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 대선사의 가르침
선의 나침반
The Compass of Zen
현각 엮음 / 허문명 옮김
나는 소승이니 대승이니 참선이니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불교조차 가르치지 않는다.
‘오직 모를 뿐’을 가르칠 뿐이다. - 숭산 스님
숭산 큰스님의 쉽고 친절한 가르침의 말씀은,
참선 수행이라는 마음공부를 통해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길잡이다.- 현각 스님
한국 선불교를 세계에 알리며 ‘한국의 달마’라 불린 숭산 행원 대선사! 불교의 이해와 삶의 지혜를 함께 배우는 깨달음의 교과서!
진리의 안내자 숭산 대선사의 30여 년간의 설법을 제자 현각 스님이 집대성한 책 《선의 나침반》이 김영사에서 출간되었다. 《선의 나침반》은 벽안의 승려 현각 스님이 숭산 큰스님의 법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1997년 미국에서 《The Compass of Zen》이라는 제목으로 엮어낸 책이다. 2001년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선의 나침반》은 10여 년간, 불교에 입문한 초신자부터 수행자들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하였고, 이 책의 가치와 말씀의 깊이에 맞게 김영사에서 양장 합본하여 재출간하였다.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통해 스승이신 숭산 큰스님과의 인연, 깨달음의 과정을 보여주었던 현각 스님은 큰스님이 설법한 녹음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를 녹취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4년여에 걸쳐 《선의 나침반》을 완성하였다. 서구의 합리적 사고방식에 맞추어, 또한 불교에 낯선 서양 사람들에 맞추어 숭산 큰스님은 다양한 일화와 쉬운 어휘를 사용하여 법문을 하셨다. 불교 공부가 어려운 한자로 가득한 경전 공부가 아니라, 참선 수행이라는 마음공부를 통해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길잡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방법이었다. 참나를 깨닫고 중생을 교화하는 불교의 목적에서부터, 소승불교, 대승불교, 선불교로 이어지는 부처님의 가르침까지.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핵심을 관통하는 숭산 스님의 말씀은 연기법과 삼법인, 사성제와 팔정도, 육바라밀행 등 불교교리의 핵심 가르침을 설명하고, 《금강경》《반야심경》《법화경》《화엄경》 등 경전에 담긴 불법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따뜻하고 자애로우면서도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숭산 큰스님의 유머러스하고 파격적인 법문은 딱딱한 불교가 아닌, 재미있고 쉬운 불교로 우리를 안내한다.
2500년간 이어온 불교의 맥을 한 권으로!
삶을 혁명적으로 아름답게 바꾸는 단 하나의 지침서!
불교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선의 나침반》은 불교의 목적, 불교의 분류, 불교의 구성 등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에서부터 시작한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제도함)이라는 불교의 목적과 소승·대승·선이라는 각기 다른 세 가지 불교 전통과 불교를 구성하는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대한 개괄이 그것이다. 다음으로는 소승불교에 대한 가르침이다. 우리 마음속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때그때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이미 우리는 완벽해진다는 가르침이다. 신도, 부처도, 나도, 아무것도 없는 그곳을 얻어 대자대비심을 발휘해야 함을 말한다. 대승불교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마지막 한 생명이라도 고통에서 구해내지 않으면 혼자서 무한한 축복의 세계인 극락으로 가지 않겠다는 큰 서원을 말한다. 곧, 공空을 깨달은 뒤에 대자대비를 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르침이 담긴 《금강경》《반야심경》《대열반경》《법화경》《화엄경》《법성게》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어려워 보이기만 한 경전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다. 마지막은, 선불교에 대한 가르침이다. 선불교는 무엇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며, 바로 직접적으로 마음을 탐구해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돕는 것이며, ‘바로 이 순간’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선 수행의 가르침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은 불립문자 교외별전(不立文字 敎外別傳)이다. 이것은 문자를 세우지 않고 그 문자에서 가르치는 진리, 즉 마음만을 전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말은 사람의 마음을 직접 가리켜 자신의 본성을 깨달아 부처가 된다는 뜻이다. 숭산 큰스님은 이 책의 서두에 “이 책을 읽되 부디 말에 집착하지 말고 ‘오직 모를 뿐’ 하는 마음으로 계속 정진 수행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한국의 달마’라 불린 숭산 큰스님에 대해
‘단지 모를 뿐, 오직 할 뿐’이라는 가르침을 남긴 숭산 행원 대선사(1927~2004). 생전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와 베트남의 틱낫한, 캄보디아의 마하 고사난다와 더불어 세계 4대 생불(生佛)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재에 소개될 만큼 세계 각국에 한국 불교를 널리 알려 한국 불교 최고의 해외포교사로 추앙받는 정신적 스승이다. 한국 선불교를 누구보다 앞장서 세계에 알리며 ‘한국의 달마’라 불린 숭산 스님은 1927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났다. 일본 총독의 압제 아래 정치적, 문화적 활동을 탄압받던 시절, 지하 독립운동에 가담해 1944년 체포되어 좁은 감방에서 갖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다음해 세계대전에 끝나고 동국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나, 불안한 사회를 보며 자신의 정치적 운동이나 학문으로는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참된 진리를 구하기 위해 1947년에 충남 마곡사로 출가하여 행원(行願)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1949년 예산 수덕사에서 당시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지식이었던 고봉 대선사로부터 전법게(傳法偈)와 숭산(崇山)이라는 당호(幢號)를 받아 이 법맥의 78대 조사(祖師)가 되었다. 당시 고봉 스님은 ‘너의 법(法)이 세계에 크게 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1966년 일본으로 건너가 해외 포교에 앞장서 1972년 미국에 홍법원 개설을 시작으로, 32개국에 120여개 선원(Zen Center)을 설립ㆍ운영하였으며 수많은 외국인 제자들을 길러냈다. 숭산 스님의 해외 포교 이야기는 하나의 전설처럼 내려온다. 66년 일본을 시작으로 69년 홍콩, 72년 미국, 74년 캐나다, 78년 폴란드, 80년 영국, 81년 스페인, 83년 브라질, 85년 프랑스, 89년 남아공, 93년 싱가포르 등. 지금은 ‘세계화’라는 단어가 너무나 친숙하지만,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1970년대에 나온 것을 생각한다면 시대를 앞서가던 스님의 탁월한 노력은 실로 놀랍다. 한국에서의 높은 지위를 마다하고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젊은 미국학생들에게 참선을 가르치시던 것이나, 만만치 않던 시절에 폴란드를 시작으로 동구권 공산권 국가에 대한 포교활동을 하였던 것 등, 스님은 가르침의 내용에서뿐만 아니라 세계를 내 집처럼 오고간 행적에서도 많은 불교도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숭산 스님이 조계종의 큰스님이긴 하지만 숭산 스님께서 해외에 심은 불교는 한국의 조계종과는 많이 다르다. 각 지역의 문화적 특수성에 맞게 형식이 변용되었는데 그래서 ‘관음선종(Kwna Um School of Zen)’이라는 새로운 종파가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재가자(평신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미국적 환경에 맞추기 위해 재가불자도 승복을 입을 수 있고,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스님의 계를 내려주셨다. 그리고 단순화된 공안으로 각 단계를 차례로 통과하여 선사의 자격을 주는 등, 출재가가 엄격히 구분되는 한국의 전통과는 많이 다르다. 승가와 재가의 구분이 흐린 숭산 스님의 포교방법은 한국에서는 인색한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미국 땅에서는 ‘선사님(Seon Sa Nim)’이라고 더 잘 알려진 숭산 스님의 말씀은 쉽고, 단순하고, 너무나 재미있으면서도 동시에 정곡을 찌르는 지혜의 말씀으로 알려져 있다. 매사추세츠 의과대학의 정신과 교수이자 세계적인 수행가인 존 카밧 진(Dr. Jon Kabat-Zinn)은 아래와 같이 숭산 스님을 회고했다.
당시 제자들은 우리 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선사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숭산 선사님은 정말 특이한 분이셨다. 법문이나 예불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의(法衣)가 아닌 ‘선사님표 스님 평상복’ 복장으로 격 없이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셨다. 유창한 영어 구사력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선사님께서는 선 지도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불법과 선을 미국인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확고한 의지 앞에서 짧은 영어로 인한 불리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문법에 어긋난 서투른 영어로 인해 선사님의 가르침을 머리로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그로 인해 가르침은 더 힘있고 독특해졌다. 겉으로 드러난 의미의 이면을 꿰뚫어 보지 않고서는 선사님께서 전하고자 하셨던 진의(眞意)나 핵심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선사님의 언어는 자생하는 생명체와 같았다. 선사님의 힘차고 독특했던 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형태로 바뀌어 서서히든 빨리든 간에 우리의 마음 속 깊이, 뼛속 깊이 스며들었다.
선사님의 가르침은 우리의 지성과 관념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한 편의 명시처럼 추상적 이미지를 일단 무턱대고 삼키고 나면 그 이미지들이 내면에서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되듯이, 획일적이고 평범한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새로운 차원의 세상을 열어 주었다.
숭산 큰스님이 《선의 나침반》에 대한 말씀 중에서
부처님은 본성을 찾는 것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 최초의 인물이다. ‘우리는 태어났을 때 어디서 왔는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올바른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은 ‘당신이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변호사, 의사, 택시 기사, 학생 혹은 누구누구의 남편, 아내, 딸, 아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우리 바깥의 모습일 뿐이다. 이제 우리 내면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리하여 참 삶을 살아야 한다. 진정한 삶이란 바로 대자대비의 삶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중생들까지도 고통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먼저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본성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죽기 전에 우리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올바른 삶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책에서 찾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 박사라도 우리 자신의 본성을 모른다면 소용이 없다. 본성을 찾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참선 수행이다. 바른 수행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것이 참선 수행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 질문을 깊이 하게 되면 모든 생각이 끊어지고 생각 이전의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하여 ‘오직 모를 뿐’을 깨달아 우리 자신을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본래 모습이란 바로 이러한 생각이 일어나기 전의 마음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라야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고 다른 중생들을 고통에서 구해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눈뜸’이다.
이 책의 제목을 왜 ‘선의 나침반’이라고 지었는가? 부처님은 우리 인생이 ‘고해(苦海)’라고 가르쳤다. 모든 사람들은 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다. 그리고 또 다시 태어나고, 우리의 욕망과 집착 때문에 우리는 고해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산스크리트로 이것을 ‘삼사라(samsara, 輪回)’라고 부른다. 돌고 돌고 돈다는 뜻이다. 부처님은 우리가 이 고통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 ‘지혜(prajna)의 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배에는 다른 배들과 마찬가지로 나침반이 필요하다.
엮은이 현각 스님에 대해
1964년 미국 뉴저지 주 라웨이에서 태어났다. 예일 대학교에서 서양철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양의 종교와 철학에서 정신적 만족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1990년 대학원 재학 시절 숭산 스님의 설법을 듣고 1992년 출가했다. 1996년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비구계를 받았으며, 2001년 8월 화계사에서 숭산 스님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가를 받았다.
1992년부터 송광사, 정혜사, 각화사, 봉암사 등 전국의 선방에서 용맹정진을 해왔으며 불교 경전의 영역 및 다수의 법문을 통해 한국 선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현정사 주지로 활동했으며, 화계사 국제선원 선원장을 맡았다.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부처를 쏴라(Wanting Enlightenment is a Big Mistake)》《선의 나침반(The Compass of Zen)》《오직 모를 뿐(Only Don\'t Know)》《세계일화(The Whole World is a Single Flower)》 등을 영문으로 엮었으며, 저서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