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일이든, 글로 적어내는 것이든
결국에는 당신에게 향하는 중입니다”
함병선 작가를 떠올리면 들뜬 감정을 묵직하게 잡아끄는 목소리, 어딘가 수줍은 미소가 떠오른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가 쓰는 모든 글이 그와 닮아있다. 흥얼거리는 노랫말, 차분하게 건네는 농담마저 진심과 수줍음이 어려있다. 하지만 그는 사실 밝음만 껴안는 사람이 아니다. 새벽의 시간을 통해 외로움, 상실, 불안, 혼란 등 낙하하는 모든 감정의 낱말들을 그만의 감수성으로 정성스레 다루고 가공한다. 덕분에 그것들은 세상에 없는 음과 율을 갖고 노래와 글, 세레나데로 다시 태어난다. 그의 글과 음악이 사랑받는 이유이다. 그는 자신이 느꼈던 모든 감정이 독자에게 오롯이 가 닿을 수 있게 여러 계절을 할애해 말을 고르고, 다듬어 읽는 이의 마음에 오래도록 머물기 바랐다. 긴 호흡으로 써낸 그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공감과 위로로 문득 떠올라준다면, 글로 당신에게 향할 거라던 그의 작전이 성공한 것으로 봐도 좋겠다.
“한 가지 바라건대, 이 책을 읽는 당신과 언젠가 만나 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너그러운 미소를 보이면서. 끝으로 언제나 사랑하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의 용기를, 사랑을, 피우는 이 순간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도.”
책에는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반을 처음 구매해 들었던, 터질 듯 울렁거리던 소년의 마음부터 밴드의 보컬이 되기로 결심한 열일곱 시절 그리고 가족이 해체되던 순간, 사랑하는 이를 향한 무수한 고백까지, 지금의 함병선을 이루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가 왜 말을 천천히 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왜 여름을 사랑하는지, 사랑하는 이와 먼 곳으로 떠나 무엇을 어루만지며 살고 싶은지 등 기쁨과 슬픔으로 수없이 휘청거렸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드러내며 독자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일렁이던,
이름 없는 계절 같은 우리들의 청춘에게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 청춘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가장 설렜던 순간은 언제이며, 아직도 마음에서 덜어내지 못한 순간은 언제였는지 그리고 당신을 불안하게 하며, 몹시도 설레게 했던 순간은 또 언제였는지 작가는 자신의 비밀을 하나씩 꺼내 보이며 다정하게 말을 건다. 그리고 나지막이 읊조린다. 어두운 밤, 검푸르게 펼쳐진 바다 같은 우리의 청춘이 홀로 수없이 부서지던 순간도 정말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던 순간이지 않냐고.
“불안감에 휩싸여있던 그 시절의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믿었고,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제발 내게 조금의 힌트라도 주기를, 안정감을 느끼는 보통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기를 매일 바라고 소망했다.”
작가는 모두가 고요해지는 밤과 새벽에 관해 자주 노래한다. 모든 것이 침묵하고 나면, 솔직한 마음들이 떠오를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두가 관심 가지지 않고, 외면하는 것에 시선을 두는 버릇이 생겼다. 어두운 밤 홀로 빛을 내는 도시의 등대 같은 편의점이나, 이제는 세상에 없거나 단절된 마음들, 섞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일몰의 순간에 떠올린 꼭꼭 숨겨두었던 얼굴까지 유독 깊고 기뻤던, 안아주고 싶었던 순간을 많이 담아낸 까닭이다. 책을 읽을 때 그의 음악을 틀어두어도 좋겠다. 활자와 음악이 한데 섞이는 독자의 풍경을 작가는 기대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의 청춘을 떠올리며 가득 안아주시기를 바란다. 그래도 여전히, 믿고 싶은 것들이 있다고 믿으며.
추천사
함병선의 글을 읽으면 어린 시절 넘어져 무르팍이 까졌을 때 발랐던 빨간 소독약처럼 여리고 상처 가득한 청춘들의 마음을 아스라이 감싸주는 것 같다. 그의 글은 깊으며 외롭고, 청춘의 불안과 떨림이 별처럼 빛나도록 밤하늘에 펼쳐진 푸른 양탄자 같아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책에는 당신과 나의 청춘이, 푸르고 아름답게 빛났던 시절이 담겨있다. 젊은 날 우리의 방황이 모두 별이 되었다. 그 빛의 무리에 당신도 포함되어 있길 바란다.
_뮤지션, 작가 한경록(밴드 크라잉넛)
낮게 읊조리는 노래 한마디, 가사 한 소절을 듣고 있으면, 그 노랫말들이 어느 순간 삶의 무거움과 두려움에 떨고 있던 어깨를 가만히 다독여줍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이에게 전해진 그 수많은 말의 위로는 어쩌면 수줍음 많은 그의 성격 뒤에 가려진 많은 생각과 고민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느꼈던 위로의 시간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_배우 박신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