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발견에서 무한한 가능성으로
막스플랑크연구소 김기덕 박사가 들려주는
‘물리학의 성배’ 초전도 현상의 모든 것
“초전도체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한 권으로 충분하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한정훈 교수,
유튜브 〈안될과학〉 ‘항성’ 강성주 박사 추천!
초전도 현상의 발견, 원리를 밝히기 위한 이론과 실험부터
초전도체를 둘러싼 스캔들, 상온 초전도체가 불러올 미래까지
저항 없이 한 권으로 이해하는 초전도의 세계
2023년 여름, 세계 과학계를 뜨겁게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국내 한 민간연구소에서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언론은 이를 앞다투어 보도했고, 대중은 열광했다. 곧바로 세계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이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고, 논란이 이어졌다. 작은 소식 하나에도 초전도체 관련주는 출렁였다. 이전까지 과학계 외부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던 '초전도체'는 이제 모르는 이가 없는 단어가 되었다. 초전도체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파급력이 큰 걸까? LK-99 논란과 관련하여 KBS 〈9층 시사국〉, 〈이슈 PICK 쌤과 함께〉,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보다BODA〉, 〈와이스트릿〉 등에 출연했던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김기덕 박사가 초전도체를 제대로 알리고자 책을 썼다. 초전도 현상 연구의 역사, 원리, 이를 규명하기 위한 이론과 실험, 미확인 초전도 물체(USO)와 논문 조작 등 초전도체를 둘러싼 해프닝과 스캔들, ‘물리학의 성배’이자 ‘꿈의 물질’인 초전도체가 현재 쓰이고 있는 분야와 앞으로 불러올 환상적인 미래까지, 초전도체와 관련한 역사 및 과학 지식을 담았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짜릿한 과학적 탐험과 함께 공중 부양처럼 경이로운 초전도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이 책은 초전도체가 미래 사회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탐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초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관련 분야의 학생 및 연구자는 물론, 미래의 과학기술과 사회 변화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초전도체란 무엇인가?
초전도체의 특징과 약점 세 가지
초전도체(superconductor)는 이름 그대로 초월적(super-) 능력을 지닌 전도체(-conductor)이다. 전도체라면 전기를 잘 흘리는 물질인데, 그렇다면 초전도체는 그저 '완벽한 전도체'일까? 그렇지 않다. 초전도체는 일반적인 전도체에서는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현상을 보인다. 그 놀라운 성질을 저자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전기저항이 0이다. 초전도체에서 저항 없이 흐르는 전류를 '초전도 전류' 또는 '초전류'라고 하는데, 초전류를 이용하면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강력한 전자석도 만들 수 있다. 둘째, 초전도체 내부의 자기장을 0으로 만드는 ‘마이스너 효과’를 보인다. 이 특징은 공중 부양하는 초전도체 모습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마이스너 효과만으로는 초전도체를 자석 위에 띄울 수 없다. 저자는 마이스너 효과가 무엇인지, 초전도체가 공중에 뜰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쉽고도 정확하게 설명한다. 셋째, ‘자기선속 양자화 현상’과 ‘조지프슨 효과’ 같은 거시적 양자 현상을 보인다. 초전류를 이루는 전자들은 양자역학의 파동으로 기술할 수 있으며, 따라서 초전류가 만들어내는 자기장의 세기(자기선속)도 양자화되어 있다. 초전류의 양자 터널링을 뜻하는 '조지프슨 효과' 역시 전자나 양성자처럼 한 입자의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거시적' 현상이다. 저자는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이 발견되었을 때 이 세 가지 특징 중 실험하기 어려운 셋째 특징은 생략될 수도 있지만, 앞의 두 가지 특징은 반드시 확인되어야 초전도체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초전도체에는 물론 약점도 있다. 온도가 올라가거나 전류나 자기장의 크기가 일정 정도 이상이면 초전도 성질을 잃어버린다. 이런 특징들과 그에 따른 초전도체의 분류, 양자역학의 기초적인 지식들을 저자는 수식 없이 평이한 언어로 전달한다. 차분히 읽다보면 일반인도 무난하게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다.
세상에서 가장 ‘쿨’한 탄생부터
개발 경쟁으로 ‘핫’한 현재까지
한계를 뛰어넘는 초전도체의 진화
극저온에서만 나타나는 초전도 현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수많은 과학자를 끌어들였고,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전이온도를 높이기 위한 과학자들의 끈질긴 노력과 무수한 실패, 몇몇 놀라운 발견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현재진행형 역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차가웠던 초전도체 탄생의 순간부터 상온 초전도체 개발 경쟁으로 뜨거운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계를 뛰어넘는 초전도체의 과학적 탐구 여정을 안내한다. 앞으로 새로운 발견으로 뒤집힐 가능성도 있지만 최근 50년 사이에 초전도 현상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발견과 연구도 신중하게 소개한다. 독자들은 최근의 초전도체 이슈가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보다 넓고 깊은 시야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초전도 연구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당시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에서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발견되었다. 절대영도에 도달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세상의 모든 기체를 끓는점 아래로 냉각시켜 액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마지막까지 액화되지 않고 ‘영구기체’로 남아 있던 수소와 헬륨이 각각 영국의 제임스 듀어와 네덜란드의 카메를링 오너스에 의해 액화되는 이야기는 두 과학자의 끈질긴 노력과 경쟁, 아이러니가 얽힌 한 편의 드라마다. 1908년 헬륨 액화로 당시 세상에서 가장 낮은 온도에 도달한 오너스는 1911년, 극저온 상태의 수은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수많은 초전도 물질이 발견되었지만 그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은 무려 46년이 지나서야 등장했다. 그전까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먼, 닐스 보어 등 유명한 ‘천재’ 물리학자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뛰어들었으나 양자역학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적 한계로 인해 모두 실패했다. 이후 새로운 세대의 물리학자 존 바딘(Bardeen), 리언 쿠퍼(Cooper), 존 로버트 슈리퍼(Schrieffer)가 초전도 이론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나가며 1957년, 그때까지 발견된 모든 초전도체를 설명할 수 있는 ‘BCS 이론’이 탄생했다.
BCS 이론 탄생 이후 29년간 이론이 제시한 한계온도를 뛰어넘는 초전도체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위스의 IBM 연구소에서 일하던 알렉스 뮐러와 게오르크 베드노르츠는 1986년, 당시 초전도 연구의 주류에서 금기시했던 산화물에서 35켈빈(섭씨 영하 238도)의 전이온도를 갖는 ‘고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 BCS 이론은 25~30켈빈을 초전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한계온도로 보았기에 그 이상의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 물질군을 ‘고온’ 초전도체라고 한다. 이듬해 3월, 전이온도 90켈빈(섭씨 영하 183도)이 넘는 물질이 발견되고, 곧이어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 ‘물리학의 우드스톡’으로 불리는 미국 물리학회가 열리면서 고온 초전도체는 인재와 재원이 몰리는, 그야말로 ‘뜨거운’ 연구 주제가 되었다. 고온 초전도 논문을 발표한 바로 다음해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되었는데, 당시 노벨상을 받기까지 논문 발표 후 평균 20년이 걸렸다는 통계를 생각해보면 고온 초전도체를 향한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다.
2024년 현재까지도 다양한 주장과 실험 결과들이 계속 쌓여가고 있을 뿐, 고온 초전도체를 완벽히 설명하는 이론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현재 가장 높은 전이온도를 갖는 초전도 물질은 란타넘 데카하이드라이드(LaH10)로, 170기가파스칼로 눌렀을 때의 초전도 전이온도가 250켈빈, 섭씨 영하 23도이다.
미확인 초전도 물체, 논문 조작...
초전도체를 둘러싼 해프닝과 스캔들
과학은 데이터로 말한다. 그래서 대단한 과학적 발견이라고 해도 데이터를 읽어내는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별 감흥이 없거나 너무 어려워서 이해할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매년 발표되는 과학 관련 노벨상의 주제들을 생각해보라. 하지만 초전도체는 다르다. 갑자기 0으로 떨어지는 저항 그래프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짜릿하고, 자석 위에 둥둥 떠 있는 초전도체의 모습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전기가 저항 없이 흐른다는 개념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초전도 현상의 매력과 가능성에 끌린 과학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초전도 분야에는 몇몇 해프닝과 스캔들이 있다. 경험 부족이나 실수로 다른 물리적 현상을 초전도로 착각하거나 실험이 잘못돼서 생긴 ‘미확인 초전도 물체’(USO)가 그런 해프닝이라면, 물리학계 최대, 최악의 사건 중 하나인 ‘얀 헨드릭 쇤 사건’과 같은 데이터 조작은 스캔들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몇 가지 해프닝과 스캔들을 소개하면서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 새로운 발견이 있을 때 학계에서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 연구 윤리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낸다. 2023년 여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LK-99에 대해서도 저자는 ‘논문 조작은 아니고 미확인 초전도 물체(USO)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과학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초전도 연구에서 볼 수 있는
과학자의 발상법과 미래 과학기술의 풍경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나 리처드 파인먼, 로버트 오펜하이머, 스티븐 호킹 등 대중적으로 유명한 이론물리학자들 때문인지, 물리학을 흔히 이론적인 학문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실험물리학자인 저자의 말대로 "물리학은 철저하게 실험이 동반되어야 하는 학문"이다. 초전도 현상은 전에 없던 새로운 물리 현상이었기에 실험을 통해 먼저 발견되지 않았다면 이론적으로 예측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물리학, 특히 고체물리학을 이론과 실험의 균형 위에서 바라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때로는 고집스럽고, 때로는 엉뚱하기도 한 과학자들의 발상법도 엿볼 수 있다. 극저온에서 측정할 수 없이 낮게 나온 수은의 저항 값이 정말로 0인지, 아니면 그저 당시 측정장비의 한계보다 작은 값인지 끝까지 파고들어 엄밀하게 밝힌 카메를링 오너스, 복잡하고 정신없는 금속의 세계를 전자 두 개와 포논으로 단순화시켜 ‘쿠퍼쌍’을 발견한 리언 쿠퍼, 초전도 현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피해야 할 영역으로 여겨지던 산화물과 부도체를 통해 전이온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발견을 한 베드노르츠와 뮐러. 물론 110년이 넘는 초전도의 역사에는 이런 결정적 순간, 천재적인 통찰, 끈질긴 노력도 있지만 그보다 실패담이 더 많다. 저자는 그런 실패들까지 과학의 일부이며, 옳은 방향으로 가는 가능성을 좁힌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한편 초전도체는 이미 의학, 군사, 운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극저온이나 고압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그런 환경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초전도체를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작을 때에만 사용할 뿐이다. 앞으로 연구가 더 이루어지면 양자컴퓨터, 핵융합, 전력 손실 없는 초전도 송전, 전기비행기의 모터 등 초전도체의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초전도체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디까지 왔는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초전도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얻고 그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초전도체의 역사는 현대 양자물리학의 발전과 그 궤도를 같이해왔다. 요즘은 양자컴퓨터의 핵심 소자인 ‘큐비트’로서 21세기 양자 문명을 주도하고 있다. 김기덕 박사의 책은 과학을 좋아하는 대중과 학생들이 초전도체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하고 쉬우면서도 정확한 문체로 서술한다. 가장 경이롭고 중요한 양자 물질, 초전도체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한 권으로 충분하다. _한정훈(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미래를 열어줄 열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초전도체라고 답한다. 초전도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김기덕 박사의 책은 양자역학의 복잡한 이론을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내는 것은 물론, 과학의 차가운 벽을 허물고 초전도체가 현대사회와 어떻게 깊숙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기술적인 꿈과 현실을 연결하는 따뜻한 다리를 놓는 책이다. _강성주(과학 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