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미스터리의 기수 미쓰다 신조가 선보이는
방랑하는 청년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최신간!
합리와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추리’와 공포라는 인간의 근원적 감정을 바탕으로 하는 ‘호러’, 도저히 한데 합할 수 없을 듯한 두 장르를 완벽하게 접목함으로써 수많은 독자를 열광시키며 파격적인 이야기를 꾸준히 선보여온 미쓰다 신조. 그가 이번에는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붉은 옷의 어둠》으로 찾아왔다. 시리즈는 2016년에 첫 책 《검은 얼굴의 여우》를 출간하며 독자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후로도 약 3년 간격으로 《하얀 마물의 탑》과 《붉은 옷의 어둠》을 출간하며 ‘모토로이 하야타’의 방랑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시리즈는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역사적 배경 위에 괴담과 호러와 추리를 융합, 본격호러미스터리를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만주 건국대학에서 청운의 꿈을 품었던 청년 모토로이 하야타는 침략 전쟁에 미쳐 날뛰는 일본이라는 조국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패전 후 새롭게 시작하려는 일본을 위해, 가장 밑바닥부터 새로 시작하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탄광에서 신출귀몰하며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검은 얼굴의 여우’ 이후 누쿠이 탄광을 떠난 모토로이 하야타, 그가 광부의 길을 버리고 도착한 곳은 도쿄의 암시장이었는데…….
“암시장에 대해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건 민중의 강인함이었습니다. 국민 몫의 식량은 패전의 혼란 속에서 착복되어 사라져버렸고,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암시장이 생긴 것입니다. ‘윗선은 믿을 수 없다’는 감각은 지금의 일본에도 통하겠지요. 동시대의 기록은 자료로서 가치가 있지만, 아무래도 객관성 유지가 어렵습니다. 현대 작가가 과거를 쓰는 의미가 여기에 있고, 저는 이 ‘역사적 사실’을 대중 작품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_ 작가의 말
전쟁이 끝난 후 암흑의 뒷골목에서 펼쳐지는 핏빛 공포!
“붉은 미로에 둥지를 튼 마물, 그것이 쳐다보는 순간 세상은 새빨갛게 물든다.”
탄광에서 검은 얼굴의 여우로 불리는 괴기와 밀실 살인을 해결한 모토로이 하야타는 그가 몸담았던 만주 건국대학의 동창 구마가이 신이치에게서 도쿄에 와 불가해한 현상을 규명해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통칭 ‘붉은 미로’라 불리는 비좁고 복잡한 암시장에서 여성들을 뒤쫓는 ‘붉은 옷’이라는 정체불명의 괴인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것. 신이치는 이 암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인 조합 보스 삼촌에게 하야타를 명탐정으로 소개해 그를 이 암시장의 괴이에 휘말리게 한다.
정체 모를 소문의 진상을 파헤친다는, 알아내기는 어렵지만 풀지 못한다고 해서 그다지 문제될 것도 없는 일을 의뢰받은 하야타는 패전 후 배운 민속학 지식을 활용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붉은 미로’의 골목길을 돌아다닌다. 그런데 일을 의뢰한 상인 조합장 기사이치 기치노스케의 파친코 가게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하야타는 다시 살인사건, 그것도 밀실 살인의 해명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붉은 노을이 진 깊은 밤, 붉은 옷에 쫓겨 도망친 게 어느 날 밤이었나.”
참혹한 역사, 칠흑빛 공포, 합리적 추리의 완벽한 하모니
호러미스터리의 새로운 진화 ‘모토로이 하야타’ 그 세 번째 이야기!
깊은 탄광 속 사람을 꾀는 검은 존재와 우뚝 선 등대에 몰아치는 하얀 공포를 들고 나타났던 미쓰다 신조가 이번에는 암시장 속 붉은 옷의 괴이를 전면에 내세운다. 때는 태평양전쟁 직후, 일본은 전쟁에 패배하고 도시 대다수는 황량한 들판으로 변해버렸다. 기아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잿더미가 된 삶을 재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암시장을 세우고 질긴 목숨을 이어나간다. 공습으로 폐허가 된 곳곳마다 가게가 들어서고 그 가게 사이의 빈틈을 잇듯 좁고 꾸불꾸불한 골목이 생겨났는데, 마치 미로 속에 들어온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곳이 바로 ‘붉은 미로’라 불리는 암시장이다. 이곳에는 일본인을 포함하여 그 혼돈의 사회에 남게 된 제삼국인, 징병과 징용으로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버려진 조선인과 중국인들의 이야기가 뒤섞이는데, ‘붉은 미로’는 그야말로 근현대사의 축소판 같은 장소가 되어버린다. 그곳에 여인들의 뒤를 쫓는 붉은 옷의 괴인, 창부들을 잔인하게 죽인다는 살인마 잭더리퍼의 소문이 퍼지고, 실제로 밀실 살인사건과 임산부 피습 사건까지 잇따라 발생하며 핏빛 공포의 기운이 암시장을 뒤덮는다. 과연 하야타는 이번에도 붉은 옷의 괴이와 세 개의 밀실을 풀어내고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일본을 열망하며 조국의 부흥을 위해 밑바닥에서부터 지탱하겠다고 결심한 모토로이 하야타, 탄광과 등대에 이어 암시장에까지 이른 그는 이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인 미쓰다 신조는 올요미모노 인터뷰를 통해 “다음 무대가 될 장소를 낙점해뒀기 때문에 하야타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하야타의 방랑이 안착할 다음 장소는 과연 어디가 될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본 근현대사를 압축한 듯한 생활상이 암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극심한 식량난에 암시장이 서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지고 그 가운데 살아남으려는 민중의 다부진 생명력이 고개를 든다. 특히 미국의 주둔과 함께 일본 정부가 내세운 공창 제도의 성립 부분을 읽다 보면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_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