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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 문학상 공모전 발표

2026.03.31

대상
정은경 《공기뿌리》

 

심사위원

보린(동화작가), 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천효정(동화작가)

 

제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 문학상 공모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모두 169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본심에 오른 4편에 대한 심사평을 아래에 공개합니다.

주니어김영사 어린이 문학상에 응모해 주신 모든 작가님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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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 문학상 심사평


문학은 단순히 교훈이나 감동을 주는 도구가 아니다. 아이들이 자기 삶을 이해하는 언어를 갖게 해 주는 것, 혼자라고 느낄 때 그곳에서 서성이던 무수한 발자국을 보여 주는 것,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삶의 실체가 담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기술은 뛰어나지만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이들 곁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 삶에 닿을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이번 투고작들을 읽었다.

읽다 보니 판타지가 유난히 많았다. 문제는 질이었다. 판타지의 본질은 놀라움이어야 하는데, 너무 현란하여 피로감만 주는 작품이 대다수였다. 화려하게 시작해서 맥없이 끝나거나, 세계는 거창한데 인물이 납작한 작품도 적지 않았다. 판타지의 세계는 상상이기에 오히려 더 논리적이어야 한다. 온갖 신기한 존재와 규칙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이끌어 가는 내적 논리가 흔들리면, 독자는 금세 이야기 밖으로 튕겨 나간다.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부쩍 늘었는데, 서사의 밀도보다는 장면이 이어지다가 끝나는 식이 많았다. 일상적인 대화 장면으로 작품을 시작하는 경우도 자주 보였는데, 이야기의 결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무너뜨리는 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 두 흐름은 결국 닿아 있다. 하나는 세계를 크게 벌려 놓고 삶과의 연결을 놓치는 게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삶 가까이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된 이야기로 묶어 내지 못하는 게 문제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 가운데 삶에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이야기로서도 흔들리지 않는 작품은 《공기뿌리》였다. 우리는 이 작품을 올해의 수상작으로 뽑았다. 《공기뿌리》는 극적인 과장 없이 인물의 의지를 단단하게 밀고 나가는 플롯과 안정된 문장이 두드러진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아동문학에서 집요하게 형상화해 왔던 ‘정상 가족’의 이데올로기를 깨고 탈혈연과 새로운 연합의 모습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주인공 풍경이는 혈연 가족 속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그룹홈으로 간다. 그곳은 완벽한 장소가 아니다. 돈을 빼앗는 형도 있고, 다툼도 있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쌓여 있다. 그럼에도 그곳은 풍경이가 ‘큰소리칠 수 있는’ 장소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방식이 선언적이지 않은 점도 좋았다. 저녁을 먹고 개수대에 그릇을 놓다가 방울토마토 꼭지를 발견하는 장면, 칭찬 카드를 받았다고 자랑했다가 “그까짓 게 뭐라고.”라며 타박을 듣는 장면은, 이 아이가 시시때때로 느끼는 배고픔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보여 준다.

가위바위보라는 소재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에 낙우가 가위바위보로 침대와 서랍 칸을 차지하던 장면에서, 마지막에 풍경이가 일부러 져 주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아이들이 서로 상처 주면서도 결국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억지스럽지 않게 보여 주었다.

스스로 선택하며 문제를 해결해 가는 인물의 태도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풍경이는 집을 박차고 나와 버스에 오르고, 자기 발로 그룹홈에 들어간다. 그 과정은 누군가에 의해 구원받는 아이가 아닌, 스스로 고민하고 움직이는 존재로서의 면모를 명확히 보여 준다.

다만 짚어야 할 부분도 있다. 골목에서 울던 풍경이가 사회복지사를 만나는 장면은 이야기의 핵심 전환점인데 우연성에 너무 크게 기댄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처럼 틀에 박힌 인물상을 너무 쉽게 재활용하고 있지 않은지도 숙고해 볼 지점이다. 호일이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은 좋았지만, 그 반전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채 흘러가 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어른들 사이에서 자기 몫의 자리를 찾아가는 아이, 혈연 바깥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관계, 부침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나무를 관찰하는 태도는 이 작품을 단단히 지탱한다. 허공에 뿌리를 내리고도 끝내 살아남는 생명력이야말로,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보여 주고자 한 삶의 동력일 것이다. 이 성장의 기록이 지금 여기를 사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곁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함께 논의한 작품 가운데, 가장 고민이 깊었던 작품은 《기억은 노랗다》였다.

이 작품은 첫 장부터 읽기 힘들었지만, 동시에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언니를 잃은 동생의 이야기로, 특히 13살에 불과한 예원이가 어른들의 슬픔을 떠받쳐야 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상실의 고통과 상실을 제대로 슬퍼할 수 없는 고통을 동시에 보여 주며, 이 작품은 단순한 추모 서사를 넘어선다. 노란색이라는 색깔이 슬픔과 기억의 상징으로 일관되게 기능하는 방식도 섬세했다.

세월호에 대한 막연한 혐오의 담론은 학교 현장에서조차 만연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심사위원 모두가 공감했다. 그러나 특정 사건을 정확히 지목하여 그려 낼 때에는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이것이 초등학생 독자를 위한 동화라는 점에서 망설임은 더욱 커졌다. 감정의 밀도가 너무 높고 고통의 장면이 촘촘하게 이어진다. 아이들에게 이 무게를 고스란히 전달해도 괜찮은가.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특정 종교의 기도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지나치다 싶었다.

《링크》는 SNS 의존, 딥페이크, 알고리즘, 자아 정체성의 혼란을 SF적 상상력으로 묶어 낸 기획이 흥미로웠다. 가면을 쓰면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은 인공 지능의 파도에 휩쓸린 이 시대의 익명성과 자아 상실을 은유하기에 적절했다. 무엇보다 나를 기억하는 타인을 만날 때 가면의 링크가 풀린다는 설정이 주제와 잘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SF는 상상이 허락되는 장르인 동시에 그 상상에 내적 논리가 탄탄해야 한다. 링크증후군, O2마스크, IMU, VR 등 설정이 많기도 하거니와 설정상 오류도 있었다. 과연 링크증후군이 항정신성 자기 인식 장애, 즉 심리적인 병이라면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가며 모든 인간에게 동일한 물리적 증세를 일으킬 수 있을까? 링크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가면을 벗는 결말 역시 해소라기보다는 회피에 가깝다. 가면 연구자가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인으로 등장하는 순간 또한 이야기를 단순한 선악 구도로 얄팍하게 만든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품인데, 그 말들을 담아낼 그릇을 더 단단하게 빚어야 할 것 같다.

《순례의 꿈》은 매 순간 생생하게 움직이는 어린이 주인공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주인공 순례가 자신의 욕망을 확실하게 알고, 그것을 위해 힘차게 달려가는 플롯도 좋았다. 순례 극단이 꾸려지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개성이 살아나고, 갈등을 빚던 인물이 조력자로 변화하는 흐름도 자연스럽다. 결말의 해피 엔딩은 다소 작위적이나 주제를 선명하게 하려는 의도로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왜 백 년 전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쳤느냐 하는 중요한 문제가 끝내 해결되지 않는다. 역동적인 주인공, 호흡이 깔끔하고 생동감 있는 문장 등 두드러진 장점이 있음에도, 이야기가 머무는 자리가 ‘지금 여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발목을 잡는다. 여아 차별로 인한 갈등은 지금 아이들이 자신의 일로 느끼기에는 시대적 간극이 크다. 실존 인물 방정환을 등장시킨 것도 득보다 실이 많았다. 훈장 같은 말투가 방정환과 썩 어울린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세부 묘사의 개연성을 흔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만 커진다. 전라도 지역에서 하는 공연 전단지에 아동극 대회 일등 수상자가 ‘개성 소녀 가극단’에 들어올 수 있다는 대목도 사실성이 의심된다. 또한, 본격적인 사투리를 사용할 때 얻는 장단점에 대해서도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배경이 실감 나게 느껴질 수는 있으나 어린이 독자가 읽었을 때 심각하게 가독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좋은 아동문학은 아이들에게 삶을 해석할 언어를 건네준다. 그 언어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방울토마토 꼭지, 가위바위보 한 판으로도 충분하다. 올해 수상작 《공기뿌리》가 그것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수상을 축하하며, 마지막까지 분투했을 다른 작가들에게도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보린(동화작가/대표 집필), 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천효정(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