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물리학
“모든 물질은 양자 물질이다. 우리 몸과 빛조차도!”
현대물리학의 가장 큰 분야, 응집물질물리학을 소개하는 최초의 교양서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비유로 이해하는 양자 물질의 역사

#물리학
물질의 물리학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양자과학 시대 위상물질까지 한정훈 저자
  • 2020년 09월 25일
  • 300쪽148X215mm김영사
  • 978-89-349-2010-6 03420
물질의 물리학
물질의 물리학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양자과학 시대 위상물질까지 저자 한정훈 2020.09.25

책 소개

 

“모든 물질은 양자 물질이다. 우리 몸과 빛조차도!”

현대물리학의 가장 큰 분야, 응집물질물리학을 소개하는 최초의 교양서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비유로 이해하는 양자 물질의 역사

 

질량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빛도 물질인가? 자석은 왜 자석인가? 왜 어떤 물질은 전기를 통하고 다른 물질은 그러지 못하는가? 2차원, 1차원 물질도 있는가? 도대체 ‘물질’이란 무엇인가?

《물질의 물리학》은 물리학의 근원적인 질문들을 탐구해가는 과정에서 발견된 그래핀, 초전도체, 양자 홀 물질, 위상 물질 등 기묘한 물질들의 세계를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독창적인 비유로 직관적이고도 자세하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인 한정훈 박사는 지도교수 데이비드 사울레스의 201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계기로 여러 차례 대중 강연을 하고 해설을 기고하면서, 제한된 시간과 지면에 답답함을 느껴 좀 더 긴 호흡으로 ‘물질’에 대해 대중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이 책을 구상했다. 그는 이 책에서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부터 양자과학 시대의 위상 물질에 이르는 ‘물질’의 역사를 물리학자들의 삶과 당시의 시대 배경, 자신의 경험을 씨실과 날실로 엮어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현대물리학에서 가장 많은 과학자들이 다루는 대상은 ‘물질’(응집물질물리학)인데 국내 물리학 교양서 대부분은 ‘우주’(천체물리학)와 ‘입자’(입자물리학)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대물리학의 최신 흐름에 목말라 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책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나는 이론물리학자다. 새로운 물리 이론을 만들어 논문을 쓰는 게 내 일이다. 논문을 왜 쓰는가? 승진, 인정, 명성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나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남들이란 나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다른 연구자들이다. 대상이 좁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를 다 훑어봐도, 내가 반년 동안 온 힘을 기울여 완성한 논문을 읽고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은 겨우 스무 명 남짓하다.

그 동기만을 놓고 보면, 대중을 향한 책 쓰기도 논문 쓰기와 다르지 않다. 나만의 이야기가 있을 때, 그걸 사적인 자리에서 혹은 사회관계망에서 친구들, 동료들과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아쉬움이 남을 때, 심지어 이 말만은 꼭 하고 죽겠다는 각오마저 들게 하는 그런 이야깃거리가 있을 때, ‘저술가’라는 부류의 인간이 탄생한다. 나에게도 인생을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전에 정리해서 남겨놓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물질의 이야기다. _11쪽

 

거대한 우주에 대한 서사나,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소립자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 없다. 책의 출발점은 일상생활의 뿌리요 뼈대인 원자이고, 그 원자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이다. 이 책은 원자로부터 시작해서 몸집을 키워나간다. 물질의 세계를 향해 나간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견되는 익숙한 물질보다는 실험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물질의 세계를 주로 다루었다. 진정한 양자 물질의 세계는 산속에 은둔해 무술 연마에만 몰두하는 무림 고수의 세계와 비슷하다. 실험실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그 무림 세계를 지배하는 굵직한 계파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계파, 즉 양자 물질은 초전도체, 초액체, 양자 홀 물질, 그래핀, 디랙 물질, 위상 물질 등이다. 조금 신기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빛도 물질이다. _13쪽

 

과학이라는 행위는 어떤 근사한 가설 하나를 줄에 묶어 천장에 매달아놓고, 그 아래 부엌에서 과학자들이 그 가설의 옳고 그름을 검증하려고 이런저런 실험과 계산을 해보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그 가설이 옳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줄은 아래로 내려오고,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가설을 가까이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게 된다. 가설은 이제 ‘정설’ 또는 ‘법칙’으로 불린다. 누군가 오래전에 그 가설 덩이를 천장에 매달아놓은 덕분에 주방에서 비로소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라는 이름의 아주 매력적인 가설을 천장에 매달아준 인물이고, 그의 가설 덩어리를 주방으로, 정설로, 진리의 세계로 끌어내리기 위해 과학자들은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방에서 분주하게 일했다. _23~24쪽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주장만 떼어놓고 본다면 엠페도클레스와 데모크리토스와 플라톤의 답안은 기본적으로 옳다. 비록 그리스인들이 내놓은 ‘답’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볼수록 부정확했지만 그들이 했던 ‘질문’은 아주 적확한 과학적 질문이었다. 현대 과학은 그들이 제시했던 답안 곳곳에 보였던 빈칸을 두리뭉실한 언어 대신 치밀한 수학적 언어로 채워주었다.

플라톤 이후 수천 년에 걸친 세월은 이런 빈칸 채우기에 필요한 과학적 실험 도구와 수학적 언어를 개발하는 데 걸린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_36~37쪽

 

과학자가 가장 슬퍼해야 할 때는 그가 했던 일이 실패했을 때가 아니라, 무의미할 때이다. 그 결론만 놓고 보면 실패한 이론이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티마이오스》는 최초의 물질 이론을 담은 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보석 같은 요소를 담고 있다. 특히 엄밀한 수학 증명 결과를 자연현상 해석에 적용했다는 점을 가장 매력적인 측면으로 들고 싶다. 《티마이오스》 이후 25세기에 걸쳐 물질의 본질에 대한 탐색이 있었다. 그 결론을 한마디로 내리면 이렇다.

‘모든 물질은 양자 물질이다.' _45쪽

 

어떤 호텔이 있다. 이름은 파울리 호텔이라고 한다. 이 호텔에는 독특한, 절대 어길 수 없는 규칙이 하나 있다. 어떤 방이든 각 방에는 남자도 한 명, 여자도 한 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는 규칙이다. 텅 빈 방, 남자 혼자 투숙한 방, 여자 혼자 투숙한 방, 남녀 한 쌍이 투숙한 방은 있지만 남자 둘, 여자 둘이 같은 방에 들어오는 건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세상에 어떤 호텔이, 무슨 이유로 이런 묘한 규칙을 요구할까? _78쪽

 

파울리 호텔은 바로 물질이다. 물질은 원자를 조합해서 만들어졌고, 각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묶여 있는 원자핵, 그리고 그 주변을 맴도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모든 물질 속에는 그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개수에 비례하는 수많은 전자가 있는 셈이다. 각각의 전자는 고유한 방 번호가 붙어 있는 방에 투숙하고 있다. 이 방 번호를 양자역학에서는 양자수라고 부른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모든 물질은 일종의 파울리 호텔이다. _81쪽

 

하이젠베르크가 그의 풋내기 학생에게 제시한 주제는 원자 세계의 문제도, 우주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가 내린 화두는 “자석은 왜 자석인가?”와 “왜 금속에서 전류가 흐르는가?” 이 두 문제였다. 이제 막 양자역학이란 멋진 도구가 탄생했고, 유럽의 능력 있는 이론물리학자라면 너도나도 그 과실을 따 먹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때인데, 왜 하이젠베르크는 하필 이런 유치한 문제를 두고 고민하면서 학생에게 풀어보라고 시켰을까? _101쪽

 

그 26년 동안 오너스가 과학적인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을 딱히 거두었을 리 만무하다. 그가 했던 일이라고는 그저 세계 최고의 저온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 장비를 설계하고, 설계를 수정하고, 장비를 만들고 관리할 전문 숙련공을 훈련시키는 것이었다. 과학자의 인생이나 그의 성취를 너무 낭만적으로 묘사하거나 영웅시하는 일은 물론 경계해야겠지만 이 대목에서 한 번쯤 가슴 뭉클해지는 감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26년이란 세월을, 딱히 세상에 자랑할 만한 논문 한 편도 없이, 어떻게 버텼을까! 오너스의 집념, 그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도움, 그리고 그의 연구실에서 하는 사업을 꾸준히 지원해주었던 네덜란드라는 국가나 레이던대학교의 제도 등을 상상해보면 놀라움과 부러움과 존경심이 한꺼번에 교차된다. _114쪽

 

빛이 파동임을 증명했던 맥스웰로부터 슈뢰딩거의 양자역학 방정식 탄생까지, 그 탐구의 시작과 끝만 딱 떼어놓고 보면 천지개벽과도 같은 변화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중간 과정을 단계별로 뜯어보면 한 알의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크게 자라 마침내 참나무가 되듯 점진적인 변화의 측면도 분명히 보인다. 양자역학의 핵심 상수를 도입한 플랑크의 논문에는 막상 양자란 단어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고, 빛이 알갱이라고 주장한 아인슈타인의 논문에는 광자photon란 단어가 없다. 대신 ‘양자’는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정작 ‘광자’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건 1926년 미국의 물리화학자 루이스Gilbert Lewis(1875~1946)였다. (학문적) 선배에게는 매우 조심스러웠던 개념이 다음 세대에선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현상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과학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_166쪽

 

우리는 은연중에 물질이라고 하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은 너비와 길이와 높이가 있는, 3차원적인 어떤 대상이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현대의 물질 과학은 이런 (일상적인 경험에 근거한) 편견을 20세기 후반 들어서 극복해버렸다. 물질에는 2차원 물질, 1차원 물질도 있다. _211쪽

 

자석이란 단어가 일반적으로 주는 인상은 놀라움과 경외감보다는 그저 ‘아이들 장난감’에 훨씬 가깝다. 나 역시 양자 물질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자석은 양자역학의 본성을 제대로 알아야만 간신히 이해할 수 있는 신비로운 물질이다. _234쪽

'책 속에서'는 준비 중입니다.

차례

 

추천의 글

머리말

 

1. 최초의 물질 이론

내 별명은 헬로 /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엠페도클레스, 데모크리토스 /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 부분과 전체 / 현대 물질 이론 / 30년 후

2. 꼬인 원자

헬름홀츠 / 소용돌이 / 소용돌이 원자론 / 위상 원자 이론의 몰락, 부활, 몰락, 그리고…

3. 파울리 호텔

배타적 전자 / 물질의 분류 / 제이만, 로런츠, 파울리 / 전자의 사회학 / 블로흐의 증명

4. 차가워야 양자답다

절대영도의 세계 / 오너스의 냉장고 / 양자다운, 너무나 양자다운 / 초전도체와 힉스 입자 / 두 종류의 액체헬륨 / 과학적 낙수 효과

5. 빛도 물질이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 빛에 대한 공학적 접근: 빛을 나누는 장치 / 빛은 파동이다: 맥스웰의 대발견 / 빛도 입자다! 난로와 전자레인지의 교훈 / 파동의 물질성, 물질의 파동성 / 아인슈타인이 '놓친' 노벨상

6. 양자 홀 물질

전자를 움직이는 힘: 전기력과 자기력 / 맥스웰의 실수, 홀의 발견 / 가장 얇은 금속 / 클리칭의 우연한 발견 / 시애틀, 위상 숫자

7. 그래핀

선배 / 2차원 물질 / 탄소 물질 / 그래핀 발견 / 상대론적 전자계 / 호프스태터 나비 / 놓친 기회, 새로운 기회

8. 양자 자석

입자는 자석이다 / 자석은 정보다 / 위상 자석 / 차원의 반전 / 땅콩 크기만한

9. 위상 물질 시대

샤모니의 추억 / 위상이란 이름 / 제3의 고체 / 양자 스핀 홀 효과 / 짝수 절연체, 홀수 절연체 / 상대론적 금속

 

꼬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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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미지
저자 한정훈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응집물질 이론, 그중에서도 자석, 양자 자석, 위상물질에 대해 고민하는 이론물리학자다. 양자자석에 발현되는 스커미온 구조에 대한 연구서적 《Skyrmions in Condensed Matter》를 2017년 출판했다. 2020년에는 양자물질을 소개하는 대중서 《물질의 물리학》을 써서 그해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고, 2021년에는 한국물리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리뷰'는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