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난민이셨죠?” 아델라가 말했다. 채용 면접의 첫마디치고는 정신 나간 질문이었다.
“예, 부국장님.”
“캄보디아 출신이시고요.”
“그렇습니다, 부국장님.”
(…)
“제 어머니는 스스로를 가리킬 때 난민이라는 말을 절대 쓰지 않을 겁니다. 전에 난민이었던 적이 있다는 말도 안 할 거고요.” 나는 덧붙여 말했다. “저는 남들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걸 들으면 기분이 참 이상하더군요.
“앞으로 같이 일할 사람들도 그 말을 쓰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이주자’라는 말을 더 선호하거든요. 아까 했던 질문에 답하자면, 난 이주자 관리 담당 부국장이에요.”
“그렇다면 그 이주자들은 어디서……?”
“역사 속에서 왔어요.”
“뭐라고요?”
아델라는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는 시간 여행을 할 줄 알거든요.” 말투가 꼭 무슨 커피 머신을 설명하는 사람 같았다. “시간관리국에 온 걸 환영해요.”
나는 고어에게 세탁기와 가스레인지, 라디오, 진공청소기 따위에 관해 설명해줬다.
“당신네한테는 이게 하녀로군요.”
“틀린 말씀은 아니에요.”
“한 걸음에 1000리를 가는 장화는 어디에 있나요?”
“아직 만들지 못했어요.”
“투명 망토는요? 태양열에 녹지 않는 이카로스의 날개는?”
“마찬가지예요.”
고어는 빙그레 웃었다. “당신네는 번개의 힘까지 노예로 삼았습니다. 그러고는 단지 하인을 고용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그 힘을 사용하는군요.”
나는 날마다 그레이엄의 심박수와 혈압, 체온을 기록했다. 그가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따위도 날마다 기록해 문서로 남겼다. 매주 전화 사용 빈도, 교통수단 탑승 횟수, 미디어 이용 횟수를 확인한 다음 컨트롤이 정한 가상의 기준과 대조해 증감률을 기록했고, 미디어의 경우에는 제각각 얼마나 해로운지 또는 유용한지도 평가했다. 어휘 및 습관을 교정하는 테스트는 걸핏하면 실행했고, 그의 성격과 기분을 관찰해 소설 방식으로 기술하는 작업 또한 멈추지 않았다. 업무가 끝날 줄 모르고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마거릿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봤고 나도 똑같이 반짝이는 눈으로 그녀를 마주 봤다. 너무나 매력적이라서 눈을 반짝이지 않기가 힘들었다. 나와 단둘이 있을 때면 그녀는 남자들 앞에서와 다르게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녀에게조차 ‘여성성’은 안전과 위장을 위해 끝내 끊어내지 못한 습관이었던 것이다. 그런 거라면 나도 익히 알았다. 이따금 나는 말을 하면서 이곳저곳에 넣었던 느낌표가 사라지지 않고 내 혀 밑에 감춰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느낌표들은 입 밖에 내고도 무사하리라는 보장만 있다면 터뜨리고 싶은 말이 나에게 있다는 증거였다.
점점 더 짧아지는 우중충한 낮을 검푸른 밤이 붕대처럼 뒤덮는 나날이었다. 가을 공기 속으로 겨울의 실핏줄이 가느다랗게 뻗어나갔다.
그레이엄은 나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또한 그가 내 삶의 매개 변수였기 때문에 나는 더는 그를 원래 죽었어야 할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나에게 그는 진짜였다. 그래서 나를 아주 실감 나는 곤경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2022년 하퍼스 바자 단편소설상과 V. S. 프리쳇 단편소설상 수상 작가. 2024년, 장편소설 《시간관리국》으로 데뷔했다. 같은 해 〈옵저버〉 선정 ‘최고의 데뷔작’에 이름을 올렸으며, A24와 영상화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영어권 신문 베스트셀러 리스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한편, 여성문학상 롱리스트에 오르고 휴고상 장편소설 부문 최종 후보로 지명되는 등 문학적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펭귄 클래식에서 일하며, 남편과 함께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