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에데베 어린이 문학상’ 대상!
문학적으로 인정받은 작가, ‘모니카 로드리게스’의 신작
저자 모니카 로드리게스는 알라 델타상, 아나야상, 알란다르상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세르반테스 아동·청소년 문학상’을, 2021년에는 기혼 도서전에서 ‘마리아 엘비라 무뇨스상’을 받는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을 보유한 작가다. 그에 이어 2022년 스페인 ‘에데베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들개 소년 레이》는 생동한 묘사와 극적인 전개가 가히 일품이다.
이 작품은 네 살 때 집에서 도망쳐 나와 2년 동안 들개 무리와 지냈던 어린이 ‘이반 미슈코프’의 이야기로부터 아이디어 구상이 시작되었는데, 러시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러시아의 문화와 물건 등에 대한 묘사가 곳곳에 서술되어 있다. ‘라다 니바’와 같은 러시아산 자동차, ‘마샤’와 ‘이고르’ 등의 인명, 기차의 외형 묘사(녹색 철제 차체에 빨간 줄과 별), 경찰의 복색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소가 러시아풍이다.
이처럼 《들개 소년 레이》는 독자를 작품 안으로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상당하다. 매일매일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꼬마 레이의 인생은 어떻게 이어질까. 작가는 어린아이의 길거리 생존기를 차분히 묘사하여 독자가 주인공 ‘레이’의 입장에 푹 빠져들게, 그 생각에 감응하게 한다. 특히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여 한없이 외로워하는 레이의 마음은 애잔하면서도, 순수하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앙헬 트리고가 그린 흑백 일러스트는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면서도 담백한 느낌을 자아내어 어린이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고립된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책
《들개 소년 레이》는 집을 나온 뒤 철길 위와 도시 외곽을 위험천만하게 떠돌며 배를 곯는 ‘어린아이의 현실’뿐 아니라 인간 사회에도 들개 무리에도 속하지 못하여 ‘외롭고 혼란스러운 레이의 심경’을 생생히 담았다. 길거리는 레이를 겁먹게 하고 더욱 외롭게 만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부랑아가 된 레이가 길을 지날 때 걱정은커녕 앞을 막지 말라고 버럭 화내는 아저씨, 배려랍시고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는 아주머니, 무서운 새아버지 품에 억지로 자신을 던져 넣으려 하는 어른들 말이다. 이렇듯 여러 입장이 얽히고설킨 장면들을 보다 보면, 거리로 내몰린 아이를 위한 선택지는 어느 것이었을까 돌아보게 된다.
소년이 들개 ‘다야’와 교감(우정·사랑·연민·위로)을 나누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기에, ‘레이’는 《정글 북》의 주인공 ‘모글리’와도 일면 비슷해 보인다. 다만 꼬마 레이를 연민과 사랑으로 거두고 곁을 지킨 들개 무리가, 외려 인간에 의해 억지로 레이와 이별하는 데 차이점이 있다. ‘모글리’는 타인을 만나러 주체적으로 정글을 떠나지만, 부모가 방치하고 헐벗게 만든 ‘레이’가 사회로 되돌아가 ‘강제 아닌 강제(치료와 구조라는 목적,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은 어린이 독자에게 깊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더불어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모험 소설 《타잔》 중 제인과 타잔의 첫 만남처럼, 《들개 소년 레이》 안에서 ‘마리아’가 레이에게 일으킨 파장은 대단히 크다. ‘엄마’ 그리고 인간 사회와 연결되는 끈인 자동차 장난감(라다 니바)을 버리고 들개 무리에 기꺼이 속한 레이가, 다시 타인에게 관심을 보이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레이는 작품 중반부까지 엄마가 그리울 때마다 “왕자님, 우리 왕자님.” 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회상하는데, 에필로그에 이르면 ‘다야나 무리의 다른 개들이 짖는 소리’를 듣는다면 ‘천금이라도 다 내줄 수 있’다고 고백한다. 가족이 주는 안정감과 유대감을 결국 들개 무리에게서 얻었던 아이의 깊은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묘사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결국 아름다운 고전은 단순히 독서 경험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마음속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공감·위로하는 동물과 인간의 유대감이 섬세하게 포착된 이 작품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과 공감의 힘을 일깨우고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들개 무리 속에서 생존한 어린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문학적으로 우수하고 감동적이며, 중독적인 줄거리가 돋보이는 훌륭한 작품이다.”
_에데베 어린이 문학상 심사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