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말괄량이 삐삐’가
떠올린 것들에 관한 이야기
어린 시절 삐삐에게 받았던 위로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전하다
우연히 인터넷으로 다시 보게 된 〈말괄량이 삐삐〉가 불러낸 그 시절 속 소녀
인터넷이 없던 시절, 모든 세상을 텔레비전 속에서 만나던 때가 있었다. 〈말괄량이 삐삐〉도 그 시절 아이들의 세상이었다. 삐삐는 아이들의 우상이었고,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꿈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시간은 흘러 그때의 아이들은 삐삐가 줄곧 시시하다고 말하던 어른이 되었고, 삐삐는 머릿속에서 사라져갔다. 한때 삐삐를 못 보면 죽을 것처럼 절절한 그리움을 가졌던 전현정 작가도 그랬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던 작가의 일상에 삐삐가 다시 찾아온 것은 우연히 인터넷으로 보게 된 〈말괄량이 삐삐〉 덕분이었다. 그리고 삐삐는 순식간에 그 시절 속 소녀를 불러냈다.
삐삐에게 받았던 위로의 시간, ‘삐삐의 말’
이 책은 작가가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스웨덴에 머물며 삐삐가 떠올린 것들을 생각하며 써 내려간 감정들을 담고 있다. 다시 만난 삐삐는 마치 작가에게 말이라도 걸듯 유난히 이사가 잦았던 유년 시절, 어린 시절 마음대로 만들어냈던 말들, 주변에 항상 존재했던 삐삐를 똑 닮은 츤데레 등 작가의 지난 날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잊고 있던 순간에도 삐삐는 늘 곁에 있었고, 나를 위로해주고 있었음을. 그런 삐삐의 위로를 함께 나누기 위해 작가는 ‘삐삐의 말’을 뽑아 이 책에 함께 수록했다.
삐삐,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길 거야.’
사람들 대부분이 삐삐를 엉뚱하고 사고뭉치에 외로움도 타지 않는 씩씩한 아이라고, 심지어 눈물을 흘린 적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 작가도 그랬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들여다본 삐삐는 숲에서 죽은 새를 발견했을 때도, 토미와 아니카 엄마에게 버릇없다고 꾸중 들었을 때도, 연극 무대에서 주인공이 신세 한탄하는 장면을 봤을 때도 삐삐는 여느 또래 아이처럼 눈물을 흘렸다. 우리 모두가 그랬듯, 어린 시절 바라본 삐삐는 대단한 존재였지만, 사실 삐삐도 다른 아이들처럼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하며 누군가 지켜 줘야 하는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이 책은 자신도 보호가 필요하고 연약한 어린아이임에도 씩씩한 모습으로 많은 이에게 위로를 주었던 삐삐에게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또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길 거야.’라고 작가가 전하는 위로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의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따라하게 되는 것처럼, 양 갈래로 머리를 땋고 한여름에도 긴 양말을 신고 원숭이 인형을 둘러멘 채 주제곡을 따라 부르며 〈말괄량이 삐삐〉가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 에필로그 〈지금 삐삐를 만나러 갑니다〉 중
30년만에 우연히 인터넷으로 다시 보게 된 〈말괄량이 삐삐〉를 통해 다시 작가의 마음속에 들어온 삐삐. 작가가 삐삐에게 받았던 지난날들의 위로를 가슴에 품고 삐삐를 만나러 스웨덴으로 떠난다. 책 속에는 ‘어른이 되는 건 시시해. 어른들은 재미가 없잖아.’ ‘앞날은 알 수 없는 거야’ 등 〈삐삐 롱스타킹〉 시리즈에 나오는 작가가 직접 뽑은 삐삐의 말들을 함께 수록해 삐삐가 작가에게 전했던 위로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