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마음의 위대한 힘으로
삶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도록 이끄는 불꽃같은 가르침!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 있는 부처로 널리 칭송받는 틱낫한의 최신작 《오늘도 두려움 없이》(원서명 Fear)가 출간되었다. 그런데 아흔을 눈앞에 둔 이 노스승의 목소리는 연륜만큼 차분하고 친절하다. 그는 높은 자리에 올라앉지 않고, 매일매일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함께 걸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들려준다. 정치적 탄압으로 조국 베트남을 떠나 프랑스로 망명할 수밖에 없던 개인적 상흔과, 칠십 년간 수행자로 살아오며 깨달은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더해져서 강물처럼 고요하게 우리를 이끄는 치유서 같은 책이다.
바쁘고 복잡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난 일주일 동안 아침에 일어나 학교나 회사에 갔다가 밤늦게 집에 들어와 잠이 들 때까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깊이 자각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우리 대부분은 시간에 떠밀려 살고 있다. 그래서 일상 속 감정에서 한 발 떨어져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수많은 고통과 두려움, 불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속에는 어린아이가 숨어 살고 있다. 그 마음속 어린아이는 일상에서 접하는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공황장애나 불안증, 대인기피증 등이 만연하는 것은 이런 이유가 한몫을 한다. 인생의 근원적 문제인 삶과 죽음에 대한 공포부터 일상 속 외로움의 문제까지. 《오늘도 두려움 없이》는 자비로운 대처법, 근본적인 해법을 들려준다.
“위험이 외부에서만 온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위험은 안에서 오는 것입니다. 우리 내면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깊이 보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위험과 사고를 끌어당길 수도 있습니다.”_12쪽
우선, 틱낫한은 인간에게 가장 큰 두려움인 죽음에 대해서 말한다. 태어났기에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죽음 뒤에 우리의 존재는 완전히 소멸하는 것일까? 다양한 종교는 그에 대해서 각자의 답을 가지고 있다. 틱낫한은 죽음은 이번 생에서 다른 생으로 넘어가는 문일 뿐 완전한 소멸은 없다고 한다. 존재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두려움은 현재 삶에서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생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형태만 다를 뿐 우리는 계속 이어져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받아들인다면 죽음조차 두렵지가 않고, 삶을 열심히 살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심지어 소중한 사람이 죽어 상실감으로 고통스럽더라도 진정한 죽음과 태어남조차 없다는 것을 깊이 들여다본다면 고통스럽다는 감정조차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왜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켜두나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쓰이나요?
싫으면서 왜 “아니요”라고 거절을 못 하나요?
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두려움은 여러 가지 형태로 모습을 달리해서 일상을 지배한다. 집에 들어오면 보지도 않으면서 텔레비전을 켜둔다든지, 주말에는 만날 사람도 없으면서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든지, 새 옷과 신발에 집착하는 것 등은 모두 혼자라는 두려움을 외면하기 위한 양상이다.
근본은 인식하지도, 해결하지도 못한 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두려움을 외면하려고만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두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까. 틱낫한은 마음의 위대한 힘을 길러 두려움을 이겨내고 삶을 매순간 느끼고 깨달으라고 말한다.
“이런 순간이 오면 우선 알아차림의 호흡을 놓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이 화든 좌절감이든 두려움이든 그 존재를 부드럽게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불안하거나 근심하고 있다면 그때 우리는 이렇게 수행합니다. ‘숨을 들이쉬며, 나는 불안한 마음이 내 안에 있음을 안다. 숨을 내쉬며, 나는 나의 불안한 마음에 웃음을 보낸다.’”_105쪽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의식을 깊이 보는 것. 죽음이 영원한 소멸이 아니라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란 가르침,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는 사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것은 순환한다는 이해는 우리에게 무한한 자유를 준다. 가까운 사람들과 수행공동체를 만들어 여럿이 함께한다면 두려움조차 인생의 길동무로 만들 수 있다. 이는 우리가 혼자라고 느낄 때, 거절당했다고 느낄 때, 삶의 아픈 고비마다 매서운 감정의 폭풍우를 헤쳐 나갈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오늘도 두려움 없이》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한 구체적인 수행법과 게송, 진언 등도 소개한다. 그런데 틱낫한이 소개하는 수행법은 어렵지 않다. 이게 종교적 진언인가 싶을 만큼 일상적이다.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편하게 읽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꼭 앉아서 좌선을 할 필요도 없다. 호흡에만 집중을 해도, 좋은 감정, 두려움, 기쁜 감정 등을 단계적으로 알아차리기만 해도, 또 수행공동체 사람들과 함께 걷기명상을 해도 평화로움의 집단 에너지가 생성되고 이 에너지가 우리의 감정을 어루만질 수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앉아 호흡하며 알아차림의 에너지를 합치면 고통을 인지하고 감싸 안은 다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공동체라는 강물의 일부이며, 홀로 고립된 한 방울의 물이 아님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저 바다에 도달할 것입니다.”_156쪽
어쩌면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높고 어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상의 하루하루를 따뜻한 마음으로 살며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두려움과 불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 단순한 진리가 삶의 진정한 행복을 찾는 길이라고 칠십 해를 수행자로 살아온 노스승은 힘주어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