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시대
거의 질문된 적 없지만 아주 기본적인 물음은 이것이다. 왜 자연 선택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과 장단을 맞추어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면 괴로움을 느끼고 다른 사람이 기뻐하면 기쁨을 느끼도록 인간의 뇌를 디자인했을까?
공감의 시대 다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 프란스 드 발 저자 최재천,안재하 역자
  • 2024년 11월 27일
  • 364쪽148X215mm김영사
  • 978-89-349-2160-8 03470
공감의 시대
공감의 시대 다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저자 프란스 드 발 2024.11.27
“다른 어떤 책보다 공감에 대해 많이 배운 책” _최재천
공정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분투 중인 우리 시대의 필독서
2024년 3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침팬지 폴리틱스》의 저자이자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널리 사랑받았던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이 우리 곁을 떠난 가운데, 그의 또 다른 대표작 《공감의 시대》가 새로운 표지로 독자를 만난다. 《침팬지 폴리틱스》가 침팬지 사회에서 드러나는 권력 다툼, 리더십, 지위 획득과 유지 같은 정치적 행위를 치밀하게 분석했다면, 《공감의 시대》는 이러한 경쟁의 그림자 너머에 있는 협력과 이타성의 본질에 주목한다. 2009년 원서 출간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세계 각지의 주요 매체와 학자들의 큰 주목을 받은 화제작으로, 특히 한국어판은 국내 최고의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가 제자인 안재하와 함께 번역을 맡아 그 깊이를 더했다.
 
《공감의 시대》에서 프란스 드 발은 공감, 공정성, 도덕성의 생물학적 토대를 탐구하며 인간과 동물의 행동을 보다 총체적이고 균형 잡힌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침팬지와 고릴라 같은 영장류뿐 아니라 고양이, 늑대, 돌고래,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보여주는 공감 행동을 통해, 공감이 진화적으로 깊이 뿌리내린 본능이자 생존과 번영을 위한 자연선택의 산물임을 설득력 있게 입증한다. 드 발은 인간 본성을 단순히 경쟁과 탐욕으로만 보는 시각을 넘어, 그 밑바탕에 있는 협력과 유대, 이타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탐욕의 시대를 넘어서 공감과 연대가 중심이 되는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는 통찰을 제시한다.
 
P.40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모든 인간의 생활 주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우리가 어리거나 늙거나 병들었을 때)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의존하는(우리가 어리거나 늙거나 병든 사람을 보살필 때) 단계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아주 많이 의존한다. 인간의 사회를 논하려고 한다면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지, 우리 조상이 새처럼 자유로웠고 사회적인 의무는 전혀 없었다고 하는 몇 세기 전의 공상을 시작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집단생활을 하는 영장류의 긴 줄기에서 계통을 이어 내려왔으며 고도의 상호 의존성을 가지고 있다.
P.69
공감은 우리가 거의 조절할 수 없는 자동적인 반응이다. 우리는 공감을 억누르거나 정신적으로 차단하거나 행동으로 옮기기에 실패할 수는 있지만, 사이코패스와 같은 극소수의 인간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상황에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거의 질문된 적 없지만 아주 기본적인 물음은 이것이다. 왜 자연 선택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과 장단을 맞추어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면 괴로움을 느끼고 다른 사람이 기뻐하면 기쁨을 느끼도록 인간의 뇌를 디자인했을까? 만약 다른 이를 이용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었다면, 진화는 공감이라는 사업에 발을 들여놓지 말았어야 했다.
P.71
나는 인간을 가장 공격적인 영장류로 꼽지만, 또한 우리가 관계의 대가라는 것과 사회적 유대가 경쟁을 제한한다는 것도 믿는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반드시 공격적이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순수하고 무조건적인 신뢰와 협동은 너무 순진해 해로운 반면, 제약 없는 탐욕은 먹고 먹히는 치열한 경쟁의 세상으로 이어질 뿐이다. 스킬링이 옹호했지만 바로 그 비열함에 붕괴한 엔론의 세상 말이다. 만약 생물학이 정부와 사회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라고 말하려면 최소한 우리는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고, 사회적 다윈주의라는 비현실적인 설명을 버리고, 실제로 진화가 사회의 어떤 면에 기여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P.111
공감을 정확히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완벽히 이기적인 자세라면 다른 이들의 감정을 단순히 무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동을 촉발하는 것이 자기 자신의 감정 상태라면 공감을 ‘이타적’이라고 하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기적/이타적으로 나누는 행위가 중요한 것을 가리고 있을 수도 있다. 왜 굳이 다른 이들에게서 나 자신을 분리해내려고 하고, 나 자신에서 다른 이들을 분리시키려고 하는가? 이 두 가지를 병합하는 것이 우리의 협동의 본성에 숨어 있는 비밀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P.282
온전한 공감 능력은 러시아 인형처럼 겹쳐 있는 것 같다. 가장 안쪽에는 여러 종과 공유하는 자동화된 과정이 있으며, 그 바깥에는 목표와 범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외층이 둘러싸고 있다. 모든 종이 모든 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몇 종만이 타인의 관점을 수용할 수 있으며 이 부분이 바로 우리가 능숙한 부분이다. 하지만 인형의 가장 복잡한 층이라 할지라도 그 가장 안쪽의 핵심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옮긴이 서문
서문

1장 좌와 우의 생물학
진화 정신 | 과잉 사랑을 받는 아이 | 마초 기원 신화

2장 다른 다윈주의
자기 이익에 대한 재조명 | 엔론과 이기적 유전자

3장 몸이 몸에게 하는 말
대응 문제 | 흉내의 기술 | 감정의 뇌 | 쥐들의 측은지심 | 오스카 고양이 | 공감에는 얼굴이 필요하다

4장 역지사지
동정심 | 역지 상상 | 물속으로 뛰어들기 | 빨간 망토 소녀 | 따뜻한 느낌

5장 방 안의 코끼리
개체발생과 계통발생 | 공중제비를 넘는 멍청이들 | 그녀의 이름은 해피 | 자기만의 작은 비눗방울 안에서 | 노란 눈 | 가리키는 영장류

6장 공평하게 합시다
토끼를 사냥할까, 사슴을 사냥할까 | 눈을 찌르는 신뢰 | 최근에 나한테 뭘 해줬니? | 동물 없는 진화 |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 | 원숭이 화폐

7장 구부러진 나무
러시아 인형 | 공감의 어두운 면 |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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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미지
저자 프란스 드 발 (Frans de Waal)

네덜란드 태생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학자. 1977년 위트레흐트대학교에서 동물행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첫 책 《침팬지 폴리틱스》(1982)로 큰 명성을 얻은 이후 영장류 동물과 인간의 유사점을 찾는 연구를 계속하여 수백 편의 논문을 〈사이언스〉 〈네이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에 발표했다. 에머리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 여키스 국립영장류연구센터의 리빙 링크스 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1989)을 수상했고,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2007), 〈디스커버〉 선정 ‘과학계 위대한 지성 47인’(2011)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주요 저서로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 《보노보》 《내 안의 유인원》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차이에 관한 생각》 등이 있다. 2024년 3월 위암으로 투병 끝에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다른 어떤 책보다 공감에 대해 많이 배운 책” _최재천
공정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분투 중인 우리 시대의 필독서
생존경쟁이 자연의 본질이라는 패러다임의 종결을 알리는 책
이타성과 공정성의 생물학적 기원에 관한 가장 탁월한 연구!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며 생존을 위한 경쟁과 투쟁이 자연의 법칙이라는 믿음이 20세기를 지배했다. 특히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을 인간 사회에 확대 적용한 사회적 다윈주의는 “열등한 자는 도태되고 적합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어 신자유주의자와 인종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세상이 약육강식의 원리로 움직이는 것이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 따른 것이므로, 그로 인한 부정적 결과는 불가피하다고 여겼다. 실제로 세상은 전쟁과 테러, 권력 투쟁이 끊이지 않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가속화되어 많은 이들이 이를 우리의 생물학적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프란스 드 발은 이러한 패러다임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공감의 시대》는 영장류를 비롯해 포유류와 조류 등 다양한 동물의 사회적 행동 연구를 통해, 동물과 인간이 선천적으로 공감 본능을 지니고 있으며, 그로부터 비롯된 이타성과 공정성의 발현이 결국 종의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의 결과임을 입증한다.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1992년,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발견되면서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단순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직접 행위를 할 때와 같은 신경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이는 우리가 타인의 행동을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임을 보여준다. 프란스 드 발은 원숭이, 침팬지, 고릴라 같은 영장류는 물론, 고양이, 늑대, 돌고래, 새,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에서 나타나는 공감 행동을 통해, ‘공감’이 진화적으로 뿌리 깊은 본능임을 밝힌다.
 
드 발에 따르면 공감은 1억 년 이상 오래된 뇌 영역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능력은 근육성 운동 따라 하기와 감정 전이를 통해 시작되었다. 이후 진화의 여러 단계를 거치며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타인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확장되었다. 즉, 진화는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공감 메커니즘을 형성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종의 생존에 유리했음을 의미한다. 드 발은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이들이라면 이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공감이 진화적으로 오래된 것이라는 데서 굉장히 긍정적인 면을 본다. 그렇다면 공감이 거의 모든 인간에게서 발달될 확고한 특성이며, 그래서 사회가 공감에 의존하고, 공감을 포용해서 키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감은 인류 보편적인 것이다. (283쪽)
 
“탐욕의 시대는 가고 공감의 시대가 왔다”
훌륭한 과학자이자 이야기꾼 프란스 드 발의 대표작
프란스 드 발은 인간의 이기심이나 공격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인간이 이윤을 추구하고 신분, 영역, 식량 확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인간은 고도로 협력적이고 불의에 민감하며 대체로 평화를 사랑하는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다. 드 발은 이러한 두 가지 성향 중 하나를 간과하는 사회는 결코 이상적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는 순전히 이기적 동기와 시장의 힘만으로 형성된 사회가 부를 창출할 수는 있어도,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단합과 상호 신뢰를 이끌어내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부의 축적을 위한 자유 시장 원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공생을 위한 협력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드 발은 공감이 생존에 기여하는 진화적 가치를 이해함으로써 인간 본성에 대해 더 정확한 시각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사회를 설계할 때 탐욕의 시대와 작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 본성을 냉혹한 것으로만 볼 때와, 그 밑바탕에 협력, 이타성, 유대 의식, 공정성의 감각이 자리한다고 볼 때 만들어지는 사회의 경계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공감의 시대》는 2009년 원서 출간 당시, 생물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정치학, 심리학, 경제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 강한 영감을 주었고, 세계 주요 매체와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드 발의 연구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당시 시대정신과 일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메시지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시대의 요청일 것이다.
 
사회는 실제로는 ‘다른 이에게 뻗는 손’이라는 두 번째 보이지 않는 손에 의존한다.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를 이루고 싶다면,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 바로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데 있어 기저를 이루는 또 다른 힘이다. 이 힘이 진화적으로 아주 오래됐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힘이 얼마나 자주 무시되는지가 더욱 놀랍다. (2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