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기는 ‘찰스 디킨스’의 역작,
풍성하고 환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다시 태어나다!
#주니어클래식
크리스마스 캐럴 주니어 클래식06 찰스 디킨스 저자
  • 2023년 12월 21일
  • 208쪽150X207mm김영사
  • 978-89-349-4588-8 73840
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 캐럴 주니어 클래식06 저자 찰스 디킨스 2023.12.21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기는 ‘찰스 디킨스’의 역작,
풍성하고 환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다시 태어나다!
사무실에 틀어박혀 돈 계산만 하는 스크루지는 진심으로 웃어 본 지 오래되었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찾아오는 조카는 못마땅하고 길가에 울리는 캐럴도 거슬릴 뿐이다.
여느 때처럼 혼자인 크리스마스 전날 밤, 7년 전에 죽은 동업자 말리의 유령이 나타나는데…….
“자네에게 세 유령이 찾아올 걸세. 나와 같은 운명을 벗어날 단 한 번의 기회이자 희망이야.”
P.14-16
아무튼 스크루지는 맷돌 손잡이를 움켜쥔 손아귀처럼 악착같은 짠돌이 중 짠돌이였다. 스크루지! 쥐어짜고, 비틀고, 움켜쥐고, 긁어모으고, 한번 잡으면 절대 놓지 않는 탐욕스럽고 죄 많은 늙은이! 어떤 쇠붙이로도 작은 불꽃 하나 못 일으키는 부싯돌처럼 모질고 냉정했으며, 꽉 다문 굴 딱지처럼 음험하고 고독했다. 내면에 가득한 냉기는 늙은 얼굴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뾰족한 코는 더 뾰족해지고, 뺨은 쪼글쪼글 오그라지고, 걸음걸이는 뻣뻣해지고, 벌겋게 충혈된 눈과 검푸른 입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는 심술궂어 보이게 했다. 머리와 눈썹, 철사처럼 뾰족한 턱에는 희끗하게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스크루지는 언제나 침울한 기운을 퍼뜨리면서 삼복더위에도 사무실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크리스마스 때조차 단 1도라도 온기로 녹여 주는 법이 없었다.
바깥이 덥든 춥든 스크루지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어떤 온기도 따뜻하게 해 주지 못했고, 어떤 한기도 춥게 만들지 못했다. 쌩쌩 부는 바람도 스크루지보다 매몰차지 않았고, 펑펑 내리는 눈도 스크루지만큼 집요하지 않았으며, 억수같이 내리는 비도 스크루지에 비하면 자비로웠다. 아무리 모진 날씨라도 스크루지를 당해 낼 수 없었다. 폭우와 폭설, 우박, 진눈깨비는 오직 한 가지 면에서만 그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었다. 스크루지와는 달리 종종 ‘후하게 내린다’는 것.
P.51-52
“잘 듣게! 내게 주어진 시간이 거의 끝나 가고 있네.”
유령이 소리쳤다.
“알겠네. 하지만 모진 말은 하지 말아 주게. 듣기 좋은 말로 꾸미지도 말고. 제이콥, 부탁이네!”
“내가 어떻게 자네가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이야기해 줄 수는 없네. 사실 그동안에도 나는 보이지 않는 채로 자네 옆에 앉아 있었지.”
그다지 유쾌한 말은 아니었다. 스크루지는 벌벌 떨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그것 역시 속죄를 위한 가볍지 않은 벌이야. 오늘 밤 내가 여기 온 건 자네에게 일러 주기 위해서라네. 자네에게는 아직 나와 같은 운명을 벗어날 기회와 희망이 있다는 말이야. 내가 어렵게 마련한 기회와 희망이네, 에버니저.”
“자네는 언제나 좋은 친구였지. 고맙네!”
“자네에게 세 유령이 찾아올 걸세.”
“그게 자네가 말한 기회이자 희망이란 말인가, 제이콥?”
유령만큼 안색이 침울해진 스크루지가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그렇다네.”
“나, 나는 그런 유령들을 안 만났으면 하는데…….”
“그 유령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자네는 내가 걸었던 길을 피할 수 없어. 내일 새벽 종소리가 한 시를 알리면 첫 번째 유령이 나타날 걸세.”
P.70-72
유령과 스크루지는 복도를 지나 건물 뒤편에 있는 문까지 걸어갔다. 문이 열리자 허전하고 쓸쓸해 보이는 긴 방이 나타났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널빤지 책상들이 늘어선 모습은 방을 더욱 황량해 보이게 했다. 그중 꺼져 가는 난롯불 옆 책상에 외로운 아이 하나가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스크루지는 책상 한쪽에 앉아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가엾은 옛 모습을 보며 울었다.
건물 안에 여운으로 남은 메아리 소리, 교실 벽 뒤에서 쥐들이 찍찍거리며 싸우는 소리, 쓸쓸한 뒷마당의 반쯤 녹은 홈통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축 처진 포플러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부는 탄식 같은 바람 소리, 텅 빈 창고 문짝이 하릴없이 여닫히며 비걱거리는 소리, 난로 속 장작이 탁탁 타들어 가는 소리까지, 어느 하나 스크루지의 마음에 구슬피 와닿지 않는 것이 없었고 제멋대로 눈물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 없었다.
유령이 스크루지의 팔을 툭 치더니 책 읽기에 열중하고 있는 어린 스크루지를 가리켰다. 그 순간 갑자기 이국적인 옷차림의 남자가 놀랄 만큼 생생하고 또렷한 모습으로 창문 밖에 나타났다. 허리띠 위로 도끼를 차고 손에는 나뭇짐을 한가득 진 당나귀 고삐를 쥐고 있었다.
“아니, 알리바바잖아!”
스크루지가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P.111-112
“횃불에서 뿌린 향에 무슨 특별한 풍미라도 들어 있습니까?”
스크루지가 물었다.
“그럼. 나만 가진 풍미지.”
“이날 먹는 모든 만찬에 다 어울리는 겁니까?”
“정성껏 준비한 만찬이라면 무엇에든 어울리지. 보잘것없는 만찬에 가장 많이 쓰이고.”
“왜 가난한 집 만찬에 가장 많이 쓰인다는 거죠?”
“내 향이 가장 필요한 곳이니까.”
“유령님.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세계의 존재 중에 왜 하필이면 유령님께서 이 가난한 사람들이 순수하게 음식을 즐길 기회를 빼앗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스크루지가 말했다.
“내가 말이냐!”
유령이 소리쳤다.
“매주 일요일마다 맛있게 요리할 도구를 그들에게서 빼앗지 않으셨습니까? 그 사람들이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인데도요. 안 그러십니까?”
“내가 그랬다고!”
유령이 소리쳤다.
“안식일이 되면 빵집이나 다른 가게가 문 닫기를 바라시잖아요. 그러니 그게 그 말이지요.”
“내가 그런 짓을 했다고!”
유령이 버럭 외쳤다.
“제 말이 틀렸다면 용서해 주세요. 하지만 그런 일이 유령님의 이름으로, 아니면 유령님 가족의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너희가 사는 이 땅에 그런 자들이 몇 있기는 하지. 우리를 잘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우리 이름을 들먹여 욕망, 오만, 악의, 증오심, 시기심, 독선, 이기심에 젖어 사는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나 우리의 일가붙이 가족이 이 세상에 존재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야. 이 사실을 기억하고 그들이 저지르는 짓은 그들의 탓으로 돌려라. 우리를 탓하지 말고."
'목차'는 준비 중입니다.
작가이미지
저자 찰스 디킨스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영국 포츠머스에서 여섯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성경과 셰익스피어의 글을 읽으며 문학적 상상력을 키웠고 변호사 사무실 사환과 법정 출입 기자 등을 거쳐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 《황폐한 집》 등 영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비판적 시선에서 그린 수많은 작품을 펴냈다. 1870년에 작품 집필 도중에 심장 마비로 사망,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시인 묘역에 안장되며 문인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사랑받는 세계 아동 문학 고전 시리즈 〈주니어클래식〉의 여섯 번째 책 출간.
*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전하는 후의와 온정 이야기.
* 크리스마스이브, 환상 같은 하룻밤의 여정을 통해 다시 되새기는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
* 노르웨이가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리사 아이사토’의 삽화가 어우러진 황홀한 판본.
“날 좀 내버려 두시오. 나는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지내고 싶은 생각이 없소!”
크리스마스이브 밤, 자신을 방문한 세 유령을 따라나선 구두쇠 스크루지의 흥미진진한 여정!
영국이 사랑하는, 그리고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찰스 디킨스(1812~1870). 그가 남긴 크리스마스 연작 소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크리스마스 캐럴》이 주니어김영사의 〈주니어클래식〉 시리즈 여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얼려 버리는 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이브 하룻밤 사이에 겪는 환상적이고 기묘한 이 이야기는, 처음 발표된 1843년부터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꾸준히 읽혀 왔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부를 축적하는 일보다 가치 있는 가족의 사랑과 연결의 힘을 보여주며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만약 내 뜻대로 할 수 있다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떠벌리며 다니는 멍청이들을 모조리 푸딩과 함께 끓인 다음, 심장에 호랑가시나무 말뚝을 박아 파묻어 버릴 테다. 아무렴, 그렇고말고!”(본문 21쪽)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황금이요, 시간이든 인간관계든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여 득과 실을 계산하는 짠돌이 중의 짠돌이 스크루지. 돈벌이에만 몰두하느라 마음이 얼어붙은 스크루지에게 크리스마스란 하루를 쉬기 위한 변명거리에 불과하다. 하나뿐인 조카가 찾아와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 마음을 모으는 사람들을 보아도, 모두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떠 있어도, 스크루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딱딱하고 고집스럽다. 언제나처럼 혼자인 크리스마스이브 밤, 스크루지에게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단 한 번뿐인 기회가 찾아온다. 7년 전에 죽은 오랜 동업자 ‘말리’가 유령이 되어 방문한 뒤, 과거와 현재,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들이 차례대로 나타나 스크루지를 데리고 시공을 초월한 여행길에 나선 것. 스크루지는 복작복작한 런던의 크리스마스 풍경과 소박하지만 풍성한 만찬,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며 자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바꿀 수 있을지 모를 미래를 경험한다.
“특별히 내세울 게 전혀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다.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차림새도 변변찮았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했고 감사할 줄 알았으며, 함께 보내는 시간을 즐겁게 여기며 만족스러워했다.”(본문 128쪽)
이 책에는 고약하고 인색한 스크루지 영감과는 정반대인, 따뜻한 마음을 지닌 주변인들이 등장한다. 매번 싫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다시 손을 내미는 조카 프레드, 가족을 사랑하며 저를 홀대하는 사장님을 위해서도 기도할 줄 아는 마음 넉넉한 직원 밥 크래칫, 어린 나이에 병마와 싸우면서도 씩씩한 밥의 막내아들 팀까지. 이들은 유령이 보여 주는 환영 속에 등장해 스크루지의 마음에서 이미 사그라진 불씨를 다시 일으킨다. 과연 스크루지는 다정했던 옛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맘때야말로 가난을 더욱 뼈저리게 실감하고, 풍요로운 부가 한껏 드러나는 법이니까요.”
화려한 불빛 뒤에 가려진 사람들, 크리스마스를 통해 풀어낸 시대의 명암
《크리스마스 캐럴》이 출간된 19세기 영국은 산업 혁명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었다. 산업화한 도시는 많은 돈을 벌어들이며 나날이 발전했지만, 찬란해진 빛은 그만큼 더 어둡고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찰스 디킨스 역시 12살 무렵 돈을 벌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고, 이 작품을 쓴 당시에도 늘어난 식구들로 경제적 고난에 시달리며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자신처럼 사회적 모순과 빈부 격차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삶에 주목하며 《올리버 트위스트》, 《리틀 도릿》, 《데이비드 코퍼필드》 등의 작품을 통해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빈민 구제법과 갈피를 잡지 못하는 교육 제도, 부실한 의료 체계 등을 고발했다. 
《크리스마스 캐럴》 역시 화려하고 풍요로운 크리스마스 시즌의 이면에 주목하며, 탐욕과 오만에 사로잡히기 쉬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신랄하게 풀어내는 작품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늘의 작은 후의가 내일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인간에 대한 애정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찰스 디킨스의 진심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세상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가치 있는 일들이 있죠. 특히 크리스마스가 그래요. 저는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면 늘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성스러운 이름과 기원에서 생겨나는 존경심은 별개로 두고요. 친절과 자비를 베풀고, 용서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이잖아요.”(본문 21쪽)
주니어김영사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원문이 지닌 풍부한 표현을 살리되 독자의 이해를 돕는 짧은 설명을 본문 속에 녹였다. 각 장면마다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묘사와 비유는 찰스 디킨스 작품의 특징이기도 한데, 덕분에 독자들은 잉크가 마를 새 없는 작가의 펜촉을 따라가며 울고 웃을 수 있다. 
이에 더해 노르웨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 중 하나인 리사 아이사토의 삽화는 눈으로 직접 보는 듯 생생하게 휘몰아치는 문장과 어우러져 독서의 즐거움을 한층 더 높인다. 거의 매 페이지에 실린 풍성한 삽화는 다채로운 색 사용과 환상적인 느낌을 더하는 붓 자국이 특히 인상적으로, 밝고, 따뜻하고, 서글프고, 신비로운 글의 분위기를 탁월하게 살리며 눈부신 황홀함을 선사한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등장인물부터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배경까지, 개성 있고 강렬한 이미지가 초대하는 19세기 영국 런던의 크리스마스 무대로 들어가 보자. ‘크리스마스’가 품고 있는 따뜻함과 넉넉함이 스크루지 영감을 넘어 모두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타오를 불빛을 선물할 것이다.