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이 연상되는 섬세하고, 유쾌한 이야기
집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드는 독창적인 상상력이 가득한 그림책
《우주 토끼》의 작가 알레시오 알치니는 2020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우주에서 온 토끼라는 독창적인 주제를 세밀화에 가까운 그의 뛰어난 섬세함으로 표현하였는데, 그래서인지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인 ‘피터 래빗’이 떠오른다.
이유는 말도 안 하고 집 안 곳곳을 살피며 오렌지 주스를 찾는 작은 우주 토끼. 오렌지를 사러 간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우주 토끼는 공룡 책을 읽는가 하면, 토끼 인형을 토끼 신으로 착각하고 절을 올린다. 또 갑자기 다 같이 모여 오렌지 주스 춤을 추기도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고 귀여운 우주 토끼를 보고 있으면 이들이 왜 오렌지 주스를 찾았는지 그 이유는 잠시 잊은 채 다음에는 무슨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즐거운 기대를 안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집이라는 가장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독특한 이야기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따뜻함에 유쾌함을 더하면서 가장 평범한 공간이 가장 특별한 공간으로 바뀌는 재미를 안겨 준다.
“여긴 왜 온 거야?”
“오렌지 주스가 다 떨어졌거든.”
오렌지빛 그림으로 마주하는 꿈과 환상 같은 이야기
《우주 토끼》는 오렌지빛 색감이 가득한 그림과 함께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담담하게 시작되는 이야기와 꿈결 같은 느낌의 색감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실과 상상이 뒤엉킨 느낌이다. 아이가 실제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인지, 너무 무료한 나머지 지어낸 상상 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인지 듣는 이는 알 수 없다.
그 덕분에 우리는 멋지고 재미난 상상을 할 수 있게 된다. ‘달에서 방아를 찍던 토끼가 우주복을 입고 날아온 것은 아닐까?’ ‘언젠가 우리 집에도 우주 토끼가 오지 않을까?’ ‘우주 토끼가 사는 행성은 어떤 곳일까?’……책을 읽는 순간,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뒤 재미있는 상상을 무한대로 펼쳐 보자. 뭔가를 만지고 조작하지 않아도 상상과 환상을 가지고 노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