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전쟁
양자역학, 인공지능 그리고 끝나지 않은 과거…
지금, 백 년 전의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한국문학
빛의 전쟁 빛의 전쟁 이종필 저자
  • 2020년 06월 29일
  • 216쪽140X210mm김영사
  • 978-89-349-9226-4 03810
빛의 전쟁
빛의 전쟁 빛의 전쟁 저자 이종필 2020.06.29
양자역학, 인공지능 그리고 끝나지 않은 과거…
지금, 백 년 전의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이른 아침, 광화문 사거리에 드론 다섯 대가 시신을 배달한다. 이순신 장군의 투구에 걸린, 머리 잃은 남자의 몸. 그러나 정작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잘린 목이 아니었다. 복부에 촘촘히 박힌 가느다란 핀들이 하나의 그림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전문가이자 물리학과 교수인 조성환은 경찰을 도와 시신의 몸에 새겨진 이미지를 분석한다.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듯한 그 그림은 분명 인공지능이 그린 것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성환. 그 심연을 향해 갈수록 거대한 비밀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는데…. 상처 위에 쌓은 역사, 치유할 수 없는 기억을 응시하는 물리학자 이종필의 첫 장편소설!
P.22
연구실에 도착한 성환은 본격적인 자료 검색에 들어갔다. 인터넷에는 시민들이 제보한 영상이며 근처 CCTV에 찍힌 화면이 올라와 있었다. 동도 트기 전인 데다 날씨도 좋지 않았지만 드론 다섯 대가 자루를 매달고 세종로 상공을 나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넉 대가 정사각형 모양으로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한 대는 정사각형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드론 편대는 북쪽에서 날아온 것 같았고,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들이 움직이듯 흡사 한 대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드론 편대는 동상 바로 위로 다가와 잠시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수직으로 내려와 고리 모양 자일을 이순신 장군의 투구에 사뿐히 걸고는 연결된 줄들을 풀었다. 시체가 든 자루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투구에 걸린 고리가 조여졌고, 이내 자루도 땅에 떨어졌다. 그러자 두 팔이 위로 모여 묶인 시체가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드론 편대는 광화문 너머로 유유히 사라졌다.

성환은 다른 각도에서 찍힌 동영상도 유심히 살폈다.

뭔가 이상해.
P.29
“그렇다면 범인은 드론 비행의 달인?”
태형의 대답을 듣고 성환은 한숨을 쉬었다.
“형사님, 생각을 좀 해보세요. 제아무리 달인이라 해도 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보면서 조종해 밧줄을 정확하게 떨어뜨릴 수는 없어요. 동상 위에서 정확한 자리를 잡기 위해 미세하게 위치 조정을 했어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영상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인공지능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P.57
“이 녀석은 가장 전형적인 양자컴퓨터입니다. 이온트랩 방식으로 큐비트를 구현하는데요. 원자핵에서 전자를 떼어내면 이온이 되죠. 여기에 레이저를 쏘아 거의 움직이지 않게 붙잡아두는 방식을 이온트랩 방식이라고 합니다.”
“여기 큐비트가 몇 개나 되죠?”
성환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김남훈이 대답했다.
“이건 주로 방문객을 위한 시험용이라 100개 정도만 연결돼 있습니다. 100개만 되어도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르죠. 잘 아시겠지만, 2019년 구글이 시커모어라는 양자 프로세서 칩을 개발했잖아요. 시커모어는 겨우 53개의 큐비트만으로도 사상 최초로 기존의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성능을 선보였습니다. 200초 동안 고작 백만 번 샘플링할 정도였는데, 당시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인 IBM의 서밋으로는 1만 년 걸릴 계산이었죠. 물론 IBM은 이틀 반이면 충분하다고 반박했습니다만. 지금은 최소 큐비트 100개는 넘어야 어디 가서 명함이라도 내밉니다. 게다가 ‘황진이’라는 복잡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무리 없이 돌리려면 최소 이 정도는 돼야 합니다.”
 
P.146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과학기술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였다. (중략) 성환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핵무기를 만든 과학자들이 핵무기의 이용과 통제에서 소외되었을 때에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이 책은 차례가 없습니다.
작가이미지
저자 이종필
물리학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입자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고등과학원KIAS, 연세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샐러리맨, 아인슈타인 되기 프로젝트》 《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일 때》 《신의 입자를 찾아서》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물리학 클래식》 등이 있고, 번역서로 《물리의 정석》 시리즈,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블랙홀 전쟁》 《최종 이론의 꿈》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는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