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패거리
나는 미국 국민들의 훌륭한 무심함에 대한 믿음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소. 그냥 텔레비전에서 보이스카우트의 피를 조금 보았다고 해서…… 텔레비전에서 보이스카우트의 피를? (그의 입술이 갑자기 땀으로 흠뻑 젖는다) 저들이 나를 탄핵할 거야! 저들이……!
우리 패거리 Our Gang 필립 로스 저자 김승욱 역자
  • 2024년 06월 05일
  • 252쪽131X204mm비채
  • 978-89-349-6207-6 03840
우리 패거리
우리 패거리 Our Gang 저자 필립 로스 2024.06.05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직위에 부여된 존엄성, 그 갑옷을 깨부술 생각이다.” _필립 로스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통렬한 정치 풍자극!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펜/포크너상, 퓰리처상 등 소설가로서 받을 수 있는 영예는 모두 차지한 작가,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 그의 초기작 《우리 패거리》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미국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실제 발언을 모티프로 삼은 본작은 ‘트릭 E. 딕슨’이라는 가상의 대통령을 내세워 그가 재선을 위해 펼치는 온갖 만행과 정치적 공작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낸다. 닉슨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이 책에 대해 논의한 녹취록이 공개되어 더욱 큰 화제를 모았으며, “《동물농장》 이후 가장 유쾌하고 다층적인 정치 풍자 소설” 등의 찬사를 받았다. 《우리 패거리》는 사익을 위해 터무니없는 정책을 고안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려 무고한 타인에게 죄를 전가하는 등, 반세기가 넘는 세월에도 반복되는 저열한 정치계에 환멸을 느낀 현대 독자들이 끊임없이 다시 찾는 정치 풍자 소설의 원점이다.
'책 속에서'는 준비 중입니다.
1 트리키가 괴로워하는 국민을 위로하다 • 11
2 트리키가 기자회견을 열다 • 23
3 트리키에게 또다시 닥친 위기, 작전회의 • 41
4 트리키의 대국민 연설 • 113
'덴마크에는 썩은 구석이 있다'라는 유명한 연설
5 트리키 암살 • 165
6 귀환의 여정, 지옥의 트리키 • 231
작가이미지
저자 필립 로스
1933년 3월 19일 미국 뉴저지 뉴어크에서 이주민 2세대 부모 베스와 헤르만 가정의 둘째 자녀로 태어났다. 향후 자신의 글에서 수차례 언급한 유대인 공동체 위쿠아익에서 자랐으며, 1950년 위쿠아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버크넬 대학교에 진학, 시카고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59년에 발표한 첫 번째 소설 《굿바이, 콜럼버스》로 이듬해에 전미도서상을 수상하여 큰 주목을 받았으며, 1969년에 출간한 《포트노이의 불평》으로 비평적, 상업적으로 높은 성취를 이뤄내 세계적 명성을 획득했다. 자신의 이름을 본뜬 가상의 화자 ‘필립 로스’를 내세워 20세기와 21세기 미국 생활상을 탐구하는 작품과 ‘네이선 주커먼’의 일생을 그린 작품들을 포함하여 31권의 책을 저술했다.
문학계에 기여한 업적과 공로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전미도서상을 각각 두 번, 퓰리처상과 인터내셔널 맨부커상,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국가인문학훈장과 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 최고 권위의 상인 골드 메달 등을 수상했다.
필립 로스는 일흔이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집필을 계속하다가 2012년 돌연 절필을 선언했고, 2018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난무하는 비방과 날조, 상식을 말살하는 ‘깡패 정치’
무능한 지도자를 향한 필립 로스의 문학적 테러
1959년 데뷔 이래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30권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고 각각 2번의 전미도서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3번의 펜/포크너상, 펜/나보코프상, 펜/솔벨로상, 퓰리처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국가인문학훈장,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골드 메달 등 거의 모든 문학상을 석권한 작가,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그의 소설 《우리 패거리》가 비채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투박한 듯 치밀한 특유의 익살로 도덕적 위선과 부패한 사회를 겨냥하는 날카로운 언어, 현실을 투명하게 반영하면서도 배격된 진실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그의 작품 정신이 본작에 고스란히 담겼다.
 
미국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실제 연설 내용을 인용해 그 저의와 모순을 드러내며 시작하는 《우리 패거리》는 작중 미국 대통령을 ‘사기꾼’이라는 의미의 ‘트리키Tricky’로, 국방장관을 ‘돼지기름’을 뜻하는 ‘라드Lard’로 지칭하는 등 출간 당시 대통령이었던 닉슨과 당대 내각을 향한 조롱과 풍자를 조금도 숨기지 않는다. 자기과시적 성격과 부족한 지능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주인공 트릭 E. 딕슨과 과잉 충성하는 장관들의 대화가 폭소를 유발하면서도, 악랄하고 무능한 발언을 쏟아내는 그들의 높은 사회적 신분과 역할이 빚어내는 괴리감은 이 노골적인 풍자 소설에 선득한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모티프로 삼은 리처드 닉슨이 오래전 대통령직에서 사임했으며 출간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미국 독자들이 여전히 《우리 패거리》를 찾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여기, 한국의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과연 무엇을 느끼게 될까. “씁쓸하면서도 익살스럽게 휘몰아치는 풍자, 조마조마할 정도로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재미”라는 〈파이낸셜타임스〉의 평가처럼 《우리 패거리》가 선사하는 극단적인 풍자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현대 정치계 일각을 향한 문학적 테러이자 지적 우화로 기능할 것이다.
 
“이 나라가 위대해지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대량의 무지입니다.”
오직 재선만을 바라보는 후안무치 대통령의 파란만장 정치 생존기
보수파 진영의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낙태를 ‘인구 통제 수단’으로 규정하고, 태아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겠다는 대통령 트릭 E. 딕슨. 얼토당토않은 주장에 기자회견에 모인 사람들은 물론 전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며 정부를 향한 소요 사태까지 발생하자, 그는 백악관 지하에 측근을 모아 대책 회의를 연다. 대통령을 비방하는 무리를 모두 총으로 쏴버리자거나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폭동을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체포하자는 둥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트릭 E. 딕슨은 대국민 연설에서 국가를 위협하는 테러의 주동자로 야구선수를 지목한다. 다음 날 미국 대통령이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백악관 앞에는 자신이 대통령을 죽였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이 모여드는데……. 오직 재선만을 바라보는 국가 수장의 파렴치한 행보, 그 처절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정치 생존기가 펼쳐진다.
 
정치적 언어의 메커니즘을 구현해낸 정치 풍자 소설의 원점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임한 대통령의 몰락을 예언하다
필립 로스는 1971년 4월 리처드 닉슨이 낙태를 ‘인간 생명의 신성함에 어긋나는 행위’로 규정한 샌클레멘테 연설 이래, 불과 반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집필을 끝내고 《우리 패거리》를 발표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가 시의성 짙은 주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현직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이 큰 화제를 모았고, 18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출간 당시 닉슨이 비서실장과 본작에 대해 논의한 녹취록이 공개되어 훗날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는데, 해당 녹취록에서 닉슨은 “필립 로스는 끔찍한 도덕적 문둥병자”라는 등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비난을 쏟아내 역설적이게도 《우리 패거리》의 주인공 ‘트리키’를 능가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본작이 출간된 지 3년이 지난 1974년, 재선을 위해 민주당 본부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다 발각된 사상 초유의 워터게이트 사건 발발로 리처드 닉슨은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자진 사임하였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만행을 저지르는 인물이 관직을 차지하는 역사의 재현을 차치하고도, 《우리 패거리》는 조지 오웰이 산문 〈정치와 영어〉에서 설명한 정치적 언어의 메커니즘을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반세기를 관통하는 작품성을 여실히 증명해낸다. 희곡과 연설문, 대화록을 넘나드는 독특한 무대를 구성한 필립 로스는 현실에 만연한 정치 언어의 교묘한 변용과 조작을 문학적으로 실연한다. 이력을 부풀려 스스로를 추켜세우고, 본질을 흐려 책임을 전가하며, 위험을 과장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등 트릭 E. 딕슨의 환멸을 일으키는 연설은 지난 세월은 물론 오늘날의 정치계까지 반영하는 거울이다.
 
“터무니없이 불공평하고, 논리적이며 거칠다. 쉴 새 없이 낄낄거리며 16번도 넘게 폭소를 터뜨렸다. 한마디로 걸작이다.” 〈뉴욕타임스〉
“《동물농장》 이후 가장 통쾌하고 다층적인 정치 풍자 소설.” 〈뉴욕위크〉
“씁쓸하면서도 익살스럽게 휘몰아치는 풍자. 조마조마할 정도로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재미.” 〈파이낸셜타임스〉
“만약 정말 지옥이 있다면 필립 로스의 묘사 그대로 행동할 우리의 대통령이 떠올라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워싱턴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