬에 맞춰 미끌미끌한 몸뚱이를 흐느적거린다. 조간대는 지구 생태계의 분수령이 되는 역사의 현장이다. 태곳적, 바로 여기서 땅과 물과 공기가 만나 변화가 시작됐고 생명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와 인류의 먼 조상이 됐다. 조간대는 “조금씩 나아가면 멀리 갈 수 있다Poco a poco se va lejos”라는 스페인 속담을 떠오르게 한다. 나는 무릎을 꿇고 상체를 숙여 유일하게 미동 없는 생물체를 가까이 들여다본다. 바위에 덕지덕지 붙은 검푸른 홍합들이다. 틈새마다 자리 잡은 홍합은 입을 꾹 다문 채 저희끼리 다닥다닥 뭉쳐 있다. 
P.229-230
리튬이온전지의 발전사에 석류가 혜성같이 등장한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2013년, 추이이 팀이 최초로 완성한 도안은 고전도 탄소 외피 안에 흡사 ‘씨앗’ 같은 실리콘 나노입자들이 들어 있는 형태였다. 그러다 바로 이듬해, 나노입자들이 석류씨처럼 무리지어 탄소 껍질에 감싸인 모양새로 디자인이 수정됐다. 석류의 내부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생긴 것은 영양분과 과즙 덩어리인 씨들을 최대한 단단히 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실리콘 ‘씨앗’에 하려는 일도 똑같다. 즉, 실리콘 나노입자를 가능한 한 많이, 최대한 안전하게 묶어두는 것이다. 문제는 실리콘이 배터리로 사용하기에 좋은 원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잘 부러지는 데다 다른 화학물질들과 엉뚱한 반응을 일으켜 전류를 먹통으로 만들곤 한다. 그런데 탄소막을 두르면 과육 안에 폭 싸인 석류씨처럼 실리콘 나노입자들을 지킬 수 있다. 실리콘 ‘씨앗’이 아무리 부풀었다 쪼그라들었다 한들 생채기 하나 내지 않고 말이다.
P.343-344
거미 명주의 성질이 특별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거미 명주로 상처를 싸매 지혈을 했고, 19세기 천문학자들은 가는 거미 명주 가닥으로 망원경에 십자선을 표시해 별의 이동을 추적했다. 그리고 현대로 와서, 자외선을 이용하는 거미줄의 간결한 기술에서 영감을 받은 아르놀트 글라스는 거미줄과 흡사한 코팅을 입혀 자외선을 반사하는 유리창을 개발했다. 코팅 패턴은 막대기 빼기 게임에서 누군가 더미를 무너뜨려 막대기들이 탁자 위에 얼기설기 널린 모습을 닮아 있다. 아르놀트 글라스에 10년가량 몸담고 있는 리사 웰치의 말에 따르면, 2010년 출시됐을 때 자외선을 이용해 새의 안전을 지키는 유리창은 전 세계에서 오직 이 제품뿐이었다고 한다. “당시 제 역할은 그저 물건을 파는 것만이 아니라 시장을 개발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새를 보호하는 유리창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이었거든요.” 현재는 이 유리창의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가령 농구경기장인 샌프란시스코 체이스 센터, 유타대학교 법학대학,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건축협회사무소 건물 등은 모든 창문을 일찌감치 자외선 유리로 갈아끼웠다. 
P.392-393
그럼에도 인간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존과 유한한 에너지라는 억센 그물에 붙들린 신세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인간이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울타리를 둘렀건만 세상은 여전히 참으로 험한 곳이다. 인류의 수많은 발명에는 재생 단계를 고려한 생체모방 디자인이라는 핵심이 빠져 있다. 놀랄 일은 아니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기술 수준을 갖춘 건 기껏해야 200년 정도밖에 안 되니 말이다. 이 행성의 성실한 일원이 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요구이자 책임이다. 우리는 과거의 자신을 비난할 시간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 생물종이 사라지는 일은 생각만 해도 안타깝지만, 그 생물종과 함께 우리에게 가져다줬을 깨달음까지 잃는 것은 차원이 완전히 다른 문제다. 현재 인류는 중요한 전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만약 우리가 도구를 만드는 재능을 계속 부주의하게 남용한다면 오늘날의 쓰레기 산, 자원 고갈, 생물종 멸종, 환경 악화 문제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며, 결국 지구는 점점 희망 없는 세상으로 변할 것이다.
들어가는 글: 아이디어가 거칠게 생동하는 그곳

1 꽁꽁 얼어 있던 미스터리: 물곰—의약품 보존기술
2 별을 낚다: 바닷가재—우주의 대변동을 관찰하는 망원경
3 구름에서 길은 물: 미국삼나무—안개 하프
4 누가 책임자입니까?: 개미와 벌—효율적인 라우팅 시스템과 로봇공학
5 다리맵시의 비밀: 기린—림프부종 압박스타킹
6 자연의 결합 본능: 푸른 홍합—무독성 접착제
7 콘크리트처럼 탄탄하게: 산호—탄소 배출을 줄이는 시멘트
8 씨앗의 힘으로 달리다: 석류와 전복—차세대 배터리
9 말 속에 뼈가 있다: 뼈—경량항공기와 건축
10 괴물의 재발견: 파충류의 침—2형 당뇨병 치료제
11 울퉁불퉁한 것이 아름답다: 고래의 혹—에너지 절약 선풍기
12 창문이 주는 고통: 거미줄—새가 부딪히지 않는 창문
13 지혜의 빛: 해파리—노벨상을 받은 의료영상진단기술

나가는 글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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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크리스티 해밀턴 (Kristy Hamilton)
과학 저널리스트. <와이어드> <사이언스 매거진> <비즈니스 인사이더> <하카이 매거진> 등에 글을 써왔다. <사이언스 매거진>의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영상 편집자로 활동하며 여성 남극 탐험가를 소개하고 세포 배양 해산물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남극을 탐험하고, 히알라이트 캐니언에서 빙벽 등반을 했으며, 사막에서 캠핑하고, 폭풍이 강타한 곳의 숲을 여행하고, 미국 요세미티와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등반하며 취재활동을 펼친 주목할 만한 경험이 많은 열혈 작가다. 2019년에는 우즈홀 해양학연구소의 저널리즘 펠로우로 선정되었다. 2022년 출간한 첫 책 《자연에 답이 있다》로 인디펜던트 퍼블리셔 북 어워드 자연 부문 금메달, 노틸러스 북 어워드 과학 부문 은메달을 수상했고, AAAS/스바루 우수과학도서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홈페이지 kristyehamilton.com
혁신의 돌파구가 필요한 시대
인류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자연’이다!
자연의 숨겨진 힘과 그로부터 시작된
혁신기술에 관한 역동적인 이야기
★★★ 인디펜던트 퍼블리셔 북 어워드 자연 부문 금메달
★★★ 노틸러스 북 어워드 과학 부문 은메달
★★★ AAAS/스바루 우수과학도서상 최종후보
 
탄소배출을 줄이는 시멘트, 차세대 배터리, 무독성 접착제 등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인류의 발견이자 곧 현실이 될 혁신기술들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 자연의 메커니즘을 모방하는 생체모방을 통해 자연의 놀라운 능력과 이를 응용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학문 간 최신 연구부터 지구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까지, 자연에서 발견한 위대한 아이디어를 찾아 떠나는 경이로운 여정이 펼쳐진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크리스티 해밀턴은 모하비 사막의 개미를 따라다니고, 조간대를 샅샅이 뒤지며, 안개 자욱한 숲속을 걷고, 꽁꽁 얼어붙은 빙벽을 타고, 곳곳의 연구소와 과학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재 진행 중인 광범위한 생체모방 연구에 독자를 초대한다. 첫 영감에서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발명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도전한 여러 과학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자연을 향한 저자의 진심 어린 사랑을 담아낸 책이다. 쓰레기 산, 생물종 멸종 등 지구라는 거대한 도서관이 불타고 있는 지금, 인류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더 이상 자연의 정복자가 아닌 보호자로서 야생의 터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보전의 메시지도 전한다.
 
땅과 바다, 하늘을 넘나들며 발견한
자연의 경이로운 능력에 관하여
이 책은 <와이어드><사이언스 매거진> 등에 글을 기고하며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활발히 활동해온 크리스티 해밀턴의 첫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체모방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비스 연구소를 비롯해 우즈홀 해양학연구소, 파우더밀 조류연구소, 캘리포니아 주립 험볼트 삼나무숲공원 등 다양한 연구소와 생태공원을 직접 방문하여 50여 명의 과학자들을 인터뷰했다. 예를 들어 푸른 홍합이 꿈틀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자연사박물관 연구자들과 함께 비바람을 맞으며 캘리포니아 필러포인트항 해변에서 며칠을 지낸다거나 생태보호구역에 있는 조류연구용 터널에서 붉은눈딱새와 벌새의 움직임을 추적해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사고를 예방하려는 연구에 함께하기도 하고, 스타인하르트 수족관을 찾아가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공간에 몸을 욱여넣어 산호의 번식 과정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 책을 번역하는 내내, 해밀턴의 모험을 몰래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저자가 숲이며 바다며 용감하게 뛰어들 때마다 미소가 절로 나왔고, 그러다가도 그가 무심한 듯 툭 던지는 생각할 거리들에는 마치 내 문제처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옮긴이의 글)
 
이처럼 저자는 독자들을 자연 현장과 연구실로 종횡무진 안내하며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주제나 기존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동식물과 곤충 13가지를 선별하여 책을 구성했는데,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특별하고 묵직한 의미가 담긴 소재들이고 인터뷰한 과학자들의 추천도 있었다. 이번에 소개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따로 모으면 새 책 한 권을 또 쓸 수 있을 정도”(391쪽)라는 저자의 말에서 방대한 자료와 열정을 엿볼 수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
자연은 어떻게 과학적 혁신에 영감을 주는가
이 책에 담긴 몇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하자면, 천문학자들은 천체의 엑스선을 포착할 수 있는 망원경을 개발할 때 바닷가재에서 해답을 얻었다(2장). 바닷가재는 어둠 속에서 인간의 주간 시력보다 256배나 뛰어난 시력을 발휘하는데, 그 시꺼먼 눈은 천문대의 돔 지붕처럼 수백만 개의 아주 작은 반사관으로 구성되어 있어 모든 각도에서 빛을 모아 망막의 한 지점에 집중시킨다. 즉, 바닷가재는 빛을 굴절시키지 않고 그대로의 세상을 관찰하는 셈이다. 이에 영감을 받은 천문학자 로저 앤절은 엑스선망원경 개발에 착수했고, 2018년에는 베피콜롬보 탐사선에 엑스선 분광계MIXS가 탑재되었다. 바닷가재가 “대서양 해저에서 기어나와 천문학의 중심에 등장하게 된” 셈이다.
 
또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할 때 의사들은 파충류 힐라몬스터를 참고했으며(10장),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산호가 바다에서 몸집을 키우는 방식을 관찰하며 아이디어를 얻었다(7장). 이 외에도 하루 종일 밀려드는 파도와 뜨거운 날씨에도 강력한 접착력을 유지하는 푸른 홍합을 참고하여 친환경 무독성 접착제를 개발하려는 연구(6장), 개미와 벌의 놀라운 무리지능을 응용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로봇공학 기술과 라우팅 시스템도 소개된다(4장). 이 책에 소개된 기술 대부분은 아직 개발 중인 것들로,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혁신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우리가 지구상 생물의 역사를 아무리 연구해도 구하는 모든 답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목적은 우리 인간의 목적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록한 것처럼, 확실히 “자연의 만물에는 경이로운 무언가가 있다.” _161쪽
 
지구라는 거대한 도서관,
그리고 이 도서관의 지킴이
저자는 “자연은 지속가능성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최고의 예”라며, 온도 조절, 운송 수단, 식량, 에너지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자연이 이미 오래전에 해결했음을 강조한다. 또한 인류의 “수많은 발명에는 재생 단계를 고려한 생체모방 디자인이라는 핵심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생명에 관심을 갖고, 우리가 그들과 대등한 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책 곳곳에는 자연을 향한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이 드러나는데, 특히 책의 시작과 끝에는 우리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하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가족에게 거한 재산을 남기고 죽는 사람은 세상에 몇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금보다 귀하고 유리보다 섬세하고 명예보다 의미 있는 유산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호박 속 곤충처럼 인간의 보호 노력으로 온전하게 보전된 세상을 말이다.”
 
“지구 탐사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과도 같다. 이 거대한 도서관을 속속들이 탐구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가 정복자가 되려 하지 말고 이 도서관의 지킴이로 나서면 어떨까? 지구의 생물체들이 다른 세상으로 가는 관문이라고 생각하면 그들의 삶, 고유한 특징, 타자성이 마법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은 더없이 큰 기쁨이자 선물이다.”_395쪽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고 싶거나 자연의 경이로운 능력을 탐험하는 여정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고, 미래 기술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